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 이어 세계적 반열에 오른 노르웨이 극작가
수상소감, "나는 압도됐고, 다소 걱이 난다"
"문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어진 상"
간결하면서 음악적 문체로 희곡·소설·시·아동문학 섭렵
민음사에서 '멜랑콜리아 I-II, 1995~96' 곧 발간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 [AFP연합]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 [AFP연합]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짧고 심오한 시적 문체로 정평이 난 노르웨이의 극작가 욘 포세(64)가 선정됐다. 헨리크 입센 다음으로 자국내 무대에 많은 작품을 올리는 대중적 작가이며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도 불린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포세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그의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말로 표현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의 작품은 인간의 불안과 양가성을 본질에서부터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포세는 "나는 압도됐고 다소 겁이 난다"며 "이 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다른 고려 없이 문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어진 상이라고 본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욘 포세는 북유럽권에 널리 알려진 거장이다. 그간 40여편의 희곡을 비롯해 소설, 동화책, 시, 에세이 등을 썼다.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다.

국내에도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3부작 중편 연작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 등 3편(새움) 등이 번역돼 있다. 또 이달 20일 경에는 민음사에서 '멜랑콜리아 I-II, 1995~96'를 펴낸다.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저서. [로이터연합]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저서. [로이터연합]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 Tom A. Kolstad. [문학동네 제공]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 Tom A. Kolstad. [문학동네 제공]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하르당게르표르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전공했고, 이후에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면서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한 후 1989년 소설 '보트 창고'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소설로 데뷔하기는 했지만, 극작을 시작한 이후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끄는 동시대 최고 극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현재는 주로 희곡에 집중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창작에 몰두한 후 10여 년만인 1994년에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했고 이후 '이름', '누군가 올 거야', '밤은 노래한다', '기타맨',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나는 바람이다' 등의 희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포세의 많은 작품에 배경이 되는 곳은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좁고 긴 협만인 피오르드다. 그의 작품들에는 바다라는 대자연, 외부와 격리된 외딴집, 여기에 긴 세월을 담고 있는 오래된 사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의 독일어판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내가 쓰는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은 해변의 바에서 들려오는 소리, 가을의 어둠, 좁은 마을길을 걸어 내려가는 열두 살짜리 소년, 바람 그리고 피오르드를 울리는 장대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어둠 속의 외딴집, 어쩌면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간… 이러한 것들이다."

지난해엔 그가 지금껏 가장 길게 쓴 장편소설 '새로운 이름. 7부작 VI-VII' 영어번역판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그는 90년대부터 30여편의 희곡을 쓴 뒤 이제 "그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소설을 썼다고 당시 밝혔다.

작품 속에서 그는 "가족, 이별, 죽음, 사랑 등 평범한 삶의 신비주의"를 간결하면서도 음악적인 문체로 형상화한다.

해외 평단에서는 "포세의 언어는 과잉됨이 없고 반복되지 않으며… 음악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철저히 계산되어 구성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편 포세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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