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필수품 박탈 포위공격은 국제법 위반"
WHO·적십자, 구호품 반입 촉구
美·EU, 국제인도법 준수 목소리
이집트 이집트, 지원 위한 6시간 휴전 제안"

가자지구 자발리아에서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과 차량들 사이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생존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AFP연합]
가자지구 자발리아에서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과 차량들 사이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생존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AFP연합]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닷새째를 맞은 11일(현지시간) '피의 보복'을 예고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봉쇄와 무차별 공습에 대해 국제사회에 비판론 내지 경계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따른 연료 부족으로 이날 오후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주 전력이 끊겼다. 

병원들은 비상 발전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마저 이틀이나 나흘정도만 버틸 수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는 수 세기를 거슬러 중세시대로 돌아갔다"며 "붕괴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25만명이 넘는 피란민을 위한 음식과 식수가 12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수많은 자국민 희생자가 나온 데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도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유발할 봉쇄 전술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개시한 가자지구 전면 봉쇄 전술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지구 전면 봉쇄 명령을 내리고 전기·수도·식량·연료공급을 차단했다"며 "이는 해당 지역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을 박탈해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포위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이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준수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이와관련 이집트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6시간 휴전을 제안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알아라비야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집트가 제한적 휴전 상태에서 가자지구와 이집트간 유일한 통로인 라파 통행로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계획을 미국 등과 함께 논의했다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전면 봉쇄 상태인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물자가 반입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 줄 것을 호소했다.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연설에서 "테러리스트들은 고의로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살해하지만, 우리는 전시 법률을 옹호한다"며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전술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예고 없는 공습에 인질을 1명씩 살해하겠다는 하마스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날 밤에도 200곳 이상을 타격하는 등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사용하는 가자지구의 대학을 공격했다고 밝히는 등 모스크와 주택, 병원, 학교 등 무차별 공습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이어 이스라엘 남부와 중부 등을 겨냥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도 이어졌고, 양측의 사망자가 2300명을 넘어서는 등 사상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 지구 진입임 임박해지면 서 미국은 관련국들과 미국인 및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대피를 위한 긴급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 미국인과 가자 지구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접한 이집트로 대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의 민간인 대피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 이집트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한편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경우  인구가 밀집돼있고 복잡한 지하 터널이 얽힌 가자지구 특성상 시가전이 벌어지게 되고 이에따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인명피해도 급격히 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자지구는 세종시보다 작은 365㎢ 면적에 200만명 이상이 살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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