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발언이 새삼 조명되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지지자들 앞에서 낭독한 입장문에서 검찰을 향해 ‘비회기 때 영장을 청구하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며 '비회기 때 영장을 청구하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기 전 모습.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며 '비회기 때 영장을 청구하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기 전 모습. [사진=채널A 캡처]

이 대표는 ‘비회기 영장 청구’를 주문한 이유에 대해 ‘회기 중 영장 청구는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검찰의 꼼수’라고 규정했다. 당시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이 대표가 한 ‘비회기 영장 청구’ 발언은 사전에 준비한 원고에 없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표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언급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음을 알리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백현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을 묶어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자, ‘정치꼼수’라고 주장하며 ‘비회기 중 영장청구’를 주문한 것이다.

당시 국회 비회기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희한한 특별 대접 요구가 많다”라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범죄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마치 식당 예약하듯 자기를 언제 구속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특권을 포기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그런데 희한한 특별 대접 요구가 참 많으신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똘똘 뭉쳤던 ‘비회기 영장청구’의 진짜 이유는?

‘특별 대우’ 쯤으로 치부된 이 대표의 ‘비회기 영장청구’에 이 대표와 민주당 차원의 놀라운 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주목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8월 17일 공개적으로 ‘비회기 영장 청구’를 요구하기 전에도, 민주당 내에서는 비회기 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었다. 지난 7월 20일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비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되면, 당연히 이재명 당대표가 당당하게 가서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그럼 검찰이 의도하는 그런 여론몰이가 잘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의 발언은 ‘검찰이 회기 중에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로 갈 경우, 민주당에 내분을 일으키게 된다는 점에서, 정치 검찰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한 것’이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이 비회기 중 영장을 청구하면 이재명 대표가 당당하게 가서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이 비회기 중 영장을 청구하면 이재명 대표가 당당하게 가서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 역시 같은 날 SBS라디오에서 정 의원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검찰의 회기 중 영장청구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계파 갈등은 물론 국민적 비난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비명계든 친명계든 회기 중 체포동의안 표결은 부담스럽게 여기는 상황이었다.

이 대표의 8월 17일 ‘비회기 중 영장청구’ 발언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단일대오로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당시 박광온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막기 위한 국회 회기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이후 1년 반 동안 대선 경쟁 후보에 대해 전방위로 진행된 수사를 이제는 끝낼 때”라며 “불체포 권리를 내려놓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해 달라는 것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비회기 중에 청구하길 요청한다"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지난달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영장을 회기 중에 치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며 “정치적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검찰을 향한 비난의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이후 민주당은 검찰이 비회기 기간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8월 국회를 조기 종료해야 한다며, 8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25일까지 진행했다. 그러면서 26일부터 31일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이처럼 비회기 기간 중 구속영장 청구는 이 대표 혼자만의 요구가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가 똘똘 뭉쳤다는 점에서, 이 대표 방탄의 또다른 꼼수로 풀이됐다. 민주당 차원에서 회기를 단축해가며 이 대표 방탄에 사력을 다한 배경은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이 대표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됐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9월)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할 것 같다. 정치적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9월)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할 것 같다. 정치적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8월 23일 서 최고위원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채널A 캡처]

놀라운 계략= 비회기 기간에 영장이 청구되면 국회 ‘석방요구권’ 추진 가능해

하지만 이 대표의 ‘비회기 영장청구’ 주장에는 더 놀라운 계략이 숨어 있다. 본회의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영장이 집행되면서 민주당이 더이상 손쓸 방법이 없지만, 비회기 기간에 영장이 청구되면 국회법 제 44조에 따라 국회가 ‘석방요구권’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져도 국회 차원에서 이 대표를 석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펜앤드마이크 9월 24일자 ‘이재명 구속돼도 12월 초에 석방된다고?...이재명 구출 작전 막전막후’ 제하 보도 참조.

국회법 제 44조 2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규정돼 있다. 변호사인 이 대표는 8월 말 비회기 중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9월 정기국회기 시작되자마자 ‘석방요구결의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정기국회 100일 동안 사실상 불구속 상태로 지낼 수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구속’을 피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8월 17일 검찰 출석 이전에 이미 본인의 구속을 예견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8월 26일부터 31일까지 비회기 기간을 만들면서까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압박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꼼수를 읽은 검찰이 일부러 영장청구를 하지 않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대표의 특별 대접 요구’ 정도로 눙친 것으로 분석된다.

비회기 중 영장청구 요구가 거부당한 이 대표는 마지막 카드로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을 통해 비명계 의원들에게 동정표를 호소했지만 이 대표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영장실질심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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