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생, 기업 총수로서는 한창 일할, 젊은 나이인 최태원 SK회장이 승계문제를 꺼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최태원 회장은 11일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SK그룹의 승계문제를 언급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은 "후계구도에 대해 생각 중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만약 어떤 사고를 당하면 누가 SK그룹을 이끌게 될 것인가?"라고 되묻고,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밝힐 때는 아니다"고 밝혔다.

SK그룹 안팎, 재계에서는 특히 최 회장이 “나만의 계획이 있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한다. 의례적인 대답을 넘어선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25년 전인 1998년 선친 최종현 SK 회장이 별세하자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2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60대 초반의 나이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최근 2030 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 맹활약을 하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후계구도 언급은 느닷없어 보일 수 밖에 없다.

본처인 노소영씨와의 사이에 둔 1남2녀의 나이가 이제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SK 그룹은 지배구조 및 최 회장의 적은 지분 때문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처럼 자녀들에게 지분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3세 경영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 회장의 SK의 지주사, SK㈜ 분은 17.50%에 불과하다. 대기업 지배 지분에 대한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6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주식을 물려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얼마전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갑작스레 사망하자 유족들은 수조 원에 당하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넥슨그룹 지주사인 NXC 지분을 정부에 세금 대신 물납(物納)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최 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정립하고 자녀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안 밖에 없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방식이다.

이와관련, 최태원 회장은 2021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녀 승계 문제에 대해 “승계 기회는 전문경영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제 자녀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면서 “자녀의 경영 참여에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올 7월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는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주주로서 베니핏(이익)을 물려주는 게 더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SK그룹 안팎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현 시점에서 이같은 후계문제를 언급한 것이 노소영씨와 진행준인 재산분할 소송과 이에따른 가족간 문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본처였던 노소영씨와의 재산분할 소송 항소심이 진행중인 가운데 노씨와의 사이에서 나온 세 자녀는 얼마전 모두 개별적으로 재판부에 최 회장에게 매우 불리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세 자녀의 탄원서에는 현재 최태원 회장이 동거중인 김모씨의 ‘도를 넘은’ 행동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최 회장측 변호인단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이들 세 자녀는 모두 SK 계열사를 퇴사한 상태인데, 이를 두고 “어머니 편에 서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돈다.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후계구도를 언급하면서 “나만의 계획이 있다”고 말한 것이 결국은 자녀를 향해 던진 압박성 메시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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