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군수들 “원희룡이나 이준석, 한동훈을 보내달라”

가장 최근의 전국 단위 선거인 작년 6월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적지않은 승리를 거뒀다.

경기도지사는 불과 8000표 차이로 민주당에게 내줬지만, 서울과 인천시장 선거에서 이겼고, 수도권 65개 시장 군수 구청장, 기초단체장 중 70%가 넘는 46곳을 차지했다.

현재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 119명중 민주당 소속은 97명으로 81.5%, 국회의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당적을 버린 김진표 의장과 코인투기, 돈봉투사건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윤관석 이성만 의원까지 합치면 111명으로 무려 93%에 달한다.

이처럼, 현재 수도권의 정치지형은 단체장의 대부분 국민의힘, 반대로 국회의원은 절대 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수도권 6곳을 비롯한 전국 10개 당협의 조직위원장을 임명한 바 있다. 지난 총선때 수도권에서 참패를 당했던 만큼, 현재 국민의힘은 수도권에 당협위원장이 없는 곳 등 ‘사고지역’이 많다.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지역위원장을 지키고 있는 민주당과 반대로 국민의힘이 수도권에 인재영입을 서두르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이 수도권의 당협위원장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 단체장들이 중앙당에 “거물(巨物)급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는 소식이다.

이들 여당 소속 수도권의 기초단체장들은 대부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전 까지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당 조직을 이끌었던 사람들이다. 지역사정을 잘 알 뿐 아니라, 당원들에 대한 영향력도 큰 편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 서 남부지역 등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의 국민의힘 시장 군수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원희룡 국토교통보장관이나 이준석 전 대표, 심지어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는 후문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수도권의 여당 단체장들이 이처럼 앞다퉈 거물투입을 요청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정도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해당 지역 대부분에서 현재의 민주당 현역 의원을 이길 수 있을만큼 인지도나 지명도를 갖춘 인물을 찾을 수 없는, ‘구인난(求人難)’ 문제다. 웬만한 자원들은 작년 지방선거때 시장 군수 구청장 후보로 ‘당겨쓰기’를 한 것이 결정적 이유다.

또 하나는 내년 총선때 공천을 받은 해당지역의 국회의원 후보가 낙선할 경우 다음 지방선거에서 자신과 시장 군수 공천경쟁을 벌일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다.

최근 선거양상을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각 정당은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후보가 분리되지 않고, 당협위원장이 당선될 때 까지 연거푸 출마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지역의 단체장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받고 당협위원장직까지 맡은 후보가 당선되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낙선하게 되면 당협위원장직을 바탕으로 2년뒤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자신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우환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주변에는 “현재 뛰고있는 누구누구 정도로는 경쟁력이 없으니 거물급을 보내달라”는 시장 군수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거물급의 면면은 원희룡 국토부장관, 이준석 전 대표등이고 심지어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보내달라”는 요청까지 있다고 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이름도 자주 거명된다.

이같은 요청에는 해당 지역의 민주당 현역 의원이 다선 중진에 친명계 등 전투력이 강한 사람들로 당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낙선시켜야 하는 ‘저격공천’의 필요성이 있다는 배경 또한 작용하고 있다.

원희룡에 이준석, 한동훈 김은혜 같은 면면의 공통점은 인지도와 지명도 뿐 아니라 만약 내년 총선에서 지더라도 절대 해당 지역에 눌러앉아 시장 군수 자리를 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달성해야 할 최우선 목표는 과반수 달성과 친문 친명계 강성 좌파 의원들을 꺾는 것이다. 과반수 달성을 위한 압도적 의석과 민주당의 강성 의원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당의 수도권 단체장들이 요구하는 이같은 거물급 투입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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