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 168명을 대상으로 ‘수박 당도’를 표기한 수박감별 사이트인 ‘수박아웃’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해당 사이트를 만든 한겨레 출신 허모 기자는 ‘친명계, 비명계 편 가르기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해당 사이트를 통해 내년 총선 때 수박 인사들이 당선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수박아웃 홈페이지 캡처]
[사진=수박아웃 홈페이지 캡처]

이재명 대표, 비명계 색출하는 ‘수박 당도’ 감별에 대해 사실상 용인?

친명계 핵심 인사들 중에서도 ‘수박 명단이 사실과 다른 경우도 있다’며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지만, 이재명 대표는 아직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침묵함으로써 당도 높은 수박 인사들을 총선에서 배제할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수박 당도 감별’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을 패배의 길로 이끈 시초가 ‘진박 감별사’라며, 수박 감별사 사태가 민주당 안에서 벌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우상화하는 수박 당도 체크가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지나친 우상화 작업의 부작용이 속출함으로써 국민의힘을 미소짓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수박 당도 사이트= 5가지 기준으로 당도 체크, 당도가 높을수록 이재명 충성도는 낮아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허모 기자가 만든 ‘수박아웃’ 사이트 링크를 공유하며 ‘수박’으로 찍힌 의원들 비판에 몰입하고 있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에서 만든 용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내 비명계를 비하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설된 사이트에서 밝힌 수박 의원 판별 기준은 5가지가 꼽힌다. ▲'비위 검사 탄핵 법안 발의’에 주저했던 의원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의원들 ▲'대의원제 정상화 개혁안’에 반대한 의원들 ▲'민주당의 길’ 의원모임 참여자 ▲'민주주의4.0′ 의원모임 참여자 등이다.

이상 5가지 중 해당되는 사안이 있으면 ‘당도’가 높아진다. 당도가 높을수록 수박 정치인에 해당된다. 당도가 높을수록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는 획일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기준을 토대로 분류한 결과 수박당도 '5'를 기록한 의원은 강병원·김종민·윤영찬·최종윤·홍영표 의원 등이다.

당도 '4'인 의원은 김영배·박용진·양기대·오기형·이용우·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7명이다. 박광온·서동용·고영인·오영환·김철민·이병훈·이상민·서삼석·송갑석·장철민·전해철·송기헌·최인호·신동근·홍기원·홍정민 의원 등 16명은 당도 '3'인 의원에 해당한다.

고민정 최고위원,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김한규 의원 등 19명은 당도 '2', 당도 '1'로 분류된 의원은 서영교 최고위원, 정성호 의원 등 54명,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박찬대·장경태 최고위원, 김의겸 의원 등 66명은 당도 '0'으로 분류됐다.

대부분 비명계를 골라내기 위한 기준이지만,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비리 검사 탄핵’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도 1로 분류돼 ‘친명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따라서 당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가결파 의원들을 색출해 징계해야 한다는 당내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당도 감별 사이트가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수박 당도 4’인 박용진, “수박 당도 측정은 국민이 보기에 엄청 불쾌한 이야기”

비명계로 ‘당도 4’로 분류된 박용진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왜 졌는지 생각해보라며, 민주당이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새누리당을 패배의 길로, 박근혜 정권을 폭망의 길로 이끌었던 시초가 ‘진박 감별사’”라며, “진박 감별수사의 원조인 조원진 (전)의원조차 혀를 내두르고 걱정하는 수박 감별사 사태가 우리 민주당 안에서 벌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수박 감별의 당도 측정이 지금은 우스갯소리처럼 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에서도) 진박 감별사는 어떻게 보면 농담 비슷하게 시작된 이야기였다. 그런데 국민들이 볼 때는 엄청 불쾌한 얘기였다”고 지적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사진=CBS 유튜브 캡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지난 5일 CBS라디오에서 "당도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국민이 가장 괜찮다고 보는 사람들"이라며 "바른 소리 하는 사람들이 다 들어가 있는데, 그렇게 정리해서 총선 치를 수 있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수박 당도 5‘인 이원욱,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용어가 민주주의 정당에 맞느냐”

비명계로서 ‘당도 5’로 분류된 이원욱 의원은 SNS를 통해 ‘팬덤 민주주의의 폐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수박이라는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지지자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해 묻겠다. 당신들은 민주주의자 맞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의 가치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겨냥해 "오직 관심이 순도 100%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드는 것만이 목표인가"라며 "누구의 민주당이라는 용어가 민주주의 정당에 맞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수박 당도 1’을 기록한 친명 좌장 정성호, “분열하고 편가르기 해서는 선거에 이길 수 없어”

비명계뿐만 아니라 친명계에서도 ‘수박 당도 체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6일 SBS라디오에서 자신이 이 사이트에서 당도가 0이 아니라 1로 분류됐다고 소개했다. 정 의원은 “도를 지나친 표현에 대해서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자제를 당부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함께 가야 선거에 이기지, 나누고 배제하고 분열하고 편 가르기 해서는 선거에 이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박아웃 사이트가 분류한 수박) 명단을 봤지만, 사실과 다른 경우도 있다”며, ‘수박’으로 분류된 의원들에게 “일부 강성 당원들이 그렇게 하더라도 너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을 강하게 지지하고 사랑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니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거기에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침묵하는 이재명, 강경파 정청래 해법 선택할 듯

정 의원은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가결파를 정리하기보다는 통합하려는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4일이나 단식하고 영장 기각된 후 몸을 추스른 다음 당무에 복귀하면서 당을 분열시키는, 또 편을 가르는 발언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이같은 예상과 달리 이 대표는 아직까지 ‘수박 당도 체크’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비명계를 겨냥해 ‘고름은 살이 될 수 없다’는 식의 숙청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일절 함구하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는 것일 뿐, 비명계 숙청은 예고된 수순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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