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돌려보내고 한국인은 장기 억류하는 북한

통일부는 8일 북한이 한국인들을 장기 억류하는 등 반인륜적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속히 한국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공개 요구했다. 이날은 김정욱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다. 김 선교사는 2013년 10월 8일 평양에서 체포됐다. 현재 북한은 김 선교사를 포함한 6명의 한국인에 대해 생사 여부도 알려주지 않은 채 장기 억류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김 선교사가 김정은 정권에 의해 강제 억류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라며 "(이외에)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포함해 우리 국민 6명이 본인 의사에 반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 북한에 장기간 억류되어 있다. 북한은 생사 확인 등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아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했다.

통일부는 "정부는 북한 당국의 불법적, 반인륜적 조치를 규탄하며 국제 인권 규약 당사국이기도 한 북한이 하루속히 북한 내 억류 우리 국민들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해 일말의 인식이라도 있다면 더 이상 기본적인 인권에 관련된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도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자유권 규약)은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하여 어떠한 나라로부터도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등 선교사 3명과 탈북 이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 씨 등 한국인 6명이 억류된 상태다. 북한은 밀입북 등의 혐의로 이들을 붙잡고 재판을 통해 '무기노동교화형' 등 중형을 선고했고, 이들의 소재와 생사 역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들이 열악한 시설과 처우로 고초를 겪으며 비인도적 상황에 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한국인 6명을 억류한 주체를 '김정은 정권'이라고 명시했다. 지난 정부에서라면 성명에 기재되기 어려웠을 표현이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 좌파정부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운운하며 북한의 자국민 억류 등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 대책반'을 신설했다. 김 장관은 관련 단체 및 가족과 차례로 직접 면담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원칙을 중시하며 억류·납북자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납북자·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며 물밑 대화를 지속했던 북한은 2018년 5월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을 한꺼번에 석방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적극 제기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