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친명계가 공산당식 사상검증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배신자 색출’에 나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충성 서약’을 받아내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걱정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일색의 지도부가 주도하는 ‘개딸 전체주의’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24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 서명하고 있다. 2023.9.24 [사진=연합뉴스]
24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 서명하고 있다. 2023.9.24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민주당 저변의 흐름은 상당히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충성서약에 나서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을 뒷받침하는 보좌진들의 분위기는 흉흉하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맞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그 불만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 민주당 의원 96% 참여...보좌진 참여율은 30%에 그쳐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를 25일까지 내라고 한 민주당 지도부의 지시에 단 6명의 의원만 저항했다. 당 소속 168명의 의원 중 이 대표를 제외한 161명이 제출한 것이다.

민주당은 25일 전직 국회의장 4명과 소속 의원 161명, 당원·지지자 등 모두 90여만 명이 참여한 영장 기각 탄원서를 해당 법원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앙당, 정책위원회, 민주연구원 등에 소속된 250여 명의 당직자 중 175명도 이름을 올렸다.

반면에 민주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의 탄원서 참여율은 낮다. 30% 가량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보좌진은 428명이다. 국회 보좌진은 개별 의원실 당 9명으로, 민주당 보좌진의 총 정원은 1512명에 달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은 ‘개딸 전체주의’에 굴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도 대부분 탄원서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를 포함하면 탄원서 참여율이 96%에 달한다.

하지만 공천이라는 개인적 이익과 무관한 보좌진들이 30%만 탄원서 제출에 참여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친명계가 장악한 민주당 지도부 노선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는 161명의 국회의원을 비롯한 당직자와 보좌진이 서명했지만, 당직자와 보좌진의 참여율을 저조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는 161명의 국회의원을 비롯한 당직자와 보좌진이 서명했지만, 당직자와 보좌진의 참여율을 저조했다. [사진=채널A 캡처]

① 정치적 소신의 실종= 가결파도 ‘배신자’ 낙인 피하려고 탄원서에 이름 올려

친명계가 장악한 민주당 지도부가 탄원서 제출을 요청한 지난 22일 비명계를 중심으로 “탄원에 동참하지 않은 의원에 대해 가결표를 던졌다고 간주해 색출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당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정청래 최고위원도 “탄원서에 서명하거나 서명하지 않은 위원 명단을 발표할 생각”이라고 밝혀, 비명계의 반발을 초래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이 161명으로 확인되면서, 민주당 내부는 다시 술렁이고 있다.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가결을 택했던 비명계도 대부분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가결·기권·무효 등 이탈한 민주당 의원이 최대 39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들 중 33명이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결표를 던지지 않았던 의원 중 85% 정도가 모종의 변화를 일으킨 셈이다. 가결파 의원들이 공포에 떨면서 탄원서 서명 행렬에 동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배신자’ ‘협잡꾼’이라며 가결표 색출 작업에 나섰고, 강경파는 이들에 대한 숙청을 주장해 왔다. 가결파 의원들이 이런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② 90만명 서명의 신뢰성 문제 불거져...30% 참가에 그친 보좌진들은 사실상 반발

민주당은 9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탄원서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을 했다고 하지만, 이 숫자에 대해 신뢰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채널A에 출연한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어제 오후만 해도 30만, 35만이라더니 갑자기 90만에 육박했다니 그 숫자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신원 확인이 제대로 안 돼도 그냥 탄원서를 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 신상정보를 무작위로 입력해도 명단 기재가 가능해지는 등 온라인 접수 절차가 급조됐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원·지지자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 당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는 접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경우 성명, 연락처, 주소 등을 필수로 기재해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신상정보를 무작위로 입력해 접수해도 이를 ‘필터링’할 수 있는 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90만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달된 탄원서에는 정세균·문희상·임채정·김원기 등 전직 국회의장 4명과 민주당 국회의원 161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전달된 탄원서. 2023.9.25 [더불어민주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90만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달된 탄원서에는 정세균·문희상·임채정·김원기 등 전직 국회의장 4명과 민주당 국회의원 161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전달된 탄원서. 2023.9.25 [더불어민주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예를 들어 ‘조선 홍길동’ 등 엉터리 정보를 기재해도 탄원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은 접수 과정상의 허점은 수작업을 통해 걸러낼 수 있으며 인원 부풀리기는 결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당 안팎에선 ‘급조된 탄원 명부’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급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명부도 문제지만, 친명계의 몰아치기가 당직자나 보좌진들에게는 거부감을 갖게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채널A에 출연한 정미경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다음번에 공천받아서 국회의원에 나가야 한다는 등의 이해 관계가 거의 없는 젊은 보좌진들은 3분의 1에 못 미치는 사람들만 서명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168명의 재적 의원의 보좌진은 1512명에 달한다. 이들 중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428명만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정 전 최고의원은 ‘이들 보좌관이 진짜로 민주당을 걱정하는 사람’들일 수 있는데,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무조건 서명하라는 일 처리에 반발했다”는 등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친명계 지도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③ 영장 기각해달라는 탄원서 제출 자체가 전례없는 행위, 재판부 압박하는 정치적 의도

통상 탄원서는 변호사들의 마지막 수단으로 불린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에서 1심 선고 직전에 감형을 위해 재판부의 선처를 요구할 때 제출하기 때문이다. 혐의를 인정하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으니 불구속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지금 모든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탄원서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채널A에 출연한 노동일 파이낸셜 주필은 이에 대해 “영장 기각 여부를 결정하는 데 탄원서를 낼 이유는 별로 없다”면서 민주당 차원에서 주도한 탄원서 자체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설주완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도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탄원서가 제출되는 것은 좀 이례적이긴 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검찰에서 구속을 원하고 있지만, 불구속 수사가 원칙적인 것이 아니냐’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당원들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들면서, 재판부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의 탄원서 제출은 재판부를 압박하는 ’정치적인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인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반인의 탄원은 법적 효력이 전혀 없다”며 “거대 야당이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탄원서 제출이 “조작된 여론을 통한 사법 방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채널A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탄원서 자체가 효력이 없고, 재판부를 굉장히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재판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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