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역군사법원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 모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군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사건의 후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부여당 압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검찰이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관련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박 전 단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전날 오전 열릴 예정이었다. 박 전 단장은 당일 오전 군사법원에 출두하려다 법원 출입문이 폐쇄되고 국방부 위병소를 통한 출석을 요구받자 문 개방을 요구하며 3시간 동안 대치했고 결국 강제구인됐다. 파행 끝에 진행된 영장실질심사 결과, 군사법원은 박 전 단장이 도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등의 사유를 밝히며 군검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박 전 단장 측의 김정민 변호사는 2일 군사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판단과 관련해 "하루 빨리 외압 실체와 채 상병 사망 원인이 철저히 규명되기를 바란다"며 "국민에게 감사드리며 군판사 판단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 대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군검찰도 당장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그만두고 수사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면서 "이미 국민들의 군검찰에 대한 불신은 한계치에 와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피의자가 군사법원에 약속한대로 성실히 소환조사에 임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단은 "만약 다시 출석 거부 등 수사를 지연시킬 때는 필요한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수사하겠다"고도 했다.

박 전 단장의 전(前)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구속영장 기각 후 "국방부 검찰단장에 대한 추가 고발을 준비할 것"이라며 "박 전 단장에 대한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경북경찰청에서 이첩된 서류를 회수한 것은 위법하며, 그 다음 날 박 전 단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위법한 이상, 이에 따른 구속영장 청구는 그 자체로 명백하고 중대하게 위법한 시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강제구인 쇼까지 동원해 박 대령의 입을 막으려 한 군당국의 무도한 시도는 실패했다"며 "거대 양당의 즉각적인 국정조사 수용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배 원내대표는 "군 당국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보장하고, 진실규명을 할 것이라 믿기도 어렵다. 단순히 의혹해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로 세우기 위한 엄중한 문제"라며 "국가가 한 장병의 희생을 이처럼 무도하고 무례하게 대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가 내 자식을 내 형제를 군에 보낼 수 있겠는가. 더욱이 원칙대로 조치한 사람이 처벌되고, 사회가 그것을 용인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떻게 공정과 상식, 원칙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MBC라디오에서 "군 검찰이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하며 "박 대령을 처음에 집단항명 수괴죄로 입건시킬 때부터 무리하다는 걸 보여줬다. 집단항명 수괴죄는 내란이나 쿠데타라든가 이런 데 적용되는 게 아니냐. 제가 39년 군복을 입었는데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방비서관과 안보실장의 말이 시간에 따라 바뀐다. 왜냐하면 이게 거짓말일 확률이 많다 보니까 짧은 시간에도 말이 서로 뒤엉키는 것"이라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같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