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영장을 절대 발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서울 서초동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및 기각 여부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현직 판사들은 물론, 오랫동안 판사로 법복(法服)을 입었던 판사출신 변호사들이 이 대표의 영장처리 결과에 따라 몰아닥칠 사법부에 대한 엄창난 외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사법부와 판사의 재판행위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치권력에 의해 사법부의 독립은 형해화(形骸化)된지 오래다.

대통령과 통치권력에 의한 사법부 침탈은 그나마 지금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벌어졌던 판사들의 집단행동, 사법파동에 의해 극복됐다.

하지만 정치권이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판사의 재판과 영장발부 등 심판행위에 대해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선동을 계속하고, 문재인 정권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세웠던 것처럼, 사법부를 좌경화하려는 시도에 따라 사법부의 존재이유이자 최고의 가치인 공정성과 독립성은 크게 훼손됐다.

얼마전에 있었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노사모 출신 판사의 비상식적 중형(重刑)선고는 판사의 판결이 아니라 정당의 정치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에 대한 항소심의 법정구속 또한 피고인의 전과(前科)나 비슷한 행위에 대한 판결등을 감안할 때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개입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서울 서초동 법원 주변에서는 “절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

이번 구속영장에 적시된 이재명 대표의 범죄사실, 자신의 방북을 위해 쌍방울그룹을 시켜 북한에 800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하게 하고,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로 성남시에 2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행위는 최대 무기징역과 100억원의 추징금 선고가 가능한 중대 범죄다.

역대로 이 정도의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돼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용 정몽구 최태원 등 재계 인사들은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절대 발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인 것은 그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압도적 국회 과반수 정당의 대표라는 점 때문이다.

그냥 “증거인멸 및 도주의 가능성이 없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될 것을, 사법부를 향해 쏟아질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영장을 발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백현동 개발에 따른 배임혐의는 이것이 과연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것인지 법리다툼의 소지가 높고, 북한에 대한 뇌물제공 또한 수뢰의 직접 당사자가 북한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덧붙이면 그만이다.

게다가 우리 사법부가 유지해온 불구속재판의 원칙 또한 좋은 핑곗거리다.

북한이나 중국 같은 독재국가를 빼고, 자유 민주주의가 정착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무죄추정칙에 따른 인권보장,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재판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총기난동이나 연쇄 살인범이 아닌 한, 거의 대부분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는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법부가 천명해온 불구속재판의 원칙은 그동안의 실태를 보면, ‘위선(僞善)’에 가까웠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유지돼온 형사처벌 전통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일단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뒤 1심이나 항고심에서 집행유예나 감형을 받고 풀려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한국식 형사처벌은 “구속영장 발부돼 수갑을 차고 구치소로 호송되면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이 하이라이트로 여겨져왔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사법제도, 형사처벌 관행이 미국식으로 불구속 재판 후 판결로 받은 형량만큼 그대로 감옥살이를 하는 식으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구속 재판, 즉 구속영장 기각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기각이 되는 혜택을 받는 대상은 이재명 대표처럼 권력이 있거나, 수십억원의 변호사비를 내고 호화 변호인단을 꾸릴 수 있는 재력가로 국한돼 “유권(有權), 유전(有錢)무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그렇듯이, 어느덧 대한민국에서 판사의 재판행위가 정치보다 더 정치적인 행위가 되고 말았다. 지금 이 대표의 영장담당 판사의 머릿속은 구속영장에 청구된 범죄행위 못지않게 기각과 발부라는 선택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걱정으로 복집할 수 밖에 없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런 상황을 두고 ”나쁜 정치가 사법부와 판사들을 정당과 정치인 보다 더 정치적인 존재로 만들었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심사를 계기로 사법부가 마치 여의도에 있는 정당 중 하나와 같은 존재로 취급받게 될 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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