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도중 '무기한 단식 돌입'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기한 단식 선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관련해 최근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된 그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당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전환을 꾀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함으로써 '보호막'을 스스로 걷어내버린 그가 새로이 취할 수 있는 방어막은 여론. 

이는 이 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 내용에서 드러난다.

그의 발언 내용 대부분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방류 문제, 해병대원 사망사건 외압·은폐의혹, 육사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논란 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슈들 '후벼파기'에 집중돼 있다.

이를 통해 윤 정부 지지율을 끄집어내림으로써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고, 자신에 대한 수사·재판 동력을 꺼트리기 위해서란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당대표 취임 1주년'이란 상징성이 더해지면 더욱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다. 더욱이 원내 제1당이자 초거대야당의 당수가 실시하는 단식은 그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정치인들의 단식 투쟁이 야기했던 정치적 여파는 이 대표가 단식을 선언할 좋은 선례를 남겼다. 그가 실제로 곡기를 끊을지 끊지 않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대표적으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가택연금 중이던 1983년 5월 18일부터 5.18민주화 운동 3주년을 기념해 ▲구속 인사 전원 석방 ▲해금·해직된 교수와 근로자, 제적 학생의 복직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면서 단식에 돌입했다. 그의 단식은 23일째에 끝이 났지만 이를 통해 당시 민주화 세력은 응집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1990년 故 김대중 대통령, 2014년 문재인 전 대통령, 2016년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2019년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의 단식은 계속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이 얼마만큼의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그의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에 악영향을 끼친단 평가가 나올 만큼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윤 정부를 향한 단식 투쟁이 실익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윤 정부의 민생파탄 야기, 민주주의 훼손, 헌정질서 파괴' 등이 정말 맞는 소리인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호는 통상 한 진영에서 반대 진영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므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윤 정부가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근거인 '국민을 주인으로 대하지 않음' '헌법 외면, 국가의무 회피' '역사 부정, 국민 갈라치기' '먹고사는 문제 방기, 각자도생 적자생존 나라로 전락' 등의 주장은 문재인 정권 때 야권에서 여권을 비판할 때 그대로 사용됐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일각에서는 '수신(修身)'조차 못하는 이 대표가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하겠다며 급작스런 단식 투쟁을 선언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외에도 '구속 될 것 같으니 쇼에 돌입했다' '간헐적 단식할 것 같다' '단식을 밀착 감시하는 유튜브가 인기 끌 것 같다' '문재인처럼 수염 기르는지 지켜봐야겠다' 등의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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