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이 대표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정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3가지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6일 열린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가 22일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가 22일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10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연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는 26일 밤이나 27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로는 2가지가 거론된다. 첫째는 유 부장판사의 성향이다. 둘째는 수액 단식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의 건강 상태이다.

①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스타일= 정치 성향보다 증거와 법리에 충실한 판결 성향...증거 인멸 우려가 영장 발부 핵심 기준

대전 출신인 유 부장판사는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해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서울중앙지법, 광주지법 순천지원, 서울고법 등에서 근무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이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최근 유 부장판사가 영장심사를 맡았던 인물들을 참고해, 이 대표 구속영장을 발부 기준을 추정할 수 있다.

유 부장판사는 전국 최대 규모 지방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업무를 전담하며 사회적 관심이 큰 인물들의 영장심사를 적잖게 맡아왔다. 최근 유 부장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인물로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 침입 혐의를 받은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이성만 무소속 의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증인 이홍우 전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 등이 있다.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사유는 "주요 증거인 관련자 진술을 살펴볼 때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강진구 대표에 대한 기각 사유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수사 과정을 통해 확보된 점과 피의자 직업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라는 것이다.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피의자인 무소속 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는 "혐의에 관한 자료들이 상당 부분 확보된 현재까지의 수사내용 및 피의자의 관여 경위, 관여 정도 등에 의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무소속 이성만 의원이 4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2023.8.5.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무소속 이성만 의원이 4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2023.8.5. [사진=연합뉴스]

반면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는 나란히 구속했다.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면, 유 부장판사는 정치 성향에 따른 판단을 한다기보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충실하게 판결하려고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서는 ‘권력형 비리의 경우, 도주 우려보다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영장발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영장발부를 위해 ‘증거 인멸’ 및 사법방해 행위를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전체 142쪽에 달하는 구속영장 청구서 중, 50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2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국회에 제출한 18쪽 분량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서에서 “갖가지 사법방해 행위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의원”이라며 “이 사건은 다수의 관련자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범죄로서 이 의원의 정치적 지위와 지금까지의 수사과정 등을 고려하면 공범들이나 참고인들에 대한 회유‧압박을 통한 증거인멸의 염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검찰은 “기각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며 자신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까지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 유 부장판사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향후 검찰의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구속 수사로 이번 영장청구서에 포함된 혐의 뿐 아니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이 대표 쪼개기 후원 의혹 ▲정자동 호텔개발 특혜 의혹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 약정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기각될 경우,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치 탄압’에 힘이 실리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2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채널A 캡처]

② 이재명 대표의 건강 상태= 위급한 상황은 아닌 듯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일반적으로 2~3일 후 심사 기일을 잡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의 경우에도 체포동의안 가결로부터 근무일 기준 3일 후인 26일로 잡은 셈이다. 법원이 22일 오전 영장심사 일정을 정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일반 사건과 똑같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에 대해 특별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표에 대해 법원이 특별대우를 하려고 했다면 영장심사 일정을 늦게 잡았을텐데 그러지 않았다”며 “국회에서의 표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22일 현재 23일째 단식을 이어가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정을 고려해, 당초 법조계에서는 영장심사가 밀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따라서 현재 이 대표가 영장심사에 참석할지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대기업 회장의 경우,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구급차를 타고 와서 침대에 누워서 영장심사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피의자는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만 나가는 경우도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경우에는 서류 심사만 했다. 구속을 각오한 김 전 회장은 영장심사를 아예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피의자가 출석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식 중인 이 대표는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의 단식과 관련해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대표의 건강에 대해) 너무 크게 걱정을 하시는 것도 과도한 걱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맨 오른쪽) 지난 20일 유튜브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건강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민주당 신현영 의원(맨 오른쪽) 지난 20일 유튜브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건강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김어준씨는 의사 출신인 신 의원에게 이 대표가 구급차로 실려가는 날의 상황에 대해 질문하며 ‘단식을 오래 한 경우 장기에 훼손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인지를 물었다. 김씨의 질문에 신 의원은 ‘오랜 단식으로 전해질 불균형이 오면 콩팥 기능이 망가지고 여러 장기에도 다발성 손상까지 올 수 있지만, 이 대표는 그런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전해들었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의학적인 상황은 그런 (위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셈이다. 

더욱이 신 의원은 “음식을 드시고 있지는 않지만, 수액으로 공급이 되고 있다”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민주당 내 일부에서 ‘섬망까지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섬망까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가던 날의 건강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수액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같은 당 의사 출신 의원이 이 대표 단식의 비밀을 폭로한 셈이다. 따라서 이 대표의 건강 문제가 영장 발부에 장애가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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