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영승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가 수업중 발생한 아동 부상사고와 관련해 4년 동안 학부모 갑질을 겪은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 학부모 A씨는 법으로 보장된 보상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뒤에도 군입대한 이영승 교사에게 집요하게 연락해 무려 400만원을 치료비용 등으로 받아냈다.

고 이영승 교사가 군에 입대했던 시절 모습. [사진=JTBC캡처]
고 이영승 교사가 군에 입대했던 시절 모습. [사진=JTBC캡처]

공권력에 의한 처벌보다 선행하는 ‘사적 보복’, 갈수록 강도 높아져

이 사건이 알려진 뒤 2가지 사회적 문제점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첫째, 공권력에 의한 처벌이 지연되는 동안 ‘사적 보복’이 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영승 교사의 극단적 선택 뒤에 묻혀 있던 ‘폭력적 갑질’이 드러난 지 하루 만에 누리꾼들은 A씨와 A씨의 자녀 신상을 파악해 ‘사적 보복’에 나서고 있다.

둘째, 아동학대법 개정의 시급성이다. 교사가 학부모 갑질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은 아동학대법에 내포돼 있다는 게 교육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학부모의 협박이 교사의 정상적인 학생지도를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됐을 때 학부모 갑질이 일방적으로 먹혀들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영승 교사도 비슷한 상황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야간 이견으로 인해 아동학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진통을 겪고 있다. 정치권의 무책임이 공교육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이 교사가 A씨의 비상식적인 갑질에 끌려다니던 상황에서 학교는 교사에 대한 보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 조사결과= 커터칼 사용한 6학년생 손 베여...학부모 A씨, 200만원 보상받고 교사에게 400만원 더 받아내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사안 관련 조사 결과' 발표하는 임태희 교육감.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사안 관련 조사 결과' 발표하는 임태희 교육감.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도 도교육청은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이 교사를 포함한 2명의 교사가 사망했던 호원초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교사가 받았던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총 3건이다. 그 중 가장 폭력적인 사례가 지난 2017년 수업 도중 발생한 커터칼 사건이다. 페트병을 칼로 자르는 6학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커터칼을 사용하다 손을 베였다. 이 교사는 커터칼은 위험하니 사용하지 말라고 수 차례 당부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교사는 학교 측에 건의해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치료비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학부모 A씨는 이 보상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미 군에 입대한 이 교사의 부대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교사가 복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 교사는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50만원씩 8차례 사비를 털어 A씨에게 치료비를 건넸다.

A씨는 치료비를 받은 이후에도 2차 수술을 언급하며 이 교사에게 집요하게 연락했다. A씨 자녀는 사고로 손에 8cm 길이의 흉터가 생겼고, 손등의 경우 일반적으로 흉터 1cm를 없애는 데 10만 원 초반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미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보상금 약 2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 금액만으로도 흉터 성형 수술비용이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A씨는 2년 뒤에 연락해 400만원을 사적으로 더 받아냈다. 이것도 부족하다면서 2차 수술비용을 요구했고, 이처럼 무리한 요구는 이 교사가 숨지기 직전까지 지속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교사의 유족 측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A씨에 대한 형사고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JTBC캡처]
[사진=JTBC캡처]

누리꾼이 분노한 까닭= ‘억대 연봉’인 농협 부지점장이 ‘박봉’의 교사에게 400만원 뜯어내

그러나 경찰과 사법부가 A씨와 호원초 관계자들에 대한 정상적인 처벌 절차를 진행하기도 전에 ‘사적 보복’이 단행됐다. 누리꾼들에 의해 A씨가 서울 북부 지역의 OOO농협에 부지점장으로 근무중이라는 사실이 즉각적으로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OOO농협 홈페이지에 몰려가 항의와 비난을 퍼부었다. OOO농협은 A씨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게시판을 폐쇄했다.

대신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24일 현재 홈피를 클릭하면 사과문이 뜨도록 했다. 농협은 사과문에서 “돌아가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사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본 사항에 대해 절차에 의거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직원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도록 직원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특히 A씨가 억대의 고액연봉으로 알려진 농협의 부지점장이라는 사실에 더욱 격분하고 있다. 자녀의 손등 흉터를 없애는 데 8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2년에 걸쳐 총 200만원을 받은 것도 부족해 박봉의 이 교사에게 사적으로 400만원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상에서 “A씨 얼굴을 보러 OOO농협에 가겠다”, “A씨는 지금 연차 휴가를 갔다”, “A씨는 부지점장이라 창구 업무를 안본다. 공연히 다른 농협 직원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된다” 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억대 연봉 A씨가 박봉의 초등학교 교사를 4년 동안 괴롭히면서 월급에서 50만원씩 받아낸 게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북서울 농협 홈피 캡처]
[사진=북서울 농협 홈피 캡처]

A씨는 “치료비 요구한 적 없다” 반박...누리꾼은 A씨 자녀 신상 공개하며 ‘악녀의 자식’ 비난

23일 SBS보도에 따르면 A씨 측은 “고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적 없다”면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면 더 큰 문제이다. A씨가 치료비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50만원씩 8개월 동안 온라인 입금을 했다면 그만큼 괴로움이 컸다는 뜻이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성하지 않는 듯한 A씨의 태도에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추세이다.

누리꾼들은 A씨의 자녀 신상도 공개했다. 그가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모 대학 앞에는 ‘악녀의 자식’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자퇴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걸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 A가 잘못이지 자식이 무슨 죄냐. 연좌제냐”는 자제 의견과 “그 부모에 그 자식이지. A를 보면 그 자녀도 알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이 맞서 있다.

교권보호4법은 국회 통과...아동학대 면책 법안은 난항 예상

이 교사의 죽음과 같은 비극적 사건 재발 방지를 막지 위한 입법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보호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이 통과됐다.

이중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안에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다. 교사의 정당한 공교육 활동이 아동학대 운운하는 학부모 갑질에 의해 위축되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취지이다.

정부는 이 같은 법 개정과는 별개로 교사의 생활지도를 상대로 제기된 아동학대 사안을 조사하거나 수사할 때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사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범죄로부터 면책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 2건은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받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서 반대해 난항이 예상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