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있었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승리를 전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서구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험지(險地)인데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태우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 곳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후보를 사면복권까지 해서 무리하게 공천한 점, 좌파 친민주당계 언론의 선동으로 홍범도 동상철거 문제가 중도층에 적지않은 피로감을 안긴 점 때문에도  '질수 밖에 없는 선거'로 꼽혔다.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여당 주변에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져도 본전”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민주당이 이기면 온갖 사법리스크를 안고있는 이재명대표 체제가 내년 총선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인한 친명-비명간 공천싸움 등으로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17.1%P 차이의 대패(大敗)는 “져도 본전”이라고 했던 사람들의 입을 쑥 들어가게 하는  대신 당 안팎에 상당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를 대체하는 비대위 체제 필요성과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의 정국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12일 대통령실은 "선거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는데, 내년 총선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어떤 방식이든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 첫 조치라고 할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 참패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천문제와 관련, 그동안 여권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설이 파다했고,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결과적으로 김태우 후보가 참패함에 따라 그를 밀어붙인 대통령 및 주변의 ‘근거없는 자신감’ 내지 ‘밀어붙이기’ 행태에 대한 성찰 내지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사사로운 인연에 치우친다”거나 “즉흥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고조될 수 밖에 없는 중도확장의 목소리와 이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 민주주의 행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좌파정권이 와해시킨 한미동맹을 복원하는 등 역대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자유 민주주의 행보를 해왔다.

하지만 여론조사 등을 통해 육군사관학교 교정의 홍범도 장군 동상철거 문제가 이번 보궐선거가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정치공학을 신봉하는 여권내 중도주의자들에 의한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행보 자제’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념행보를 지양하는 대신 경제, 특히 서민경제를 챙기는 민생행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로나 19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이라는 악재가 등장했고, 미국의 영향에 따른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야만 하고, OECD 국가중 최하위원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의 이슈를 민생경제로 만들 경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같은 민주당의 악재를 모두 덮어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내년까지도 경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를 묻는 총선을 했을 때, 결과는 뻔한 일이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는 기본에 충실해서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자유 민주주의 행보는 더 이상 한낱 ‘이념행보’로 치부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운명,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대학가를 휩쓴 주사파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에 대거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에서 벌이지고 있는 모든 갈등, 현상의 본질은 친북 좌파와 자유 민주주의의 대결이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국가적 합의, 컨센서스 없이는 국민적 화합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크고, 절실하면서, 중요한 문제를 던지고 그 답을 제시하는 쪽이 이기는 ‘민주주의 꽃’이자, 전쟁(내전)을 피하기 위한 행위다.

최근 정부는 광주시청에 대해 정율성 공원 조성 백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당이 호남 유권자를 겨냥해 중도확장을 시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광주 전남에서 단 한석이라도 건질 수 있을까?

그보다는 호남의 유권자들을 향해 당당한 태도로 친북 좌파정당을 지지할 것인지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큰 선택을 강요해야 한다.

하마스에 기습 공격으로 조국이 위기에 처하자 미국에 유학중이던 이스라엘 여군 장교 출신 예비군은 소집통지를 받지 않았지만 서둘러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다.

“우리의 가치를 확고히 붙잡을 때에, 우리는 승리한다. 이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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