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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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건강하지 못한 한·중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여 왔다. 이에 대해, 그간 중국 정부는 한국에게 강경한 자세를 보여왔으나, 최근에는 한국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8월에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길 희망한다는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중시하고 있다”고 유화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9월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한덕수 총리를 만나, 한국을 조만간 방문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 최근 중국이 한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한국을 미국에서 떼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한국에 과도하게 압력을 가하면 한국으로 하여금 더욱 미국 쪽으로 가게 만들 수 있다. 둘째, 최근 한·미·일 협력과 관련,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대적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약한 고리인 한국을 집중 공략하려는 것이다. 셋째, 반도체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한국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넷째, 최근 북·러 접근과 관련 북한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압박 대신 유화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중국에 대한 원칙 외교와 한·미동맹 강화의 성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보인다. 즉,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투트랙 외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중관계는 순수한 양자관계와 미·중관계에 있어서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중 수교 30년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는 양국 간의 갈등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가장된 우호’를 가져오는 한편, 미·중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양국 간에는 북한문제, 역사문제, 영토문제에 대해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고, 미·중 간에는 신냉전이 발생하고 있다.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은 양국관계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의 구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간 양국관계의 핵심적인 문제는, 양국이 서로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가졌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은 중국과 경제협력과 인적교류가 많아지면, 중국이 북한을 부담으로 느끼고 한국편으로 올 것이라고 당초 예상했다. 반면에 중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이 정치적, 안보적으로 중국이 원하는 만큼 순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문제가 생기면 “놀라고 실망하고 분노했으며”, 이에 따라 양국관계가 과도하게 불안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우리 정부는 이러한 양국관계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으면서 신중하고 쿨하게 양국관계를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의 한국에 대한 중국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 중국 정부는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 영원한 이웃”이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한반도국가가 중국의 세력범위 내에 있었고, 앞으로도 중국의 영향력에서 이탈할 수 없다는 ‘중화질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중국의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한·중·일 메커니즘에 대해 중국이 지지를 표명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의 선의를 보여준 것으로서, 한국 정부는 이를 양보의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고압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중국은 시진핑의 방한이라는 ‘선물’을 통해, 한국에게 큰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처음부터 중국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으며, 시진핑의 방한에 연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시진핑의 방한은 양국관계의 개선이 아니라, 양국관계의 차이를 확인하여 양국관계를 더 불안정하게 할 수도 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이 개최한 전승절 기념식에 무리하게 참석했다. 이는 당시 한국이 중국을 파격적으로 대할 경우 북한을 버리고 한국으로 더욱 가까이 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패로 끝났다. 한편, 한국 정부는 2016년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박 대통령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나온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조치를 취했고, 2017년 우리의 안보주권을 상당히 제한하는 ‘3불’을 강요했다. 이렇게 양국의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오히려 한·중관계에 역효과를 낳았다.

그리고 우리가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연연하여 중국에게 과도한 양보를 한다면, 지금까지 추진해온 한·미·일의 협력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인 외교가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강압적 외교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초강대국인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에 대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우리에게 크게 실망하여 양국관계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우리는 “상호 존중의 한·중관계를 만들겠다”는 노력과 한·미동맹의 강화를 계속 추진하고, 보편적 국제규범에 근거하여 우리의 입장을 원칙 있고 일관되게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원칙에 기반을 둔 대중국 관계의 관행을 지속 축적해 나감으로써 우리 스스로 존중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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