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일중한국제문화연구원장
김문학 일중한국제문화연구원장

 

지금 필자의 눈 앞에는 한 장의 오래된 고물 지도가 펼쳐져 있다. 1888년 무렵 일본이 제작한 <조선전도>의 지도(복사본)다. 이것은 일본 제국이 초창기에 제작한 외방도의 전형으로 지금도 '보물'로 칭해진 지도다.

고바야시 시게루 교수의 논증에 따르면, 일본은 19세기 중엽 때부터 영국 등 서양 제국의 측량기술에 의존하여 지도를 작성하려 노력했다. <조선전도>는 1875년 일본 육군이 제작한 지도로서 이는 초창기 외방도의 실례로 대표적 지도로 거론되고 있다.

명칭 그대로 조선전도를 도시(圖示)하는 134cm*98cm의 장방형 거폭의 지도로서 축척은 백만분의 일이다. 그리고 지면에는 경도, 위도가 기입돼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지도의 왼쪽 아래 설명문이다. 그것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이 지도는 조선 8도 전도, 대청일통여도, 영미간행측량의 해면지도 등을 참정하여 그것에 조선 함경도 출신의 모 인사에게 그 자리를 자세히 자문해 의문점을 수정해 제작된 것이다.

조선의 <8도 전도>, 청나라의 <대청통일여도> 또한 영국이나 미국의 해도를 토대를 작성한 것이나, 이 지도의 해안선이나 경위도가 영미의 해도에 의해 표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는 김정호가 1861년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조선전도>는 김정호의 지도를 참조했는지 모르겠지만, 참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자들은 단정한다.

1872년 일본의 하나부사 요시모토가 인솔한 사절단에는 이미 키타무라 등 육군 소좌, 대위가 동행했는데 조선시찰을 통해 조선지도를 제작할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1875년 강화도사건 후 1876년 조선과의 외교교섭은 외방도를 측량, 제작하는 기회가 됐다. 쿠로다, 이노우에 특명 전권변리대사가 이끄는 외교단은 육군소장, 중좌 등이 수행했으며 이미 해안의 측량을 시작했다.

1877년 하나부사 대리공사의 사절단이 조선에 파견됐다. 일본 외교관의 서울 주재를 조선 측에서 인정할 것과 개항지를 선정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탄 배는 부산항에 이른 후에도 도중에서 측량을 거듭했다.

이들은 <입경로정개측도> 등을 제작하였으며 1882년까지 11종의 조선국내약도를 제작해냈다.

이 시기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일본 육군 장교들의 조선여행이다. 말이 여행, 시찰이었지 사실은 조선지도를 제작하는 정찰, 측량의 수단이었다. 1883년 시작되는 최초의 여행에는 일본 육군 대위, 중위 등 여러 명의 장교들이 들어있다.

이들이 기록한 리포터가 일본의 국내 지학협회 잡지에 게재되기도 하는데, 군인의 정찰보고가 학술잡지에 게재되는 일은 야릇한 일이다. 이들 군인의 여행은 조선의 정보를 입수하고 지식을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고바야시 시게루 교수는 2008년 3월 미국 워싱턴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외방도 조사를 통해 서고의 일각에서 당시 일본 장교들이 여행을 통해 제작한 지도를 발견했다고 한다. 여기엔 그들 장교들이 손으로 그린 육필 지도가 색채까지 칠해 매우 생동하게 그려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외에 고구려의 광대토왕 비문의 탁본을 처음 일본에 가지고 온 것을 명시하는 육군장교 사코오가 제작한 지도도 들어 있었다.

100여년 전 일본 장교들이 도보로 걸어서 조선반도의 전 지역을 탐파한 결과물로서 상세한 지도는 매우 다종 다양하다. 왜 미국에 일본인이 제작한 조선지도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미군의 일본지도 접수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의 회상에 의하면, 지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가 아닌 지역의 원도를 직접 접수(압수)했다고 한다.

1945년 8월부터 1952년까지 맥아더 장군이 이끈 GHQ 연방군이 일본을 점령 통치했을 때 많은 문물과 함께 이 부류의 외방도가 미국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일본군이 그린 육필 지도는 생동하고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 당시의 조선상황을 인식하는 자료로서도 귀중한 가치를 갖고 있음을 의심할 나위가 없다.

육군이 주도한 여행, 정찰 그리고 세심하고 꼼꼼하게 손으로 그린 지도 제작 사업을 그뒤 1891년까지 이어지며, 1884년 갑신정변 때 일본장교가 조선민중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도 발생한다. 1910년 8월 한일병합 후 일본의 조선에 대한 지도 작성은 토지사업 등과 함께 병행하여 일본에 의한 <조선지도 제작사>를 구성해내고 있다.

김문학 일중한국제문화연구원장(현 일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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