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경계로 탱크·헬기 집결
이스라엘 주민에 대피령
네타냐후 총리 '피의 보복' 예고 
헤즈볼라-이스라엘 교전 이어져
"본격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에 치명적"
이란과 시리아 개입도 큰 우려 
미국의 깊어지는 고민 
우크라와 이스라엘 '2개 전선' 부담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접경지로 이스라엘군 M-109 자주포가 9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지배 중인 가자지구와 맞닿은 이스라엘 남부 국경 지대로 전개되고 있다. [AFP연합]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접경지로 이스라엘군 M-109 자주포가 9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지배 중인 가자지구와 맞닿은 이스라엘 남부 국경 지대로 전개되고 있다. [AFP연합]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이 반격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전날 밤 이스라엘이 가자 인근 지역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고 72시간 동안 필요한 음식과 물, 다른 물자를 충분히 마련하라고 알렸다고 전했다.

현재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경계의 고속도로 인근에선 공습과 대포 소리가 들리고 이스라엘 탱크가 지나갔으며 군용 헬리콥터가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가자지구로의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의 지상 작전에 앞서 30만명의 예비역을 소집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도 강화했다고 전했다.

항공편 추가 배정 등 조치에 따라 지금까지 동원된 예비군 수는 약 36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전했다.

이는 이스라엘 인구(약 920만 명) 약 4%에 해당하는 수준이자 이스라엘에서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예비군이 동원된 사례다.

'피의 보복'을 경고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면서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10일(현지시간) 남부 케르베트 셀렘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사망한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10일(현지시간) 남부 케르베트 셀렘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사망한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입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동전'으로의 확전이다. 

우선 하마스에 우호적인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란 등의 반응이 주목받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에 대한 로켓과 박격포 발사를 통해 하마스 지지를 이미 선언했다. 

1983년 창립된 헤즈볼라는 유도 로켓 등 정밀 타격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등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군사력만 보면 레바논 정부군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레바논에서 하마스측으로부터 15발의 로켓이 발사되자 이에 포격대응을 했고,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 소유의 감시초소 두 곳도 탱크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맞서 헤즈볼라 측 또한 위성방송국을 통해 대전차유도미사일(ATGM)을 발사해 이스라엘 이스라엘 북부 아비빔 지역의 군용차량 2대를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가 전쟁에 가세하면 이스라엘군은 서남부와 북부에서 양면전을 치러야 한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원국을 차저하는 이란의 태도 역시 문제다.  

이란은 헤즈볼라의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후견 국가이며,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도 해마다 1억달러(1350억원) 남짓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일 "이란이 하마스와 지난 8월부터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고 이를 논의하는 자리에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하마스, 헤즈볼라 등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2006년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인 전례도 있다. 당시 레바논에선 1110명이 숨지고 이스라엘에서 200명이 희생됐다.

여기에 엎친데덮친 격으로 시리아가 이날 다수의 박격포를 이스라엘로 발사했다고 AFP,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분쟁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교전이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도 이날 "헤즈볼라와 협력하는 팔레스타인 세력이 골란고원을 향해 박격포탄을 발사했다"면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쿠네이트라와 다라에 있는 시리아 정권의 기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과 함께 이슬람 '시아파 벨트' 국가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시리아의 이번 공격은 '확전'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중동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헤즈볼라, 이란 그리고 시리아까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관여하는 '전선'이 2개(우크라이나와 중동)로 늘어나며 큰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와 달리 이스라엘은 미국이 동맹국으로 분류하는 나라다.

대우크라이나 지원이 우선순위 면에서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대이스라엘 지원에 밀릴 가능성도 작지 않다.

미 국무부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오는 12일 이스라엘에 급파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란의 가세에 의한 '중동전쟁'으로의 확전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편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직접적으로는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건 지난 2014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50일에 걸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주민 2000명 이상이 숨지고 1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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