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대북 제재 집행을 일방적으로 느슨하게 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북한은 이러한 대북제재 완화 분위기에 편승해 국가기관 주도로 대규모 밀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전에는 북중 국경지방에서 경비 강화로 밀수에 대한 통제가 매우 엄격했지만 지난 5월 7일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중국 측의 경비가 크게 느슨해지면서 북한 국가 기관의 주도로 대규모 밀수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무역회사가 국경경비대와 보안서의 보호 아래 국경지역에서 광물이나 한약재료, 토끼 가죽 등을 중국에 보내는 대신 승용차와 비료, 농약 등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등 북중 정상회담 이후 확실히 밀수가 많이 늘어났다는 설명이었다.

세관을 통과하는 북한 물품에 대해 중국 측의 검열도 많이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는 유엔 안보리 금수 품복 외에도 여러 물자에 대한 통제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중국 측에서 서류만 보고 통과시키는 일이 잦아졌다고 이시마로 대표는 전했다.

또한 RFA에 따르면 지난 19일 제3차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제재의 해제를 기대하는 중국 기업의 대북 투자 상담도 늘고 있다. 무역과 광산 개발, 건설 투자 등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중 국경지방의 최대 무역 중심지인 단둥시에는 밀수가 다시 성행하고 임가공 물품에 대한 물밑 거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으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전 미국 재무부 선임 경제자문관은 22일 RFA에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의 대북제재 집행을 일방적으로 느슨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콤 전 자문관은 석탄 수출과 북한 식당 운영 재개를 예로 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주된 후원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법 준수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도움이 되지 않는 과거 행위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제재와 압박이 줄어들면 북한은 비핵화 회담에 시간을 끌 것이고 일부 주변 국가들은 제재이행에 지쳐 북한과 불법 또는 합법적 교역을 재개해 이득을 보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티븐 블랭크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이날 RFA에 유엔의 대북 제재 속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교역량이 증가하는 것은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위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지난 21일 러시아 극동세관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러시아 극동지역과 북한 간 교역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어났다. 2017년에 양 지역 간 교역액은 전년도에 비해 약 80% 증가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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