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운심석면에서 11월 25일까지 
"운심석면비영리문화재단 설립 기념" 위한 전시
쿠부치사막, 바이칼호수 등의 황홀한 정경 담아
오프닝 행사엔 김광석 기타리스트와 성악가들 무대
"구름의 마음처럼, 돌의 얼굴처럼 살겠다" 

김용원 한강포럼 명예회장이 평창동의 운심석면 전시장에 걸린 자신의 작품 '중국 쿠부치사막'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용원 한강포럼 명예회장이 평창동의 운심석면 전시장에 걸린 자신의 작품 '중국 쿠부치사막'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미술작품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된 애장품 전시를 위해 2018년에 작은 집 운심석면(雲心石面)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주민과 지인을 모시고 작지만 뜻깊은 문화 모임을 여러차례 가졌습니다. 그같은 문화적 삶의 현장을 공익화함으로써 일상을 더욱 아름답고 창조적으로 만드는 사회운동에 기여하고자 지난 7월 4일 '운심석면비영리문화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오늘 행사는 제 여행사진 작품 전시회 오프닝으로 마련됐지만 운심석면 재단 출범을 기리기 위한 의미도 지녔습니다. 

가을바람이 소슬하게 부는 지난 7일 한강포럼(회장 여상환)을 30년 가까이 이끌어온 김용원 명예회장의 사진전 '구름이 마음을 만나' 오프닝행사가 평창동 운심석면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전시회에는 김 명예회장의 사진 30여점이 걸려 방문객을 맞았고 전시 개막을 위한 축하공연도 마련됐다. 

지난 10월 7일 평창동의 운심석면 2층 야외정원에서 진행된 전시 오프닝 축하공연. 기타리스트 김광석 씨가 자작곡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평창동의 운심석면 2층 야외정원에서 진행된 전시 오프닝 축하공연. 기타리스트 김광석 씨가 자작곡을 연주하고 있다. 

운심석면재단 출범과 그의 사진전을 기념하기 위해 운심석면 정원 무대에 마련된 음악회에서 김용원 명예회장은 개인전 축하를 위해 찾은 70명 가까운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로 '운심석면문화재단' 출범의 의의를 설명했다. 

운심석면문화재단 설립 과정에 대해 말하며 그는 "아내(신갑순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 대표)가 나도 모르게 모아놓았던 1억원을 출연, 고맙게 생각한다"고 공개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2시간여 이어진 축하 공연에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김광석 씨가 우정 출연, 자작곡 구름위에서 놀다·은하수·사막 등을 연주한데 이어 성악가 권성순(소프라노) 씨와 김지연(바리톤)·김영옥(메조소프라노)·이연성(베이스) 씨 등이 '사의 찬미', 안달루시아민요', '베사메무초' 등을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줘  열띤 반응을 얻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지만 그처럼 전시 오프닝 공연이 유명 연주자와 성악가의 출연으로 품격있게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김 명예회장의 부인인 신갑순 대표의 '내조'가 한 몫했다. 

매년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 공연을 개최하고 있는 신 대표는 클래식 작곡자들에게는 '큰 언니'로 통한다.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신 대표는 "남편은 피난시절 만난 인연으로 결혼, 60여년간 '일생의 친구'로 지내며 나를 '못 말리는 친구', '해결사'로 지칭하고, 존중해주고, 지켜주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이 또한 큰 행운이요 고맙고도 감사한 일입니다"라고 감회 어린 표정으로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운심석면 2층 공간에서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1층의 김용원 명예회장 사진전 현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한 이들은 모두 감탄사를 금치 못했다. 

 

김용원 '한강포럼' 명예회장의 사진 작품들

황사의 발원지로 알려진 곳으로 권병현 전 중국대사가 매년 나무를 심고 있는 중국의 쿠부치사막이나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이라는 바이칼호수, 자연 그대로의 광활한 땅인 몽골 초원, 우리에게는 슬픈 땅인 동토(凍土) 사할린,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유부웅 목사를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케냐의 대초원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 작품 속 신비로운 정경은 그 자체로 황홀하면서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꼭 놓쳐서는 안될 감상포인트는 오지의 사막과 황량한 동토에서 좀처럼 잡기 힘든 순간의 광경을 앵글에 담아낸 김 명예회장의 열정과 끈기다. 

김 명예회장은 이번 전시회에 걸린 작품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운심석면을 오픈하고 서화 작품들을 옮겨오는 과정에서 그동안 내가 찍어 인화해놓았던 큰 사진들, 내 딴에는 작품 사진으로 찍은 것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어요. 이제 와 다시 보니 외람되게 작품 사진이라 내세울 수는 없으나 나로서는 감회가 깊었어요. 사진 그 자체보다도 그 현장에 갔었던 나날들의 기억이 떠올라 '참 그때가 좋았구나' 하는 마음에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이 사진들을 그냥 묻어버리기는 아쉽고 또 아깝던 차에, 운심석면 비영리문화재단 설립을 계기로 조그마한 전시회를 열어 가까운 분들과 같이 보며 웃고 즐기는 기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김용원 명예회장은 재계와 언론계는 물론 화단에서도 소문난 미술작품 컬렉터다.

