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이병 "집에 돌아가게 돼 행복"
단둥서 주중미국대사가 인계받아 
美 "월북미군 귀환 도와준 스웨덴과 中에 감사"
北, 북미 직접 소통 대신 스웨덴 통해 물밑조율
美와 협상할 때 아니라고 판단한듯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돌연 월북했던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병이 27일(현지시간)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로 이송됐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사진은 킹 이병 가족이 언론에 제공한 모습.  [AP연합]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돌연 월북했던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병이 27일(현지시간)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로 이송됐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사진은 킹 이병 가족이 언론에 제공한 모습.  [AP연합]
[연합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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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돌연 월북했던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병이 27일(현지시간)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에 는 미군기지로 이송 된후 "미국으로 돌아오는 중"이라고 이 국무부가 밝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킹 이병은 이날 새벽 북중 접경지역으로 이송된후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킹 이병은 국무부 (전용기인) 아흐메드 항공기에 탑승해 중국 단둥에서 신양으로 날아갔고, 다시 신양에서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해 국방부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CNN은 킹 이병이 미국 샌안토니오의 브룩육군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킹 이병 추방이 결정됐다고 보도했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AFP통신은 북한에서 추방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집으로 돌아가게 돼 너무 행복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킹 이병은 가족을 만나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날 킹 이병 어머니인 클로딘 게이츠는 아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한 인사들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위스콘신 지역 방송 WISN이 보도했다.

게이츠는 대변인을 통해 "애써준 미 육군과 모든 관계부처에 감사하다"고 말하며 "했다. 대변인은 "킹 이병의 가족은 사생활 보호를 원한다"며 "게이츠는 향후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킹 이병은 건강한 상태로 알려졌다. 본국에서 정밀검사와 북한 생활에 대한 조사를 받은 뒤 징계 절차에 회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으로 복무 중 징계를 받고 수감됐던 킹 이병은 지난 7월17일 미국 송환을 위해 공항으로 이송됐지만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갑자기 달아났다. 

다음날 JSA 견학에 참여했고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

미국은 킹 이병의 월북 직후 안전한 귀환을 내걸고 유엔과 유엔군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로 북한과 접촉에 나섰지만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성과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랬던 북한이 이달초 갑자기 킹 이병을 돌려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킹 이병의 신병 확보 사실을 확인하며, "이달 초 스웨덴을 통해 북한이 킹 이병을 풀어주길 원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기관에서는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킹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며 "미군 내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예상과 달리 킹 이병을 풀어주면서도 별다른 요구나 조건을 내걸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에는 북한이 킹 이병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이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이달 초 스웨덴 측에 추방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북한은 킹 이병을 활용해 이른바 '인질외교'를 하겠다는 뜻은 일찌감치 접은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미국을 대신해 북한내 미국인 억류 사건 등에서 영사 업무를 대행해왔다.

자발적으로 월북했다고는 해도 민간인이 아니고 군인이기 때문에 신병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반발과 대응에 따른 파장이 클 수 있음을 북한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보 취득 또는 반미 홍보 등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득'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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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간 미국의 접촉 시도를 일체 무시했고, 최근 스웨덴을 통해 킹 이병을 돌려보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북미 직접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에는 미국과 북한 대사관이 있고, 뉴욕에는 주미 북한대사관 역할을 하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있다. 

다만 이들 베이징과 뉴욕 채널을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북미 당국자간의 직접 대화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번 사안을 통해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였으나 직접 대화를 제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

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의향에는 변화가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고위당국자는 킹 이병 석방 이후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미국 정부는 북한과 외교 가능성에 여전히 아주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킹 이병의 귀환 과정에서 중국이 협조해 눈길을 끈다. 

킹 이병은 국무부의 항공기를 타고 단둥에서 선양을 거쳐 한국 오산 기지로 이동한 뒤 미국으로 향했다.

설리번 안보보좌관은 별도 성명을 내고 "스웨덴 정부가 맡은 외교적 역할과 중국 정부가 킹 이병의 통행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은 내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고 있으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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