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의원실 주최 '보수그라운드제로' 난상토론…조동근 바른사회 공동대표 苦言
"좌클릭서 돌파구 찾는건 치명적 오류, 국정농단의혹 때도 태블릿PC·적폐 검증했어야"
"전투력 상실한 군대는 백전백패…보수가치 아닌 '무임승차 보수정치인'이 수술 대상"
"당 체질 바뀌려면 사람 바꿔야"…정종섭 "전원 차기총선 불출마 선언후 좋은사람 찾자"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를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하고 여론영합적인 '좌클릭(左-Click, 좌편향을 택하는 것)'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국정농단세력, 적폐세력, 수구세력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는 건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며, 이를 스스로 인정하면 한국당의 재기는 불가능하다"는 고언(苦言)과 함께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재철 한국당 의원실이 주최한 자유포럼 연속 토론회 '보수 그라운드 제로' 난상토론에서 "한국적 현실에서 보수 가치를 가진 개인들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보수 가치를 담아낼, 표를 줄 만한 당이 없다"고 전제한 뒤 이같이 밝혔다.

"당을 해산하고 당명을 새로 짓는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인적 청산이 당 해산보다 합리적이고 유권자에게 감동적"이라고도 말했다.

그동안 한국당이 자유우파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만큼 가치 중심으로 뭉치지 못했고, 정책 제시 또한 마찬가지였다는 게 이런 비판의 초점으로 풀이된다. 탄핵과 선거 패배 등 정치적 위기가 잇따른다고 손쉽게 패배주의를 택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도 울렸다.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등이 주최한 자유포럼 연속 토론회 '보수 그라운드 제로' 난상토론에서 참석자들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등이 주최한 자유포럼 연속 토론회 '보수 그라운드 제로' 난상토론에서 참석자들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동근 교수는 최근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독자 쇄신안을 겨냥한 듯 "혹여 좌클릭에서 보수의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면 이는 치명적 오류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는 한편 "한국당 지도부가 국정농단 세력, 적폐·수구 세력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는 것은 여당의 프레임에 스스로 들어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중앙당 해체 방침에도 "당의 '질서 있는 해체'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기업도 아니고 정당은 소중한 무형의 정치자산이다. 쉽게 해체를 입에 올리는 것은 아니다. 조심했어야 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무기력하게 허용한 이른바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당시 한국당의 대응을 놓고도 "풍설이 아닌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고 싸웠어야 했다. 탄핵의 방아쇠가 된 '태블릿 PC'의 진실을 밝혔어야 했다"며 "그리고 무엇이 적폐인지를 따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고 싸웠어야 한다. 전투력을 상실한 군대는 백전백패"라고 충고했다.

조 교수는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북한 비핵화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한국당의 미래 대응전략 부재도 지적했다. 

그는 종전(終戰)선언이 이행된다면 뒤따를 주한미군 철수, 북한과의 핵전력 비대칭 위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한국당의 통일 문제에 답안지는 백지다. 어젠다 세팅을 포기한 듯하다"며 "한국당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문재인 정부를 철저히 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교수는 한편으로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에 허점이 많은 만큼 한국당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봤다.

실제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펼쳤지만 통계청 10대 경제지표 중 9개가 악화하고, 최근 실업률이 지난 18년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그는 "정부 산하 16개 위원회 외부인사의 62%가 민변과 참여연대 등 좌파시민단체 출신이라고 한다.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편협한 인재 풀에 매이면 집단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이론적으로, 정책적으로 그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맹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한계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이들이 속한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해 소득분배가 악화된다"며 "한국당이 그만큼 견제하고 비판할 소재가 많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한국당의 활로를 '인적쇄신'에서 찾았다. 그는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선거패배에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차기 불출마선언을 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면서 "지금 수술대에 올라야 할 환자는 '보수 가치'가 아니라, 보수를 표방하며 무임승차해 온 '보수정치인' 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을 좌지우지해온 당직자"라고 직격했다.

이와 관련, 토론에 참석한 정종섭 한국당 의원은 "한국당 의원 전원이 불출마 선언을 해주는 게 우리당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의원직을 모두 사퇴하고 보궐선거를 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당 밖의 좋은 사람들을 찾아 지금부터 유권자들에게 소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원 차기 총선 불출마'로 인적쇄신과 물갈이 의지를 전면에 피력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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