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선친(先親) 이건희 회장이 작고하고 2년 뒤 삼성의 3세 경영자가 된 이재용 회장은 1년전 취임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국격에 맞는 삼성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애 따른 반도체 업황의 부진으로 어둡고 긴 터널에 막 진입한 상황이었다. 2022년 4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매출이 전분기 대비 8.2% 감소한 70.4조원, 영업이익은 6.5조원 감소한 4.3조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6.1%로 전분기 대비 8%P나 줄었다.

올해 들어와 1분기 매출 63.7조원,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무려 3.6조원이 감소한 6,400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불과 1.0%였다. 2분기에도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6,700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2023년 3분기 실적에서 67조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으로 다시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판매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디스플레이 부문의 선전으로 거둔 성과다.

우리나라 수출, GDP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실적 회복세는 국내 2위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가 2분기에 무려 2조88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과 비교되며 한국경제에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생전 직함은 삼성그룹 전체를 망라하는 총수, ’삼성회장‘이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자신의 직함을 삼성전자 회장으로 국한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역대 좌파정권들이 대기업의 선단식(船團式) 경영을 극도로 억압하고, 툭하면 검찰 수사를 통해 단죄(斷罪)해온 것에 따른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2대 통치자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과 같은 ’수령‘의 직함을 사용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겸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이재용 회장 또한 수시로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그룹 전반의 경영상황을 챙긴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인력개발원, 삼성생명에 이르기 까지, 계열사 주요 주요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각 사업의 최신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지난 1년간 미래신성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투자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 비즈니스 미팅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섰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피터 베닝크 ASML CEO를 만나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이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과 협력 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글로벌 리더들을 만나 반도체 사업과 관련된 현안들을 챙기고, 아랍에리미트(UAE)와 베트남을 방문, 중동 및 아시아 지역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 수요를 파악하기도 했다.

올 들어서는 미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3월 삼성은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 위치한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향후 10년 간 총 60.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반도체 패키지와 최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스마트폰, 전기부품, 소재 등 지역별로 특화 사업을 지정하고 이와 관련된 투자를 집행해 각 지역이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또 2042년까지 향후 20년간 연평균 15조원, 총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시에 5개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거대 계획을 발하기도 했다.

용인 지역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반도체 생산단지와 인근의 소부장 기업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연계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직·간접적 생산유발 효과 약 700조원, 고용유발 효과는 160만명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은 이같은 거대 규모 투자계획들에 대해 “우리는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은 13일 오전 서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른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 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속행 재판만 벌써 10여회, 법원 주변에서 “재판이 끝나려면 3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길고 긴 재판이다.

이 회장이 재판을 받고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은 문재인 정부시절, 이른바 검찰내 ‘친문 검사’들이 정권의 반재벌 정서에 편승해 무리하게 기소를 강행한 사건이다.

좌편향 시민단체 및 일부 소액주주들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여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면서 고발한 것과 달리 국내외 유수의 경영학자, 회계법인들이 “정상적 합리적 행위”라는 지적을 하자 이 회장과 삼성의 변호인단은 대검에 수사심의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이에따라 2020년 6월26일 검찰 외부 법조인 및 시민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회장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의견을 냈다.

검찰 스스로 의견을 따르기 위해 만든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인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등 대검 수뇌부는 이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당시 검찰내 대표적 친문검사로 꼽히며 청와대와 직접 소통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진은 이 회장과 삼성관계자들에 대한 기습적인 기소를 강행했다.

검찰의 삼성바이오직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50여차례의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의 소환조사, 법원에서 기각해도 끊임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등으로 검찰 안팎에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됨으로써 자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및 친문검사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아직까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그 유탄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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