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량' 정차 불응에 14㎞ 추격전
도주하며 순찰차 2대·민간차량 17대 파손
'실탄 6발' 발포 끝 검거
운전자는 테이저건 발사해 검거
경찰 "정당한 공권력 행사 사례"

범행 제압 현장. [연합뉴스]
범행 제압 현장. [연합뉴스]
파손된 주민 차량. [연합뉴스]
파손된 주민 차량. [연합뉴스]

경찰이 정차요구를 무시한 채 사고를 내고 도주한 20대 음주운전자 차량에 실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조치를 해 검거했다.

이번 경찰의 실탄 발사는 흉기 난동 등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특별치안활동을 벌이겠다고 선포한 뒤 나온 최초의 총기류 사용 사례이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28)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11시18분께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의 한 도로에서 음주한 상태에서 자신의 SUV차량을 운전한 혐의다. 

또 경찰의 하차 요구를 불응하고 그대로 도주해 순찰차 2대와 민간차량 17대를 파손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A씨 차량을 뒤따르던 다른 차량 운전자는 "앞의 차량이 비틀대면서 달리고 있다. 음주가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출동해 A씨의 차량에 따라붙어 정차를 요구했으나, A씨는 이에 불응했고 14㎞가량을 더 운전해 안산시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그뒤를 쫓은 경찰은 A씨가 도주하지 못하게 주차장 입구를 순찰차 2대로 막았고 다시 한 번 내릴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차량을 몰고 지상 4층까지 올라갔다가 앞을 가로막은 순찰차를 여러 차례 들이받아 밀어낸 뒤 지상 2층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2층에서도 순찰차를 이용해 탈출로를 막았는데, A씨는 이번에도 차량을 앞뒤로 움직이며 계속해서 도주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은 A씨에게 차량에서 내릴 것을 지속해서 요구했으나, A씨가 듣지 않자 결국 타이어 부근 등에 공포탄 2발과 실탄 6발을 발사했다.

이후 경찰은 삼단봉으로 운전석 쪽 유리창을 부순 뒤, A씨에게 테이저건 1발을 쏴 그를 제압했다.

경찰관이 소지한 권총 1정에는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이 각각 장전돼 있었으며 경찰은 총 공포탄 2발과 실탄 6발을 모두 쏴 소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약 6분간 벌인 차량 난동으로 인해 주차돼 있던 주민 차량 16대와 순찰차 2대 등 총 18대의 차량이 파손됐다.

경찰은 A씨 검거를 위해 안산단원경찰서 8대, 시흥경찰서 2대 등 총 10대의 순찰차를 동원해 총력 대응했다.

A씨의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수치는 0.1%로 면허취소 수치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직장 동료들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서 1~2차 회식을 한 뒤 그대로 운전대를 잡아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기성 경기남부경찰청 112 관리팀장은 "차량이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범죄 상황에서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엄정하게 경찰 장구류를 사용하라는 지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3일 분당 서현역에서 발생한 '최원종 흉기 난동 사건' 직후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특별치안활동을 실시하겠다고 선포했다.

경찰은 흉기 사건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범인에 대해 총기나 테이저건 등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면서 범행 제압을 위해 총기 등을 사용한 경찰관에는 면책 규정을 최대한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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