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1일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410일 제22대 총선전에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다. 유난히 길고 긴 이번 추석연휴를 감안하면 연휴가 지나자 마자 바로 선거, 열흘도 남지 않은 셈이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세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총선을 20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민심의 풍향을  읽을 수 있고,

둘째, 총선 전체의 승리를 좌우할 수도권, 그것도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선거로,

샛째, 서울 강서지역이 강남이나 강북과는 달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우세가 아닌  비교적 접전 지역이라는 점이다.

여야 모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의 기세를 총선까지 몰아가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달려있다.

국민의힘이 승리할 경우 당 내부에서 일고있는 수도권 위기론이 어느정도 수그러지면서 김기현 대표가 주도하는 선거체제 구성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윤상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등 당내 비주류가 제기해온 수도권 위기론이 심화되면서 선대위 구성 및 공천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예상된다.

최근 백현동 개발사업과 800만달러 대북송금 문제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됨으로써 기사회생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는 이번 보궐선거의 승리가 절실하기만 한 상황이다. 이 대표를 흔들고 있는 온갖 수사와 재판 등 사법리스크를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는데다, 내년 총선을 전면에서 진두지휘 할 수 있는 명분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27일 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까지 예정에 없던 의원총회를 긴급 소집해서, 판사출신인 김기현 대표가 판사의 재판행위인 영장기각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에서 이번 보권선거에 임하는 여야 모두의 절실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내세운 김태우, 진교훈 후보가 각각 검찰과 경찰 출신이라는 점도 공교롭다. 김태우 후보는 검찰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 수석실에 근무하면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비위를 폭로한 바 있고, 진교훈 후보는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검수완박의 최대 수혜자인 경찰조직의 2인자, 경찰청 차장을 지냈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제공자인 김태우 후보는 당내 경선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지난 8·15사면을 통해 출마자격을 얻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 들여졌는데, 여권 안팎에서 김태우 후보를 둘러싼 윤심논란이 일었던 이유다.

김태우 후보의 이같은 특성을 고려해 민주당은 진교훈 후보를 전략공천함으로써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온 핵심 이슈인 검찰통치 견제라는 구도를 만들었다.

통상 여야 모두 서울의 구청장 후보로는 서울시 고위 공무원 출신 등 행정전문가를 많이 발탁해왔는데,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이처럼 후보의 이력에서부터 정치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진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는 오차범위를 넘어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뉴스피릿의뢰로 지난 18~19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강서구 유권자 8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2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진 후보가 44.6%, 김 후보가 37.0%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7.6%로 오차범위(±3.5%포인트)를 넘었다. 다음으로 권수정 정의당 후보 4.4%, 권혜인 진보당 후보 2.7%, 이명호 우리공화당 후보 1.7%, 김영숙 민생당 후보 1.5%, 등의 순이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2.3%, 국민의힘 33.6%였다. 정의당은 4.5%, 진보당은 3.3%, 우리공화당은 1.2%, 민생당은 1.0%, 녹색당 0.9% 등이었다.

서울 강서구는 갑··병 세 개의 국회의원 선거구로 구성돼 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세 개의 지역구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로 해석될 수도 있다.

화곡동의 노후 주택지 위주로 구성된 강서갑은 오랫동안 민주당 텃밭으로 꼽혔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 지역에서 이재명 대표가 50.2%를 득표해 윤석열 대통령(45.2%)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반면 마곡 신도시가 생기면서 고소득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는 강서을은 비교적 보수세를 띄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강서을에선 윤 대통령이 49%를 득표해 이 대표(46.5%)2.5%포인트 앞섰다.

염창동과 등촌동, 화곡본동 등으로 구성된 강서병에서 대선때 이 대표(48.3%)와 윤 대통령(46.9%)1.4%포인트 차이로 팽팽했다.

대선 두달여 뒤에 치러진 구청장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51.3%를 얻어 48.6%를 득표한 민주당 후보를 2.7%P 차이로 이긴 바 있다.

현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 양당의 분위기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서 더욱 절박함이 느껴진다는 평가다.

실제 이재명 대표가 27일 영장기각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와 병원으로 향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진교훈 후보와의 통화였다. 이 대표는 진 후보와의 통화에서 강서 보궐선거는 정권심판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이 대표와 친명계가 영장기각으로 기사회생하는 듯한 양상이지만,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곧바로 비명계 중심으로 이 대표의 ‘2선퇴진론이 재점화 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또한 총선까지 이어지는 기세싸움의 측면,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 안정을 위해 승리가 필요하지만,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주류 친명계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절박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평론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이에대해 “(보궐선거에 질 경우) 이재명 대표는 바로 비명계의 2선퇴진론에 당면할 수 밖에 없는 반면, 국민의힘은 지더라도 범보수, 지지세력을 역으로 결집시킬 수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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