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깊이 관여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간 '부동산과 정치'(오월의봄)에서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요인에 대해 "대출을 더 강하게 억제했어야 했다"며 아쉬움 섞인 주장을 내놨다.

김 전 실장은 "더 강하게 대출을 억제했어야 했다"며 "금리를 전반적으로 인상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를 좀 더 빨리 엄격히 적용하고, 특히 전세대출이나 신용대출, 변형된 부동산 기업대출 등을 모니터링하고 막았어야 했다"고 했다.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대통령 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부동산 종합대책인 8·2대책과 9·13대책 수립 등을 주도한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는 데에는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과 코로나19라는 한계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과잉유동성 상황과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 압박은 우리 정부 힘만으로는 어찌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았다. 집값 문제가 오롯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며 "적어도 2020년 이후 오른 것은 사실상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고도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관련해 일단 대출을 좀 더 강하게 죄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는 DSR 도입 시 "전세대출을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고민이었다"며 "이는 우리 주택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만큼 큰 문제여서 장기 과제로 미뤄뒀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DSR 전면 도입이 당초 계획인 2019년 12월보다 훨씬 늦어진 2021년 이후로 미뤄진 게 문제였다고도 했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자체는 줄었지만 전세대출, 신용대출, 부동산기업에 대한 사업자 대출 등이 커지는 풍선효과를 불렀다는 탄식이다.

이밖에 김 전 실장은 "3기 신도시 결정과 1·2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대책을 좀 더 빨리 입안하고 실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공급 불안 심리를 조기에 진정하지 못한 것도 정책 실패의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그냥 못 잡은 정도가 아니라, 두 배 넘게 뛰어버린 아파트 단지가 허다했다. 연이어 전세금도 급등했다.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핵심은 넘치는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이며, 공급, 세제, 그리고 청약제도 등 한국적인 제도들은 부차적인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주택의 금융화 시대에 대응하는 금융 정책의 새로운 차원이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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