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사장이 이끌던 JTBC는 자타공인(自他共認), 촛불사태및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일등공신이다. JTBC 기자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웠다는 태블릿PC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연관된 문서가 쏟아져 나오면서 ‘국정농단’이라는 말이 생겼다.

앵커 손석희는 2013년 5월 JTBC로 옮기기 전까지, 2000년 10월부터 MBC라디오에서 장장 13년 동안 ‘시선집중’이라는 출근길 시사프로를 진행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오늘날 언론환경이 친민주당, 운동권 출신 종북좌파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 시발점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몇 년 전부터 JTBC는 사장 직함을 갖고있는 손석희 앵커에게 월급만 주고 마이크는 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그가 아예 퇴사했다.

JTBC의 모기업인 중앙일보가 10월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독점 인터뷰와 자서전을 게재하기 시작했는데, 언론계에서는 이 두가지 일이 겹쳐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개인을 놓고 따지면, 촛불사태와 탄핵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문재인 전 대통령, 최대 피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필적하는 또 한사람, 최대 피해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중앙일보와 JTBC 모두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만든 것인데, 이병철 회장의 손자이자 삼성의 3대 경영자인 이재용 회장이 JTBC 보도의 제물이 된 것이다.

앵커 손석희가 ‘시선집중’을 떠난 뒤 2019년부터 5년째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있는 사람은 김종배라는 시사평론가이다. 시선집중을 진행하기 전까지 그는 자칭 진보, 객관적으로는 민주당 및 좌파쪽으로 한참 기울어진 미디어비평 매체의 간부로 일했다.

미디어비평가, 언론운동가로서 김씨가 했던 활동 중 논란이 되는 것은 1968년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때 북한 공비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된 이승복 어린이가 아닌 공비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일이다.

6·25전쟁이 끝난지 15년 뒤인 1968년 10월30일부터 11월2일까지, 북한은 세차례에 걸쳐 울진·삼척에 120명, 중대병력의 무장공비를 침투시켰다.

이 무장공비들은 그 해 1월 박정희 대통령 살해를 목표로 서울에 침투했던 북한의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124군 예하 부대원들로 남한 주민들을 인민유격대에 가입시켜 유격대 활동거점을 구축할 목적으로 남파됐다.

공비들은 군복·신사복·노동복 등 갖가지 옷차림에 기관단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했는데, 주민들을 집합시켜서 책자를 통해 북한의 발전상을 선전하는가 하면, ‘인민유격대’ 가입까지 강요했다.

이 정도면, 북한을 상대로 전면전, 전쟁을 벌여도 될 일이었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국방력은 물론, 경제력까지 북한에 뒤지고 있었기에 전쟁은 커녕, 공비들을 소탕하는데만 몇 달이 걸렸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도사리에서 태어나 속사국민학교 계방분교 2학년이었던 이승복 어린이는 그해 12월 9일 밤 공비들에 의해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살해당했고 형과 아버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함께 피살된 남동생 승수군은 당시 7세, 여동생 승자양은 불과 네 살이었고, 그날은 이승복군의 10살 생일이었다.

사건이 벌어지자 12월 11일자 조선일보는 〈“共産黨(공산당)이 싫어요” 어린 抗拒(항거) 입 찢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승복군과 가족의 죽음을 보도했다. 당시 기사는 현장을 목격하고 살아 남은 이승복의 형의 증언을 인용하여 "무장공비가 가족을 몰아 넣고 북괴의 선전을 하자 이승복이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대답하여 공비들이 이승복의 입을 찢고 가족들을 몰살시켰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승복군 사건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고, 학교마다 이승복의 동상이 세워지는 등 반공정신의 상징이 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민주화 분야에서 활동하던 진보세력은 이승복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큰 집착을 보였다.

계간 저널리즘 1992년 가을호에 당시 미디어오늘은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신화 이렇게 조작됐다〉라는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 기사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이승복의 형의 이름을 잘못 기록했고, 그의 집이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소리를 듣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이승복의 형이 조선일보 기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승복 시신의 입이 찢어져 있지 않았다는 일부 주민의 증언을 인용하면서 조선일보의 기사를 “작문”이라고 규정했다.

1998년 언론개혁시민연대라는 단체는 전국을 돌며 ‘이승복 사건 오보 전시회’를 열었고, 좌파 매체들도 합세했다. ‘시선집중’ 앵커 김종배씨 또한 같은 활동에 미디어오늘 편집장 시절, 조선일보가 보도한 ‘무장공비 이승복 군 학살’ 기사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조선일보로부터 고발당했다.

북한체제를 선전하면서 남한정부에 맞서 인민유격대 가입을 권하는 공비들에게 학교 선생님에게 배운대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것이 이승복군과 가족이 무참하게 살해된 이유다.

당시 김종배씨 같은 사람들이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발언은 없었고, 무장공비들이 이승복 어린이의 입을 찢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그토록 집요하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무장공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최근 MBC라디오에 가장 빈번하게 출연하는 ‘단골손님’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는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이 프로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얼마전 있었던 이준석 전 대표의 ‘눈물의 기자회견’ 등 최근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어린애”라는 비아냥이 쏟아져 나온다. 그에 대한 윤핵관들의 견제로 인해 생겼던 동정론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가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의원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저는 아픈 사람은 상대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시중에서 ‘아픈 사람’이라는 말은 사실상 ‘정신병자’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MBC라디오 ‘시선집중’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편파방송 지적을 받은 시사프로그램이다. 이승복 어린이 대신 그를 무참하게 살해한 무장공비의 명예를 회복시키려 애썼던 진행자가 이준석과 함께 세상을 비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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