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 의한 통계조작이라는 국정농단사건을 폭로하는 감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정작 최고 책임자인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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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정책실장 등 22인, 집값은 낮추고 소득은 올리는 ‘국가통계조작’ 혐의로 검찰수사 대상

15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 22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수사 요청 리스트에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낮추고 소득상승률은 높이는 방향으로 통계조작을 지시한 ‘라인 조직’의 핵심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우선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씨 등 문 대통령 청와대의 정책실장 4명이 모두 포함됐다. 또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하는 7명에 대해서도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했다. 총 29명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 요청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토부를 압박해서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가격 상승 통계를 조작하고, 청와대가 통계청으로 하여금 소득양극화 지수를 완화시키고 소득상승률을 높이는 고용 및 소득관련 지표를 발표하도록 했다는 게 감사원의 발표 내용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수석비서관-국토부 장차관-통계청 및 한국부동산원’으로 연결된 통계조작 라인이 작동했음을 알 수 있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저지른 22인, 문재인 제외한 수사에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듯

문 정부 22인의 고위직은 정부의 존립근거에 심각한 의문점을 던지도록 만든 인물들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들 22인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누구도 행한 적 없었던 ‘초유의 일탈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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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양대 요소인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고 소득양극화를 줄여나가는 것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정부는 이 같은 절대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복지국가 등으로 정책 노선은 다를 수 있지만, 정책 목표는 동일했다. 이념 성향에 따라 경제정책이라는 ‘수단’은 상이해도 국민경제를 이롭게 한다는 ‘목표’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이런 목표를 실현하려고 애쓰는 대신에 ‘국가통계조작’이라는 국정농단을 수단으로 택한 정권은 문재인 정부가 유일하다. 주택가격을 폭등시키면서 주택가격 통계를 조작해서 가격을 낮추거나, 소득양극화를 심화시켜놓고서 통계청장을 경질해서 관련 통계를 조작한 것이다.

더욱이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등이 문 전 대통령의 지시 혹은 문 전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문 정부의 고위직들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22명 중 상당수는 사실을 고백하고 처벌을 최소화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망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감사원 감사결과를 맹비난했지만 구체적 통계조작 사례에 대한 언급은 회피

문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통계조작 자체를 ‘거짓’이라고 우기는 적반하장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15일 국회 브리핑에서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있지도 않은 통계 조작을 만들어낸 감사원의 조작 감사야말로 국기문란”이라면서 “중립을 지켜야 할 감사원이 앞장서서 정권의 친위대를 자처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고 반박했다.

강 대변인은 “통계 체계 개편은 국가통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고, 통계 조사와 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과 조사원들이 참여하는 상황에서 통계조작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감사원은 특수통 검사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통상적 업무 절차를 끝내 조작으로 몰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결과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즉 포괄적으로 비난하면서 구체적 언급은 회피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반박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속셈= 94회라는 통계조작 횟수, 청와대 은폐의혹 등에 대해 다투면 불리하다고 판단?

그만큼 감사원 감사결과는 구체적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소득통계 조작건을 제하고 부동산 통계조작만 따져봐도 그렇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15일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고,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자료와 증거를 통해 입증된 가장 객관적인 개입 사례만 94회”라고 강조했다. 조작 횟수를 94회로 명시한 것은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감사원은 개입과 통계조작의 방식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화요일)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금요일)와 '속보치'(월요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이유를 보고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2018년 8월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 발표 이후 서울 매매가 변동률 주중치가 0.67%로 보고되자 청와대가 낮출 것을 지시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에 확정치를 0.22%포인트(p) 내린 0.45%로 조작해 공표했다. 이런 조작 행위는 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정책실장 재임시까지 지속되면서 총 94회에 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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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가 매매가 변동률 확정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한국부동산원 원장 사퇴까지 종용했다.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70주간은 아예 조사 없이 임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만들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부동산원의 기능을 파괴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은폐의혹도 제기됐다. 2019년 11월에는 경찰청에 '한국부동산원에 대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이 있다'는 정보보고가 들어왔는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를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는 게 감사원 지적사항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서 맹비난하면서도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드러나 통계조작의 구체적 사례와 방식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였다. 사실관계를 다투면 불리하다고 판단, 정치적 선동에 몰두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가통계조작했지만 문 대통령은 무관하다는 결론이 가능할까?

민주당이 통계조작 사건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려는 데 비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의 통계조작 개입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확전을 선택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통계 조작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자신하느냐”면서 “나라를 망친 죄, 국민을 우롱한 죄, 성역 없는 공정한 수사가 뒷받침돼 반드시 조작의 진실을 밝혀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진=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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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변인은 “당시 청와대 대책회의에서는 집값이 오르면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며 압박하다가도 집값이 떨어지면 피자를 쏘겠다며 기뻐했다 한다”면서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을 하며 산하기관을 학대했다”고 맹비판했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까지 나서서 통계조작을 정부부처에 지시했다는 감사원 결과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국민적 비판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해 악성 민원을 했던 가해자 학부모 중의 한 명인 A씨는 지난 11일 SNS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황당한 논리를 동원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A씨는 “우리 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고 표현했다. 아이가 손으로 친구 뺨을 때렸다는 게 정상적인 표현이다. A씨의 아이가 친구 뺨을 때린 가해 아동인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고 함으로써 뺨으로 자신의 아이 손을 때린 친구를 가해 학생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내 아들 손이 상대방의 뺨에 맞았다’는 표현 하나로 선생님이 왜 그토록 절규하다 생을 마감하셨는지 완벽하게 이해된다.”, “엉덩이가 손에 맞았으니 성추행이 아니라고 할 기세네” 등의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검찰 수사를 통해 22인의 고위직들이 국가 통계조작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범죄사실이 규명된다면 검찰의 칼 끝은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정책실장들이 국가통계를 조작했지만 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결론짓는다면 “뺨이 날아와 손을 때렸다”는 주장보다 훨씬 격렬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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