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환영식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이날 입당한 인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김현준 전 국세청장, 박영춘 전 SK그룹 부사장, 김 대표, 개그맨 출신 김영민 씨,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윤 원내대표. 2023.9.20/연합뉴스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환영식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이날 입당한 인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김현준 전 국세청장, 박영춘 전 SK그룹 부사장, 김 대표, 개그맨 출신 김영민 씨,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윤 원내대표. 2023.9.20/연합뉴스

여야 각 정당은 그동안 총선이 다가오면 치열한 인재영입 경쟁을 벌였다. 선거에 내놓을 ‘참신한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내년 4월10일 22대 총선을 200일도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인재영입에 관한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상황은 정반대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로 인해 갈등을 빚고있는 민주당에 있어 ‘인재영입’은 ‘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분란 요인이다.

민주당내 다수 의원들의 이탈표로 인해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공천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동안 민주당내 주류, 친명계와 이른바 ‘개딸’ 등 친이재명계 극렬 당원들은 노골적으로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내년 총선 공천배제를 주장해왔다.

친명계 의원 및 친이재명계 당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거론중인 대의원제 폐지는 공천배제를 통한 비명계 축출 시도로 받아 들여졌다.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비명계 의원들 사이를 오가며 집중적으로 중재하고자 했던 것도 이 문제였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로부터 ‘투명한 공천’과 관련한 약속을 받아내고자 했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고, 결국 40여명에 달하는 이탈표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가 인재영입에까지 나선다면 민주당은 급격하게 파열음을 내면서 분당(分黨) 절차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울과 인천, 경기등 수도권에 출마할 새 인물의 영입이 절실하다.

현재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 119명중 민주당 소속은 97명으로 81.5%, 국회의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당적을 버린 김진표 의장과 코인투기, 돈봉투사건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윤관석 이성만 의원까지 합치면 111명으로 무려 93%에 달한다.

최대한 우수한 자원을 발굴, 수도권에 집중 투입함으로써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청래 안민석 고민정 의원 등등 ‘반드시 떨어뜨려야만 하는’ 민주당 강성(强性) 의원들을 상대할, 이른바 ‘저격공천’을 위해서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얼마전 ‘1호 인재영입’으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비롯,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고기철 전 제주도 경찰청장, 박영춘 전 SK 부사장, KBS 코미디언 출신의 유튜버 김영민 대표 등을 영입했다.

조정훈 의원은 서울 마포갑에, 조광한 전 시장은 경기 남양주, 김 전 청장은 경기 수원이나 화성, 고 전 청장은 제주 서귀포, 박 전 부사장은 춘천시 출마를 준비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선택한 지역구 중 단 한 곳도 국민의힘이 어려운 지역, 험지(險地)가 없다는 점이다. 조정훈 의원은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마포갑이 아닌,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잇는 노웅래 의원의 지역구를 선택했는데, 당 안팎에서는 “쉬운 곳을 골랐다”는 말이 나온다.

SK 고위 임원출신인 박영춘 전 부사장은 고향인 춘천갑 출마를 준비중인데, 현재 이곳에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을 포함, 무려 4명이 출마를 위해 밭을 갈고 있다. 이들 4명의 면면, 즉 ‘스펙’ 또한 박 전 부사장에 비해 결코 밀릴 것이 없다보니, 춘천 지역에서는 “누구는 인재가 되고 누구는 그냥 사람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180석 압승, 야당(미래통합당)의 참패로 귀결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의 최대 고민은 “수도권에 출마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당에서는 홍준표 김태호 등 중진들에게 지속적으로 ‘수도권 등 험지출마’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끝내 말을 듣지 않고 고향인 영남으로 향했다. 결국 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는 강수를 두었지만, 기어코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당선됐고, 선거가 끝나자 은근슬쩍 입당했다.

현재 국민의힘 영남지역 초선 의원 대부분도 수도권에서 도저히 이길 용기가 없으니까 대구· 경북, 부산·경남 등 고향을 택했던 사람들이다.

‘MZ세대’가 사용하는 ‘방구석 여포’라는 단어가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여포를 빗댄 말인데, 밖에서는 꼼짝도 못하면서 방구석, 즉 인터넷 상에서만 용감한 척, 호기를 부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기집 앞에서만 목소리 높여서 짓는 강아지, 골목대장들인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안민석 고민정 의원 같은 사람들은 호기롭게 외치고 있다. “누구든 환영한다 자신있다”고. 국민의힘은 ‘방구석 여포’가 아닌 진짜인재 영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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