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보수정당의 총선결과를 좌우한 큰 변수 중 하나는 당내 인적갈등 문제였다. 친이-친박 계파갈등에 따른 공천파동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던 친이명박계, 즉 친이계가 박근혜 의원측의 친박계에 대해 대대적인 공천학살극을 벌이자 김무성 홍사덕 한선교 등 친박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해 상당수가 당선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반대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진박 감별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이계 핵심 및 유승민 등에 대한 공천배제를 시도하다가 김무성 당시 대표의 옥쇄파동을 일으키고 총선에 패배하는 빌미가 됐다.

6개월도 안남은 내년 22대 총선에서도 같은 문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때문이다.

이와관련,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사실상 국민의힘과 결별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대선 이후 지금까지 유 전 의원이 방송 등에 출연하면서 쏟아낸 말들의 배경이 되는 정치적 입장과 수위(水位)가 민주당 보다 더 적대적이고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과 같은 대구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에서 당원들을 만나보면 다들 이재명 대표보다 더 심하게 윤석열 대통령을 욕하는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면서 “나 뿐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유 전 의원은 더 이상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굳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유 전 의원 또한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는 17일 한 라디오 방송 시사프로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이제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과 갈라 서) 홀로 설 결심을 해야 한다”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당내 여론이 갈린다. 내년 총선에서 20,30대 젊은 세대 공략 및 수도권에서의 외연확장을 위해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 전 대표가 독불장군(獨不將軍)이 아니라 이른바 ‘천하용인’으로 불리는 천하람 김용태 허은아 이기인 등과 함께 일정한 세(勢)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포용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해당행위를 함으로써 선거패배의 큰 원인을 제공했다며 그에 대한 퇴출운동에 나섬에 따라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이 전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최근들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는 점 또한 그에 대한 퇴출운동에 힘이 실릴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준석 전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과 같은 맥락에서 ‘검사통치’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극구 부인하고 있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과 관련,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대한 부당압력 문제까지 건드렸다.

아울러,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강조하는 당정일체를 ‘검사동일체’로 깎아내림으로써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조롱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과 천하용인을 절대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과 더불어 최악의 경우 신당창당이라는 카드까지 쥐고 목소리를 더 높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원들은 물론,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의 이 전 대표에 대한 반발기류가 강해지고 있어 그의 의도대로 상황이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안철수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제명해달라며 제출한 청원서 서명에는 당원들 뿐 아니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나서 서명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이준석 전 대표는 ‘품위유지 위반’으로 내년 1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되는 징계를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 몇 달간 이 전 대표가 부쩍 윤 대통령과 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조기 징계해제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 등 수도권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 전 대표로서는 늦어도 올 연말 전에는 징계가 풀려야만 출마지 확정 등 총선행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이 전 대표의 행보에, 특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여파로 안철수 의원이 제명청원까지 함으로써 김기현 대표가 징계를 조기에 풀어주는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게 됐다.

결국 국민의힘으로서는 내년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과거 천이-친박간 공천갈등과 같은 내부분란이 재연될 수 밖에 없는 리스크를 안게된 것이다.

이 때문에 퇴출이든, 포용이든 간에 결단을 앞당겨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치평론가로 활동중인 차명진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온갖 사법리스크 문제와 당내 갈등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이 전 대표 문제를 가급적 빨리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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