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했다고 진술했다. 뿐만 아니라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의 배후라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이 전 부지사나 김 전 회장에게 책임을 완전히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은 지난 2019년 북한에 약 800만 달러를 보냈다. 경기도가 북한에 세우려던 스마트팜 비용(500만 달러)과 이 대표 방북 비용(300만 달러)으로 추정되는 금액이다. 이 사업을 추진했던 이 전 부지사는 현재 쌍방울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뇌구조는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측근과의 관계를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정치선전술을 구사한다. 마지막 단계에 가면 해당 측근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다.

이화영은 도지사가 상대 안한 김성태와 밥먹고 술마셨다고?

이화영 전 지사도 이같은 이 대표 정치선전술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9일과 12일 진행된 2차례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스마트팜을 추진했고 방북하려 한 사실은 맞지만, 쌍방울에 돈을 대신 내게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 전 부지사에게 모든 혐의를 떠넘기고 김 전 회장과는 ‘생면부지’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이 대표 직인이 찍힌 ‘방북 초청 요청’ 공문에 대해서는 ‘허술한 해명’으로 혐의를 피해가려고 애를 썼다. ‘운전면허증에 경찰청장 직인이 찍혔다고 해서 청장이 운전면허 발급 사실을 알았겠느냐’며, 이 대표 직인이 찍혔지만 이 대표는 몰랐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는 “아랫사람에게 위임했고 전결권에 따라 서명하면 관인은 저절로 찍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박 변호사가 말한 ‘아랫사람’은 이 전 부지사를 지칭한다. 검찰조서의 진술까지 뒤엎어가며 이 대표 감싸기에 나섰던 이 전 부지사가 들으면 몹시도 섭섭할 호칭이다.

이재명 대표 측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했다'고 진술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대표 측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했다'고 진술했다. [사진=채널A 캡처]

박 변호사는 김성태 전 회장과 관련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이 전 부지사를 언급했다. 이 전 부지사가 김 회장을 한번 만나보라고 했지만, 이 대표가 안 만났고 상대할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상사인 도지사가 ‘상대할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한 인물과 대북 사업을 추진했고,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뇌물도 받은 상황’이 된 것이다.

박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도와 쌍방울이 엮인 모든 문제는 결국 ‘이화영 책임’이 되는 셈이다. 모든 혐의를 이 전 부지사에게 떠넘기는 이 대목에서 21년 전 이 대표가 ‘검사 사칭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소환되고 있다.

2002년 검사 사칭 때도 PD수첩 최 PD에게 뒤집어 씌웠으나 150만원 벌금형 받아

전과 4범인 이재명 대표의 범죄 전력 중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돼 소환된 것은 '검사 사칭'으로 벌금형을 받은 죄목이다. 2002년 자신의 공천 경쟁자였던 김병량 성남시장을 공격하기 위해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해 김 시장과 통화한 혐의이다.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은 이재명 변호사와 최철호 PD를 ‘선거법 위반 및 검사사칭’으로 고소했고, 이 대표는 재판 내내 "PD가 사칭하는 걸 사전에 몰랐다. 억울하다. 말리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했다. 모든 혐의를 당시 KBS ‘추적60분’ 최철호 PD에게 뒤집어씌우면서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재명이 PD에게 서모 검사 이름을 알려줬고, PD가 검사를 사칭해 성남시장과 통화할 때는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으며 추가 질문 사항을 메모지에 적어줬다"고 적시했다. "김 시장의 답이 만족스러울 때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이기도 했다"고 봤다. 이 장면은 KBS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됐다.

이로 인해 당시 변호사였던 이 대표는 공무원 사칭으로 2003년 벌금형 150만원을 받았다. 결국 끝까지 부인했던 이 대표는 유죄를 받았고, 반면 당시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진술한 최 PD는 선고유예 받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선거 때마다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며, 최 PD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에게 모든 혐의를 떠넘기는 것과 똑같은 구조인 것이다.

이 대표는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검사 사칭은 제가 한 게 아니라 방송국 PD가 사칭해서 전화한 것을 제가 검사 이름을 알려줬다고 해서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해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TV조선 캡처]
이재명 대표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해 누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TV조선 캡처]

이 사건이 재점화된 것은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이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해당 사건을 두고 “누명을 썼다”고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이재명이 혐의 뒤집어 씌운 최 PD “대통령 되겠다는 분이 그렇게 남을 음해” 토로

지난 대선에서도 이 문제는 불거졌다. 20대 대선 선거 공보물의 전과 기록에 ‘2003년 7월 무고와 공무원자격 사칭 혐의로 벌금 150만원’ 이라고 게재된 것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시민운동가로서 공익을 위해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사건 진상규명과 고발 과정에서 발생, 특혜분양사건대책위 집행위원장이던 후보자를 방송 PD가 인터뷰하던 중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 사항을 물어 알려줬는데, 법정다툼 끝에 결국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이라고 소명했다.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자, 최 PD는 2022년 2월 24일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검사 사칭은 PD가 주도적으로 했다’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 PD는 기자회견에서 “당시 불법적인 방법으로 녹음을 해 이것을 그대로 방송할 수 없다고 (이 후보에게) 이야기하니, 이 후보가 제게 ‘이 녹음 테이프를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하는 것처럼 하자’고 했다”며 “그래서 성남 지역 다방에서 제가 해당 테이프를 받는 것처럼 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주도로 검사 사칭을 했고 일부 방송 내용도 조작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최 PD는 “대통령 되겠다는 분이 왜 개인에 대해서 그렇게 음해하는 식으로…그분의 그런 태도가 이해할 수 없어요. 누구나 상대방을 존중해 줘야 될 거 아닙니까. 이게 뭡니까, 도대체!”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모든 허물을 뒤집어 쓴 이화영, 그래도 이재명을 옹호할까?

자신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 이 대표를 보는 최 PD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제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12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모든 혐의를 떠넘기는 시간, 이 전 부지사는 바로 옆 수원지법에서 ‘대북송금 의혹과 이재명 대표의 연관성을 일부 인정한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가 재판 증거로 채택되는 것에 부동의’했다. 이 대표의 연관성을 인정한 자신의 진술이 검찰의 압박에 따른 거짓이었다고 밝힌 셈이다.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에게 모든 혐의를 떠넘겼다는 사실을 이 전 부지사가 알고 난 이후, 이 전 부지사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대해 현재까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 유동규의 길을 걷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다음 공판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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