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의 구속과 관련한 핵심 변수로 ‘위증 교사 혐의’가 꼽히고 있다. 당초 검찰은 백현동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병합해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8일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에는 3가지 혐의가 기재돼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18일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에는 3가지 혐의가 기재돼 있다. [사진=채널A 캡처]

검찰 구속영장, 백현동과 대북송금 이외에 ‘위증 교사’ 혐의를 추가

그런데 지난 18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이 두 가지 혐의 외에,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의 혐의가 담겨 있어 주목됐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기재한 세 번째 혐의는 ‘검사 사칭 관련 허위 증언 의혹 위증 교사’로, 검찰이 이 혐의를 추가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검사 사칭’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2년 KBS PD와 공모해 공천 경쟁자였던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이 연루된 ‘분당 파크뷰 사건’ 의혹을 파헤치는 와중에, PD가 검사를 사칭하는 과정을 도와 벌금형을 확정받은 사건이다. 당시 이재명 변호사는 KBS PD가 검찰을 사칭할 때 공모한 혐의로 2004년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토론회 때 “누명을 썼다”고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모씨는 "KBS와 김 전 시장 사이에 협의가 있었고, 이 대표가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씨의 결정적인 증언으로 이 대표는 무죄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 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재명의 ‘위증 교사 혐의’, 백현동 의혹 키맨 김인섭의 측근 김모씨 수사 과정서 드러나

이 대표의 위증 교사 과정을 정리해보면 ‘막장 정치 드라마’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검찰이 청구한 이 대표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집요하게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 혐의는 검찰이 백현동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현동 의혹의 ‘키맨’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측근이던 김모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는 2019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모씨에게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대표는 2019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모씨에게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채널A 캡처]

김씨는 2019년 2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명을 고소한 김병량 전 성남시장 측에서 이재명을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기 위해 PD 고소는 취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로 위증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김병량 전 시장이 재선에 방해되는 나를 처벌하고자 KBS 측과 모의해 최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나를 주범으로 몰아간 사건'이므로 의견 표명에 불과하거나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부인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김씨의 증언이 절실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하순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김 전 대표를 거쳐 김씨에게 증언을 타진했지만 '오래돼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을 전해 듣자, 같은 달 22일 김씨에게 직접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김씨에게 "내가 김 비서관한테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재명이가 한 걸로 하면 봐주자' 이런 방향으로 정리했던 걸로 기억하고", "내가 타깃이었던 거. 매우 정치적인, 배경이 있었다는 점들을 좀 얘기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검찰은 구속영장에 적었다.

단순한 부탁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이 담긴 변론 요지서를 텔레그램으로 보내, 증언 방향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일방적 주장을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주입하듯' 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틀 뒤 또 전화를 걸어 "김 비서관님이 도와줬으면 하는 거는 KBS하고 (김병량) 시장님 측이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상의했고 가능하면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딱 제일 좋죠"라고 했다.

김씨가 “수행하지 않던 시기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된다”고 허위 증언을 지속적으로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녹음을 확보했는데, 여기에 이 대표가 김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재명 대표는 김모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주입하듯' 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대표는 김모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주입하듯' 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이 대표 요구로 위증했던 김모씨, 공직선거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로 영장청구돼

2019년 1월24일 증언키로 한 김씨는 이 대표로부터 '변호인 증인신문 사항'을 받아 질문 내용을 숙지하며 준비했지만, 자신이 과거 수행했던 김병량 전 시장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죄책감으로 재판정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인섭 전 대표로부터 백현동 사업 관련 인허가 알선 대가를 나눠 받지 못한 상황 등을 고려해 증언대에 서기로 다시 결심했고, 2019년 2월 재판정에 나타나 이 대표의 뜻대로 위증을 했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허위 증언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증 혐의를 적용해 지난 3월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현동 의혹 관련 첫 구속영장 청구였다. 검찰은 김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백현동 옹벽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알선수재 혐의도 포함했다. 김씨가 2020년 9월 김인섭 전 대표와 함께 백현동 사업 인허가 알선 등의 대가로 시행사에서 70억원을 수수하기로 하고, 그중 35억원을 챙긴 것으로 본 것이다.

이재명, “위증을 교사한 적 없어” 혐의 부인 VS. 검찰, 증거인멸 가능성에 주목

검찰의 이런 입장에 이 대표는 "기억을 환기해서 있는 대로 이야기해 달라고 했을 뿐, 위증을 교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현직 도지사의 요구를 차마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김씨의 자백,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을 통해 이 대표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됐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가 다른 두 혐의에 비해 혐의가 가볍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위증 교사를 포함한 증거인멸 혐의는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대표에게 치명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상규 변호사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될 때 권력형 비리에서는 도주의 우려보다는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나 범죄의 혐의점이 얼마나 소명됐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이재명 대표 영장에서 검찰은 증거인멸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전체 142쪽에 달하는 구속영장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의 비중이 약 50페이지 가량 된다는 점을 들며, 검찰이 이 대표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 재판에서 행해진 각종 사법방해 행위, 위증 교사 행위로 인해 향후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증거인멸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에게 최대 위협은 ‘위증 교사 혐의’...박수현 “검찰의 주장이 맞을 듯...이 대표가 적극 방어해야”

박수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위증 교사 혐의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진=채널A 캡처]
박수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위증 교사 혐의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런 검찰의 전략은 야권에서도 심각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채널A에 출연한 박수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검찰이 확보한 녹취와 (김모씨가)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서 증언을 한 것을 보면, 검찰의 주장이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검찰이 영장에 이 부분을 적시한 것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고,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박 수석은 향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게 될 경우, 판사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한 검찰의 전략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박 수석은 “이재명 대표의 녹취와 증언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가볍지 않다”면서 “이 대표가 중요하게 방어해야 하는 전선이 되는 것도 틀림없다”고 인정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특혜 의혹 사건의 규모와 범죄의 중대성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결정적으로 이 대표를 무너뜨리는 데는 ‘위증 교사’ 혐의가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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