평창동에 운심석면을 건립한 것도 "본인이 소장한 작품을 바꾸어 걸며  가깝게 지내는 분들과 함께 문화에 대한 담소를 나누었으면 하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김 명예회장이 20대부터 그동안 수집한 작품은 김홍도의 '주상관매도'에서부터 장승업의 '노안도', 추사 김정희의 글씨, 이중섭, 장욱진의 초기작품에 이르기까지 수백 점에 이른다.

딱히 화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그처럼 많은 미술작품을 사 모았다는 것은 미술 작품에 대한 그의 순수한 동경을 대변해준다.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기자(편집국장)를 거쳐 대우전자 사장, 대우경제연구소 회장을 지냈다. 이후 도서출판 '삶과 꿈'을 창립했으며, 정·재계, 학계, 언론계, 문화예술계의 오피니언 리더들 모임인 '한강포럼'을 지금도 명예회장으로서 이끌고 있다. 

최근 펴낸 책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삶과 꿈' 刊, 부제:내가 만난 작품 내가 만난 작가, 김용원 아트컬렉션 1966-2020)에서 그는 기자 초년병 시절(경제부 기자)부터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술 작품을 수집했다고 밝혀놓고 있다. 

특히 그는 검여 유희강(劍如 柳熙綱, 1911~1976)의 글씨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그래서 평창동 전시공간 이름도 검여가 쓴 '운심석면'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검여는 한창 서예가로 명성을 날릴 당시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마비 상태가 됐지만 왼손으로 다시 글씨를 쓰기 시작해 좌수서(左手書)의 새 경지를 개척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당대에 회자됐다.  

김용원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싱어즈' 대표인 신갑순 여사(가운데)가 운심석면 전시장을 찾은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용원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싱어즈' 대표인 신갑순 여사(가운데)가 운심석면 전시장을 찾은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글씨와 뜻 모두 좋아 소중히 간직하는 작품이 '운심석면(雲心石面), 운수죽동(雲隨竹動)'라며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 구름을 따라 대나무가 움직인다"라고 의미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운심석면은 비록 공간은 크지 않지만 김 명예회장의 소망을 화단에서 알아주기나 한 것처럼 지명도 높은 중견 작가들의 작품과 의미있는 기획전 등을 많이 개최했다.  

그동안 진행된 전시회를 살펴보면, 

2018.12 <운심석면> 준공

2019.9 현대여성화가 소장품전. 방혜자·김원숙·노은림·김애영 외

2019.10 Wonsook Kim College of Fine Arts 명명 기념 김원숙 소장품전

2020.9 고서화 소장품전, 추사·단원·겸재·오원·대원군 등

2021.6.20~7.20. 진의장 초대전

2021.11.2.~12.30. 베르너 사세 초대전

2022.4.1.~5.30.석촌 윤용구(1853~1939) 서예 소장품전

2022.7.1.~7.31.백남준탄생 90주년 기념전. 소장품과 대여 작품

2022.11.8~12.13. 판화 소장품전, 이우환·김창렬·황규백·한국·김봉태·이응로·남관 등

2022.11.12~2023.2.4. 운심석면 콜렉터 마스터 클래스, 김용원 대표 특강

2022.12.8. 외국인 유학생 초청 관람회 

2023.7.4. <운심석면문화재단> 설립

2023.10.7~11.30. 구름이 마음을 만나: 김용원 사진전. 운심콘서트1

김용원 명예회장과 신갑순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다시한번 '운심석면'을 언급했다. 

검여 유희강의  ‘운심석면’.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 의미를 지녔다  
검여 유희강의  ‘운심석면’.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 의미를 지녔다  

"운심석면은 검여 유희강 선생의 서예 작품에서 따온 구절로, 우리 부부의 소장품이자, 소장 이력서인 책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 제목이자, 삶의 기본 철학이기도 합니다. 구름의 마음처럼 돌의 얼굴처럼,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정신으로 '삶이 곧 문화다'를 캐치프레이즈 삼은 무형유형의 꿈을 이어가겠습니다."

한편 이날 전시 오프닝 행사에는 김영수 전 문화부장관(이름 가나다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진환 변호사,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이순종 자하문문화포럼 이사장,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이준용 DL그룹 명예회장,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 시인이며 화가인 진의장 전 통영시장, 최우종 서울대 작곡과 교수, 최인수 전 서울대 미대 학장, 종로가 지역구인 최재형 의원(국민의 힘),  현대무용가 홍신자 선생과 남편인 독일인 화가 베르너 사세 등 김 명예회장 부부와 평소 가깝게 지낸 수많은 명사들이 찾았다. 전시는 오는 11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전시는 오는 11월 25일까지 계속된다. 

글·사진=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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