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관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발언 이후 민주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김 지사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19일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짜놓은 ‘이간계’, ‘가짜뉴스’ 등으로 규정하며 수습에 나섰다. 김 지사의 발언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공격으로 해석되는 것을 적극 반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월 8일 국회 천막농성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월 8일 국회 천막농성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지사의 발언 자체는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화들짝 놀라면서 적극적으로 수습책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김 지사에게는 득이 되고, 이 대표에게는 독이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이재명은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김동연이 잡는다’라는 말까지 돌고 있을 정도이다.

김혜경 떠올리게 한 ‘법카 유용 건수’, 김동연은 부인하지만 ‘정치적 의도’ 관측 파다

김 지사는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취임 이후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자체 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감사를 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이어 “감사 결과 최소 61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며 “그래서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4월 경기도 감사 결과를 설명했다고 한다. 사적 유용의 주체가 김혜경씨라는 점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선 당시 불거진 경기도 법카 의혹과 연관돼, 김 지사가 언급한 ‘사적 사용 의심’의 주체가 김혜경씨라는 추측보도가 이어지면서 사태가 커졌다. ‘개딸들’이 김 지사를 ‘수박’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비난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개딸들은 민주당 온라인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서 “이 대표 체제와 경쟁적 관계를 형성해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선포이다. 출당(제명) 조처해야 한다”, “김동연은 제2의 윤석열 같은 냄새가 난다. 당에 대한 충성도는 1도 없어 보인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다급해진 김 지사는 국감 다음날인 18일 자료를 통해 해명했지만, 김 지사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 대표 부부의 법카 의혹을 국감장에서 다시 불붙였다는 식의 정치공격이 가열되자 법적 조치까지 언급했다. 경기도 대변인실은 19일 “사실관계가 바로잡히지 않거나 왜곡된 보도가 지속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신청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김 지사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집 있는 김동연, 지지율 높던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다 사표 던져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조선일보 유튜브에서 “김 지사는 여느 정치인이 갖고 있는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김 지사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도 맞붙었던 이력을 거론했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김동연 지사는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가 2018년 12월 10일 자진사퇴했다. 당시 김 지사는 ‘소득하락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반대했기 때문에 물러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만큼 고집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김 지사는 총선을 앞둔 민주당 국회의원과 달리 ‘공천’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이 대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더욱이 개딸들이 두려워서 할 말을 하지 않을 스타일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당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던 문 전 대통령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김 지사가 이 대표나 개딸들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개딸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동연, 의도치 않은 발언으로 이재명과 대립각 형성

다만 김 지사가 18일 해명을 하고, 경기도 대변인실이 19일 법적 조치를 거론한 것은 ‘김 지사가 이 대표 부부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러 이 대표와 척을 질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지사의 ‘법카 유용’ 발언은 김 지사를 ‘경기도 행정가에서 확실한 대권 후보로 자리매김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지사는 지난 20대 대선 때 ‘새로운물결’이라는 신당을 만들어 대선 후보로 출마했고, 대선 기간 막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와 단일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ㆍ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양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2.4.15.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ㆍ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양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2.4.15. [사진=연합뉴스]

이후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경기지사에 출마했고, 이 대표의 지원에 힘입에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대권의 꿈을 내려놓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지사가 지난 17일 국정감사장에서 ‘법카 유용’을 발언하면서 그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적극적인 경기도정을 펼쳐왔지만 중앙정치의 관심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발언이 계기가 돼,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이루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명계 구심점으로 김동연 선택돼?...개딸 위세에 눌려있는 민주당 지지층 목소리 낼까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영장이 기각됐지만,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국 전 장관과 김경수 전 지사도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처럼 이 대표의 시한부 정치 생명은 이제 곧 위기를 맞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력한 지지층으로 절대 권력에 맞서겠다는 프레임만으로는 다음번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을 김 지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최재성 정무수석이 지금 비명계를 규합하기 위해 동부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규합의 구심점으로는 ‘김동연 지사’가 선택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19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김 지사가 국감장에서 구체적으로 법카 유용 의혹을 몇 건 몇 건 밝힌 것을 두고, 민주당 친명 의원이 ‘이 대표가 검찰과 전쟁 중인데, 같은 편인 김 지사가 감싸주기는커녕 홀라당 까버리는 어떡하느냐’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지사가 부총리 출신으로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이니까 수사 진행 경과를 좀 지켜보겠다’라는 정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법카 유용 건수를 밝힌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알려진다.

신 전 의원은 이에 대해 “김 지사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이재명의 대항마는 나고, 이재명이 무너지면 그 다음에 내가 있다’라는 것을 은근히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작심 발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런 결과는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도 ‘내가 양심이 있지, 차마 이재명은 지지하지 못하겠다는’(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강 위원은 이 대표의 당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2000명의 권리당원을 지목하며 “김 지사가 그런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17일 국감장에서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생각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법카 유용’ 발언을 계기로 개딸의 위세에 눌려지내온 민주당 지지층의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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