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야구장 응원모습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야구장 응원모습

대한민국 유통업계의 두 거물(巨物), 롯데 신동빈 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나란히 ‘가을앓이’를 하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 소핑몰에서 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은 야구사랑이 지극하고, 국내 프로야구팀을 소유한 구단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한국의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일본의 프로야구팀 ‘지바롯데마린스’ 구단주까지 겸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 안팎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21년 1월, SK와이번스를 인수해서 ‘SSG랜더스'를 만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 김광현 선수를 비롯해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서 2022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어 냈다.

국내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활발한 SNS 활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정용진 부회장이 SNS에 올리는 내용의 절반은 SSG를 응원하는 모습, 나머지 절반은 이른바 ’먹방‘이다.

롯데 신동빈 회장에게는 그룹의 그 어떤 현안 못지않게 ’롯데자이언츠‘의 우승이 절실한 과제로 꼽힌다. 부산을 연고로 하고있는 롯데자이언츠의 성적이 그룹은 물론 신동빈 회장의 이미지와 실적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동빈 회장이 부산 출신 정계의 실력자를 만날 때 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롯데자이언츠 우승 좀 시켜주세요”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롯데자이언츠는 KBO 리그 소속 10개 팀 중 가운데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장 오랫동안 못 해본 팀이다. 1992년구단 사상 두 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한뒤 31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롯데는 지난봄 파죽의 8연승으로 1위에 오르면서 팬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울시즌 최종 성적은 하위권인 7위로 마감했다. 신동빈 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이에따라 최근 두산베이스 출신의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역대 최고의 몸값에 계약해 팀을 맡겼다.

작년 시즌 우승팀인 SSG 또한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SSG는 올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4위팀인 NC다이노스에 충격적인 3연패를 당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SSG와 롯데가 나란히 상위권을 달리던 올봄,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경쟁적으로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해 대규모 응원을 펼치는 등 유통 거물들의 야구장 대결이 정점이 달했다.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롯데가 1위에 오르자 “롯데는 롯데다”라는 야유성 멘트를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롯데자이언츠의 우승이 절실한 신동빈 회장과 SSG랜더스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용진 부회장의 처지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사뭇 다르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표방한 ’일등주의‘에 따라 삼성라이온즈는 2011년~2015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2011~2014년 4년 연속 코리안시리즈 제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1997년~2008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역대 1위) 1984년~1993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역대 2위) 등 꾸준한 성적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2015년 코리안시리즈에서 패배한 뒤 삼성 라이온즈는 그룹에서 제일기획에 매각됐고 이후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일기획으로 소속이 바뀐 뒤 라이온즈는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내놓거나 FA시장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성적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2023 시즌 최종성적은 롯데 다음인 8위.

삼성이 이처럼 라이온즈와 거리를 두게 된 핵심적인 이유로, 삼성 주변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추구해온 일등주의의 부작용을 꼽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실적으로 압도적인 재계 1위를 구가하던 삼성이 프로야구에 농구, 배구까지 지배하자 국민적 반감이 조장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역 연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는 팬들 사이에 갈등이 매우 심한 편이다. 팀간 승패가 팬들 사이에서 지역감정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왜 프로야구까지 삼성이 1등이냐며 안티세력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논의가 있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라이온즈의 전성기 때 기아 타이거즈의 성적은 바닥권이었는데 최형우라는 걸출한 호남출신 타자가 삼성에서 뛰다 보니 호남팬들 사이에서 삼성에 대한 반감이 생길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다 그 무렵 삼성그룹 및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및 변칙승계 의혹이 불거지고 사법당국의 수사로 이어진 것도 삼성 라이온즈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만든 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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