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사진=AP 연합뉴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사진=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에 이어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도 몇 주 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실종설이 불거진 데 대해 "아는 바 없다"면서 상황과 관련 없이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15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열린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리상푸 부장에 대해 질문을 받고서 "국방부장의 상태에 대해 내가 아는 바가 없으며 어찌 됐든 최종적으로 중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그래왔듯이 어느 시점에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중국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완전히 됐다"며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든 상관 없이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상푸 국방부장은 친강 외교부장과 마찬가지로 군사외교 무대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낸 대표적 인물로 지난달 29일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 기조연설 이후 종적을 감췄다. 지난 7일 베트남과 국방 협력 회의는 리 부장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돌연 연기됐다. 

람 에마뉘엘 주일 미 대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중국 정부 내에 자리를 비운 인물들이 매우 많다고 지적하며 부패 청산을 명분으로 한 숙청이 재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에마뉘엘 대사는 최근 베트남 방문과 싱가포르 해군참모총장과의 베이징 회담에 리 부장이 불참한 점을 지적하며 리 부장이 가택연금 상태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8월 초 지상배치된 미사일을 통제하는 중국 로켓부대의 장성 2명이 교체되면서 중국 군부에 대한 숙청이 시작됐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법원장도 임명된 지 몇 달 만에 해임됐다.

미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15일 미국과 중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 부장이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친강 외교부장 전격 교체 당시와 마찬가지로 리 국방부장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주 초 리 부장에 대한 질문에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만 답변했다.

두 외교, 국방부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총애를 받은 인물들이다. 그러다 최근 몇 달 사이 행방이 사라진 국무위원이 됐다.

중국 최고위직 인사들의 실종, 또는 '잠적 후 낙마' 현상은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에 관련해서도 언급되고 있다. 왕 부장은 다음주 열리는 국제사회 최고 외교무대 유엔 총회에도 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이후 미국 망명길에 오른 전직 중국 외교관이자 민주화운동가 한롄차오(韓連潮)는 지난 13일 X(옛 트위터)에 올린 '왕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라는 글에서 "오랜 친구로부터 왕 부장이 자택에서 자숙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 리창(李强) 총리를 수행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일부터 열리는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 불참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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