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과 관련해 함명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홍범도함 함명 변경을 예고한 바로 다음날 국방부는 해군 입장을 전하며 함명 변경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싼 국무총리, 국방부, 해군 간 의견차는 지난달 말부터 계속 노출되는 중이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홍범도 잠수함 개명 논란에 대해 어떤 판단들을 하고 있나. 국방부의 최종 입장은 뭔가"라는 질문을 받고 "총리님도 개인 입장이라는 전제 하에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다. 국방부도 홍범도함 명칭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나 이렇게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기 의원이 "국방부도 검토가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그렇다"라고 말했다.

기 의원은 "해군에서는 이 논란이 나왔을 때 필요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부인하던데 지금은 장관도 총리 생각과 마찬가지로 개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의견을 좀 더 들어보고 해군의 입장도 들어보고 해서 필요하다면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논란이 될 수 있는 인물 이름이 붙었는지) 해군 함정에 대해서는 전 함정을 다 알아봤다. (홍범도함을 제외하고는) 지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 의원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질의를 받고 "우리의 주적과 전투해야 하는 군함을 상징하는 하나의 이름이 공산당원이었던 사람으로 (이름을) 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로 다음날인 지난 1일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총리가 잠수함 함명 개명을 언급했는데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총리께서 의원 질문에 답한 것인데 그럴(함명 변경) 필요성을 이야기하신 것 같다. 해군에서 함명을 바꾸거나 하는 검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육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면 잠수함 홍범도함 이름도 바꾸느냐'는 질문에 "검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도영 해군 서울공보팀장(중령)은 브리핑 중간에 "(홍범도함) 이름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해군이 공개 브리핑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서로 간의 입장차를 보인 데 이어 국무총리와 국방부도 하루 새 함명 변경 문제를 놓고 혼선을 빚은 상황이었다.

이같이 좌충우돌하는 중에 이 장관이 이날 '국방부도 함명 변경을 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새로 밝힌 것이다. 

 

홍범도함은 해군의 214급(1800t급) 잠수함 가운데 7번째 만든 잠수함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2월 함명이 제정됐다. 당시 해군은 "홍범도 장군의 이름을 최신예 잠수함 함명으로 정함으로써 장군의 애국심을 기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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