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승소 가능성 희박” “현재소장 후보” 뒷말 무성

고 구본무 회장의 직계 가족들과  경영권 소송하고 있는 LG 구광모 회장
고 구본무 회장의 직계 가족들과 경영권 소송하고 있는 LG 구광모 회장

고 구본무 전 LG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등 세 모녀가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 청구소송에서 원고측 세 모녀의 변론을 맡았던 헌법재판관 출신의 강일원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대표변호사가 돌연 사퇴했다.

강일원 대표변호사와 그의 아들인 강규상 변호사는 지난 5일 있었던 이 소송의 첫 변론 다음날인 6일 재판부에 소송대리인 사임서를 제출했다.

세 모녀 측 변호인단은 배인구, 조영욱 성주경 변호사 등 법무법인 로고스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 5월 사임한 뒤 법무법인 해광의 임성근 대표변호사가 합류하면서 강 대표변호사와 임 대표변호사의 투톱 체제로 운영됐다.

강일원 변호사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법조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단,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그동안 세 모녀측의 승소(勝訴)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다른 변호사들과 변론전략에 이견을 보여온 강 변호사가 첫 재판을 지켜보고 “결단을 내렸다”는 소문이 나돈다.

지난 5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는 고 구본무 전 LG 회장의 지분을 전부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해야 한다는 구 전 회장의 유지가 있었다는 것을 세 모녀가 인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재판에는 하범종 ㈜LG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지난 1994년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하 사장은 구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까지 가장 먼저 만나 업무 보고를 하고 주요 인사와의 외부 식사에 동행하는 등 구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다.

하범종 사장은 이날 재판에서 세 모녀 측이 주장하고 있는 유언장의 부재와 관련, “유언장은 없었지만 구본무 전 회장의 뜻이 담긴 메모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메모에는 개인재산 및 경영재산을 구광모 회장에게 승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구 전 회장의) 말씀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 모두 해당 메모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와관련, 하 사장은 "구 전 회장의 지시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문서를 작성한 뒤 A4용지로 출력해 보고하며 서명까지 받은 자료가 있다"며 "이를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에 직접 확인까지 받았다"고 증언했다. 반면 세 모녀 측 변호인단은 이런 문서를 확인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하 사장은 "구본무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하기로 했지만 김영식 여사가 딸들에게도 지분을 상속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을 해 경영권이 위협되지 않는 수준에서 구 전 회장의 지분을 구 회장과 세 모녀가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세 모녀 측 변호인단이 해당 메모가 파기된 것을 추궁하자 하 사장은 "메모를 사무실에 보관했으나 LG그룹 전통에 따라 장자 승계 원칙이 정해져 있었고 김영식 여사도 납득을 했기에 실무진이 파기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룹 총수가 상속의 유지를 담은 걸 서명까지 한 메모를 실무진이 폐기할 수 있느냐'의 질문에 하 사장은 "법률적으로 보장된 게 아니며 주주(구광모 회장, 세 모녀)들이 (그룹) 전통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이에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단은 "메모에는 구본무 전 회장의 지분 전량을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결국 지분을 가족들이 나눠 갖은 만큼 메모는 아무런 효력이 없어 보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첫 변론기일의 이같은 내용을 두고 당초 소송을 냈을 때 지적됐던 것처럼 재판이 세 모녀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모녀가 행사한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이 없으면서도 사실상 상속의 효과를 보유한 사람(참칭·僭稱 상속인)에 대하여 진정한 상속인이 상속의 효과를 회복할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민법 999조).

그런데 세 모녀는 상속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을 안지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이내에 해야만 하는 상속회복청구권을 구본무 전 회장이 작고한 2018년 5월20일 기준으로 5년이나 지나서 제기했다.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 중 LG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주식 11.28% 중 구광모 회장이 8.76%를, 두 딸 구연경 연수씨가 각각 2.01%와 0.51%를 상속받는 대신, 구 전 회장의 나머지 재산 5000억원 상당은 대부분 부인과 두딸이 물려받은 점 또한 세 모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특히 세 모녀가 법률적 무지 등으로 인해 5년전에는 자신들에게 상속권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 또한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LG그룹이 LG전자의 눈부신 약진과 자동차 배터리 사업 호조로 유례없는 실적을 보이자 세 모녀가 당초 포기했던 경영권에 다시 관심을 갖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밥조계에서는 평소 엄격한 원칙주의자이자 반듯한 성품의 강일원 변호사가 재판 도중에 대리인을 사임한 것을 놓고, ”소송전략 등 재판 진행 방향을 놓고 의뢰인인 세 모녀측과 갈등이 심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강 변호사가 그동안 다음달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후임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신변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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