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 빈대가 나와 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대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 빈대가 나와 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그동안 한국에서 완전 박멸된 것으로 알려진 빈대가 출몰하기 시작해 논란이 된 가운데 '빈대를 발견한다면 연락을 부탁한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다. 

24일 자신을 서울대 응용생물학과 실험실에서 연구 중인 곤충학 전공 박사과정생이라 밝힌 연구자가 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학우님들, 빈대를 발견하신다면 연락을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올해 9월 초에도 '학교 기숙사에 빈대가 나오냐'는 취지의 글을 썼다는 이 연구자는 "다행히 학교 기숙사에는 안 나온 것 같지만 빈대가 (국내에) 정말 많이 퍼져버렸다"며 "몸에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간질간질한 밤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빈대를 의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저희 실험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내 발생 빈대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연구기관"이라며 "이번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여년 간 빈대가 꾸준히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생은 아니며 해외 유입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빈대는 다른 해충과 달리 질병을 전파하지 않고 국내 발생 빈도가 적단 이유로 중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왔다. 이로 인해 사설 방역업체를 제외하고는 해당 실험실 말고는 국내에서 빈대 연구를 해온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 연구자는 "국가 기관에서도 빈대를 추적한 통계가 전무하고, 피부과에서도 잘 모른다. 발생 사례가 적었으니 진단하기 어려운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버지가 올해 2월 도쿄의 다다미방에서 숙박한 후 피부 발진이 일어나 피부과에 갔는데, 병원에서는 피부병과 땀띠가 겹쳤다고 약을 처방해 주더라"라며 "내가 사진 보고 '빈대 물린 자국이니 당장 모두 빨래하고 짐 다 밀봉해서 버리라' 말하지 않았다면 본가에 퍼졌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잘 몰라서 초동 대처를 하지 못하면 이대로 퍼져나가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자는 빈대가 국내에서 퍼져나가는 원인에 대해 "코로나 이후로 국제 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빈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로 옮겨버리고, 알게 되더라도 쉬쉬하며 묻어버리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빈대) 시체를 발견하셨다면 착불로 (우편으로) 부쳐주면 감사하겠다. 한 마리라도 괜찮고, 유충이어도, 반쪽으로 갈라져 일부만 남아도, 알만 있어도 괜찮다"며 "국내 유입된 빈대들의 다양한 분자적 특성과 저항성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자는 빈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기존에는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한 빈대(Cimex lectularis)가 주로 발견됐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열대지방 원산인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us) 샘플이 들어오고 있다"며 "반날개빈대는 빈대에 비해 운동성이 좋다. 다리가 잘 발달했고, 정말 잘 타고 올라온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그래서 반날개빈대라면 꼭 초동 대처를 해야 한다"며 "판별 불가하면 사진 보내달라. 동정(identify)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자의 부탁 아닌 부탁에 대해 스누라이프 사용자들은 "부디 연구는 흥하시고 국내 빈대는 박멸되길 바란다" "빈대학 박사과정 멋있다" "제 친구가 빈대다. 좀 잡아가달라" 등 진지함과 코믹함이 어우러진 반응들을 내보이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