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한-사우디 회담’을 하고 오찬을 함께한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상 최초로 사우디와 카타르를 국빈방문한다. 4박 6일 일정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제2의 중동붐’을 조성해 한국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도록 한다는 게 ‘윤석열 비전’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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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 동행

사우디 순방에는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 5개 그룹 총수가 동행하고 있다. 총 139개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 사절단이다.

윤 대통령의 해외 일정을 함께해온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이번 경제사절단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 그룹 총수들이 이번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삼아 ‘제2의 중동붐’을 구체화시켜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샤힌 프로젝트’ 계약, 윤 대통령과 빈 살만 간 협력의지의 깊이 상징해

윤 대통령은 이번 ‘한-사우디 회담’에서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당시 체결된 25개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국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가 주최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청정에너지, 석유화학, 스마트팜,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290억달러(한화 약 39조원) 규모의 MOU와 계약을 체결했다.

확정된 계약은 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 간의 ‘샤힌(Shaheen) 프로젝트’ 계약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S-OIL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샤힌’은 사우디의 국조인 ‘매’를 의미한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간의 신뢰와 협력의지의 깊이를 드러낸 프로젝트명이라고 볼 수 있다.

에쓰오일의 대주주는 지분 63.41%를 보유한 사우디 국영기업인 아람코(Aramco)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대주주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이 소유한 기업인 아람코를 한-사우디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선발대로 내세운 것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총 투자 규모는 9조 3000억원으로,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이다. 동시에 국내 석유화학 분야 최대 규모 프로젝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 직접 참석,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한국에서 마음껏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샤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만큼 샤힌 프로젝트의 경제적 효과는 막대하다. 우선 원유로부터 추출하는 나프타 생산의 수율을 3배 정도 높임으로써 단일 설비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 생산시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따라서 빈 살만 왕세자와의 이번 회담에서 ‘샤힌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구체적 성과가 도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 모하마드 빈 압둘라만 빈 압둘아지즈 부주지사와 환담을 위해 공항 내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 모하마드 빈 압둘라만 빈 압둘아지즈 부주지사와 환담을 위해 공항 내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어젠다 1= 건설과 인프라를 넘어서 에너지, 투자, 문화 등에서 경협 다각화

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우디아라비아 일간지 알 리야드(Al Riyadh)와의 인터뷰에서 ‘한-사우디 경협 비전’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첫째, ‘경협 다각화’이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의 잠재력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하면 상호보완적인 협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한국은 사우디의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중점 협력 국가로 건설-인프라 분야뿐만 아니라, 에너지, 투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비전 2030’은 빈 살만 왕세자의 사우디 혁신비전이다. 기존의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문화, 첨단기술, 제조업 등으로 경제의 중심축을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 및 건설 등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네옴시티’는 비전 2030의 핵심프로젝트이다. 수에즈 운하 아래쪽(사우디 북서부 홍해 연안)에 서울의 44배 크기로 건립된다. 100% 재생에너지로 자급자족되는 해상산업단지, 산악관광단지 등으로 구성된다. 총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64조원)에 달한다.

네옴시티 외에도 메가 프로젝트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2022년 네옴시티 ‘더 라인’ 사업 중 1조3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고, 현대건설은 올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가 발주한 50억 달러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추가 ‘잭팟’이 터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 한국 주요 기업 130여개사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함께 사우디를 방문한다”면서 “양국 기업 간 더 많은 협력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 어젠다 2= 전통적인 에너지 협력을 넘어서 원전·수소·탄소포집 등 재생에너지 협력 추진

둘째, ‘재생에너지 협력 강화’이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양국은 전통적인 에너지 협력이나 자원 수출입 관계를 넘어, 플랜트 건설, 수소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다각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원전·수소 등 고효율 무탄소 에너지를 폭넓게 활용하면서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을 발전시키고 있다. 사우디는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에 강점을 가진 만큼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양국이 함께 협력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수소경제를 강조하면서 재생에너지 협력을 강조한 것은 중동 산유국들이 탈석유시대에 부응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과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까지 국가 총 전력 생산량을 120GW로 확대하고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58.7GW를 태양광 33개, 풍력 11개, 태양열 4개 등 총 48개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사우디에 이어 방문하게 될 카타르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가 비전 2030’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2027년까지 1억2600만 톤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 어젠다 3= 지난해 체결됐던 25개 MOU의 구체화 및 계약 성사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던 것을 언급하며 “청정에너지, 석유화학, 스마트팜,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290억 달러(한화 약 39조원) 규모의 계약 또는 MOU(양해각서)가 체결돼 양국 경제협력이 제조업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11월 방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양국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협력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체결됐던 25개 MOU를 구체화하거나 계약체결로 이끌어내는 게 이번 국빈방문의 주요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정상회담에 이어서 ‘한-사우디 투자 포럼’, 23일 ‘한-사우디 미래기술파트너십 포럼’, ‘한-사우디 건설 협력 50주년 기념식’ 등에 참석해 양국 무역·투자 확대 등을 강조한다. 23일에는 킹 사우드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24일에는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행사에 참석한다. 사우디 일정을 마치면 24일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25일까지 카타르 국빈 방문 및 경제 일정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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