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관세로 일본 장악 시장 공략
필리핀 수입 바나나 30% 관세 5년내 철폐
'K-푸드' 수출 때도 무관세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기념촬영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덕근 통상교섭 본부장(오른쪽)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이 7일 자카르타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필리핀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서명식을 개최했다. 서명식은 윤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필리핀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Alfredo Espinosa Pascual)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과 FTA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인구 1억1000만명에 니켈과 코발트 생산량이 각각 세계 2위, 4위의 핵심 광물 보유국이다. 이번 FTA 체결로 아세안에서 우리나라의 교역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 체결된 한·필리핀 FTA가 향후 양국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되면 한국은 필리핀에 94.8%의 품목을, 필리핀은 한국에 96.5%의 품목을 개방해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연합뉴스 그래픽]

대통령실의 최상목 경제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아세안은) 교역 규모 2000억 달러가 넘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제2위 교역 대상"이라며 "한·필리핀 FTA는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아세안 회원국과의 다섯 번째 양자 FTA로서, 아세안 시장의 91%에 달하는 거대한 FTA 네트워크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과 필리핀 양국이 FTA에 정식 서명함에 따라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가 장악하고 있는 필리핀 시장으로의 한국 자동차 수출 활로도 열렸다.

필리핀은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5%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FTA가 발효되면 승용차와 화물차 모두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필리핀과 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한 일본 승용차에 현재 20%의 관세가 붙고 있는 만큼 관세를 물지 않는 한국산 승용차가 일본산 승용차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일본이 82.5%로 압도적 1위다.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에 불과했다.

K-푸드 열풍에 의해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 유망 수출품이 된 가공식품 등 식품류에 붙는 관세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한국 측은 필리핀의 관심 품목인 바나나 관세를 현재의 30%에서 단계적으로 낮춰 5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이 수입하는 바나나의 대부분은 필리핀산이다. 한국은 작년 전 세계에서 2억8000만달러어치의 바나나를 수입했는데, 이 중 73%에 해당하는 2억1000만달러어치 바나나가 필리핀에서 왔다.

따라서 향후 필리핀 수입 바나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바나나 가격이 현재보다 30%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필리핀과의 FTA 체결로 우리나라는 전세계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다. 필리핀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세안 자유무역지대 등 다자간 FTA의 체약국이며 양자 FTA의 경우 2008년 발효된 필리핀-일본 경제동반자협정(EPA) 이후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산업부는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한-필리핀 FTA 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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