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간의 재임기간 중 ‘정치 편향’과 ‘코드 인사’ 논란에 시달렸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퇴임을 앞두고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퇴임을 앞두고 18일 전원합의체 선고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퇴임을 앞두고 18일 전원합의체 선고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명수의 마지막 정치행보?...코로나 걸렸다며 하루 전에 5부 요인 만찬 불참 통보해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저녁 관저에서 5부 요인 만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김 대법원장의 불참 통보로 행사 자체가 무산됐다. 김 대법원장이 하루 전날인 14일 코로나에 걸려 참석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은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유남석 헌법재판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도 만찬 참석 대상이었으나, 윤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김 대법원장을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당사자가 불참하는 만찬을 굳이 진행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대통령 주재 만찬을 굳이 하루 전에 취소시킨 김 대법원장의 행보를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주초쯤에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13일 ‘법원의 날’ 행사에는 참석해서 마스크를 벗고 기념사를 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채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다른 공식 일정도 대부분 소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떠난다. 김 대법관이 참석하는 5부 요인 만찬 일정을 다시 잡을 수 없는 상태이다.

김명수, 퇴임식 나흘 전인 18일 전원합의체 열어 최강욱 사건 ‘선고’

김 대법원장은 18일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선고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의원 재판은 대법원 1부에 배당돼 오경미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었다. 오 대법관은 김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1년이 다 돼도록 재판을 끌다가 지난 6월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김 대법원장은 22일 퇴임식을 갖는다. 대법원장이 퇴임식 나흘전에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때문에 진보 편향성으로 많은 구설수에 올랐던 김 대법원장이 최 의원에게 마지막 선물을 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 의원은 2017년 10월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자신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허위 확인서’를 발급해 줘, 조씨가 지원한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최 의원이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은 최 의원 측도 반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최강욱 의원은 1,2심 재판부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강욱 의원은 1,2심 재판부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1,2심 재판부가 기각했던 ‘최강욱 측 주장’을 대법원은 1년 3개월 동안 검토해

‘실질적인 피압수자의 압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허위 인턴 증명서가 담겨져 있는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최 의원과 조 전장관 측 주장을 두고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실질적인 피압수자의 압수 참여권’이 기득권자인 최 의원이나 조국 전 법무장관과 같은 기득계층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사안이다.

조국 부부의 자산관리인으로 알려진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가 검찰에 임의제출한 PC 하드디스크 등 3개의 저장매체에는 최 의원이 발급한 인턴 확인서와 최 의원을 포함한 관련자들 간에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이 담겨져 있었다.

김 씨는 이 저장매체들을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숨겼다가 검찰에 임의제출했다고 한다.

최 의원 측은 이 대목을 걸고 넘어졌다. 김씨가 임의제출한 저장매체들은 실질적인 피압수자인 조 전 장관 부부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저장매체에서 전자정보 등을 탐색·추출할 때는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례에 따르면, 허위 인턴 확인서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1, 2심 재판부는 이같은 최 의원의 주장을 기각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정 전 교수가 김씨에게 증거를 없앨 생각으로 저장매체들을 준 것은 김씨에게 사실상 처분 권한까지 줬다고 봐야 하므로 정 전 교수가 저장매체들의 실질적 피압수자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명수는 왜 퇴임식 직전에 전원합의체 소집했나...자신이 퇴임하면 진보 대법관 비율 낮아지기 때문?

김명수 체제 대법원은 최강욱 사건을 1년 3개월 동안 끌고 있다가 김 대법원장의 퇴임 엿새를 앞둔 18일에 판결을 내리는 재판 일정을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최 의원은 지난 2020년 1월 기소됐었다. 대법 선고까지 3년 8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덕분에 최 의원은 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직 신분을 누릴 수 있었다. 18일 선고에서 의원직 박탈에 해당되는 형을 선고받는다고 해도 내년 총선까지 남은 임기인 7개월 정도 손해를 볼 뿐이다.

현재 전합 구성원 중 7명은 보수·중도로, 김 대법원장을 포함한 6명은 진보로 분류된다. 중도 성향 대법관 중 1명만 ‘파기 환송’에 표결하면 의원직 상실에 해당되는 처벌을 내린 2심이 뒤집히게 된다.

김 대법원장이 퇴임하면 진보 비율이 줄어든다. 최강욱 사건에 대해 파기 환송을 결정하기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퇴임식을 나흘 앞두고 전원합의체를 여는 것은 김 대법원장의 의도가 개입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하급심 판단 유지하면, 최강욱은 내년 총선 출마 불가능해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하급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최강욱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하급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최강욱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하급심 판단을 유지한다면 최 의원은 공직선거법에 의해 피선거권이 박탁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형 확정 후 집행유예 기간에 해당하는 2년 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내년 4월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최 의원은 김 대법원장 만큼 논란이 많은 정치인이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위성정당으로 급조된 열린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기 위한 비례대표제 표심을 왜곡시킨 정당을 이끌다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민주당과 합당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합당 후 최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이 됐다.

최 의원은 코인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질타의 대상이 됐던 김남국 의원과 비속어로 대화를 나누다가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022년 6월 최 의원에 대해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최 의원은 ‘짤짤이 발언’이라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광범위하게 진행된 ‘국가통계조작’에 대한 은폐 의혹도 사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경찰청에 '한국부동산원에 대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이 있다'는 정보보고가 들어왔지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를 은폐했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최 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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