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을 두고 여야간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진짜 민생을 챙기려면 여야 원내대표 회담 개최가 급선무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진짜 민생 챙기려면 민생 영수회담보다 시급한 과제 따로 있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지속된 국회 파행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민생법안 대책 논의는 실종된 상태이다. 민생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 본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본회의 일정을 잡기가 어렵다. 따라서 민생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의 영수회담이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서 10월 국회 본회의 일정과 우선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 리스트에 합의하는 게 급선무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통해 10월 6일 국회 본회의 개최에는 합의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하기 위해서다. “사법부 공백이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는 데 여야가 인식을 같이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급한 민생법안 98개 중 90개가 처리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된 여야 원내대표간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등 여야가 갈등을 빚은 현안에 대해선 추가 논의할 방침이지만, 이들 사안은 민생과 무관하다. 대규모 노조의 불법파업을 합법화시켜주는 노란봉투법만 해도 민주노총과 같은 거대 산별 노조가 강력 추진하는 집단이기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된 흉악범을 공동 감시하기 위한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을 공개하는 ‘중대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법’, ‘보호출산제 도입법’ 등은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본회의 처리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분통 터지는 이재명의 화법= 대한민국 망했다고 선동하며, 민생법안 언급은 일절 없어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SNS에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드린다’는 글을 올리면서 민생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대신에 가짜뉴스로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우리나라 출생률을 들은 한 외국 교수가 머리를 감싸쥐며 기함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면서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 대한민국은 소멸국가로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망한 것처럼 선동하면서 은근히 그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게 전가하고 있다. 즉 소멸국가 수준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윤석열 정부 탓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역대급 저출산 현상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격화돼왔다. 지난 2018년 처음으로 1명 미만인 0.98명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문 정부가 끝나는 2022년 0.78명을 기록했다.

이 대표가 이어서 거론한 민생위기 지표인 가계부채 급증도 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에 따른 부동산 담보대출액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회담을 하자면서 무관한 데이터를 동원해 상대방을 음해하고 공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 대표의 제안 글을 읽어보면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화가 날 정도이다.

‘구속영장 기각’을 ‘무죄 판결’과 동일시하는 민주당, 윤 대통령을 ‘불통’이라고 비난

더욱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빌미로 삼아 윤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을 퍼붓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누구보다도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꺼리지 않는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언제까지 피하려고 하나. 답 좀 하라”면서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공식 요청만 벌써 몇 번째인가. 윤 대통령의 불통은 가히 '기네스북' 감이다”고 주장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불통은 '기네스북' 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채널A 캡처]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불통은 '기네스북' 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채널A 캡처]

강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을 대신해서 이제는 국회를 방탄장으로 만든 것부터 사과하라는 '뜬금없는 사과요구'에 나섰다”면서 “언제까지 실체도 없는 '사법리스크'를 핑계로 제1야당을 부정하고 민생을 내팽개칠 작정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무죄 판결’과 동일시하는 가짜뉴스를 살포하면서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범죄 피의자이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날 수 없는 이유인 ‘사법적 조건’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민주당이 은폐하려는 사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날 수 없는 이유인 ‘사법리스크’는 변함없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영수회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와의 단독 회담은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은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삼아 이 사실을 은폐하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 총리는 “야당 대표를 만나라는 충언을 해 보신 적 있느냐”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윤 대통령은 ‘현재의 여건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면서도 “대통령은 저에게 ‘누구보다도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꺼리끼지 않는다’고 했고, 그것이 제가 아는 대통령과 같이 일하고 특히 법조계에 있는 많은 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대답했다. 윤 대통령은 월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방침이지만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은 곤란하다는 설명이었다.

안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있는 한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나”라고 추궁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은 ‘사법적 리스크가 있는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떤 시그널(신호)이라고 이해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언페어(불공정)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최소한 서너 개의 이 대표 개인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 국정운영에 대해서 논한다면,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법적 리스크'가 있는 야당 대표를 윤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 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의 단독 회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TV조선 캡처]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법적 리스크'가 있는 야당 대표를 윤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 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의 단독 회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TV조선 캡처]

한 총리는 나아가 “여건이 좀 안됐다는 얘기로 이해한다”면서 “지난번에 민주당 원내대표가 새로 뽑혔을 때 대통령이 만나겠다는 말을 했지만 원내대표가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이 대표는 단독 회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아닌 다른 민주당의 지도자와는 단독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비명계 3선 중진인 박광온 의원이 지난 4월 28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명계인 홍익표 의원을 꺾고 당선된 직후, 윤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당시 박 원내대표는 여야협치 복원을 위해 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거절했다.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여야관계 구도 등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대신에 지난 5월 2일 취임 축하 인사차 방문한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에게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회동을 제안했다. 정치 복원의 출발점이 여야 영수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이 대표의 체면을 세워줬다.

민주당이 여야 영수회담을 거부하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불통’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정치적 모략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 내 역학관계상 이 대표보다 낮은 직책인 원내대표와의 회동도 제안했다는 점에서,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사법리스크가 없고 도덕적 논란이 없는 야당 원내대표와는 만나서 협치를 논할 수 있다는 소탈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의 ‘무죄 호소인’ 전략은 국민의힘이 깨부수어야 할 대국민 사기극

너무 많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장기 단식을 통해 민주투사라는 가상 이미지를 구축하고, 영장 기각을 빌미로 삼아 ‘민생 영수회담’을 또 다시 제안하는 이유는 뭘까.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사법리스크가 이제 해소됐다는 허위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범죄 피의자와는 만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이제 나는 혐의를 벗은 것 아니냐”고 외침으로써,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재명이 사법탄압을 받고 있다는 논리를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이 대표의 ‘무죄 호소인’ 전략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무력화시키는 ‘총선 승리 전략’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깨부수어야 할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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