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공장 30년 운영한 ‘영원한 레미콘맨’
'품질 향상'과 '업계 화합'위해 불철주야
'시멘트 파동'과 '검단 아파트 붕괴'로 속앓이
'철근 누락' 결론에도 레미콘 품질제고 박차
건설사·시멘트사·레미콘공장 '상생' 기원 

구자영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이경택 기자]

"조합 회원사들과 회의하며 제가 항상 부탁하는 얘기가 있어요. 민간 건설현장보다 LH 등 공공기관에 먼저 레미콘을 납품하자. 또 충분한 양의 시멘트와 양질의 골재 사용해 최고 품질의 레미콘을 만들자. 모두들 공감하십니다."

구자영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30년 가까이 레미콘 제작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영원한 레미콘맨'이다. 1997년 4월 인천 영종신도시 외곽에 신공항레미콘(주)를 설립, 운영하며 건실한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또 2004년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추대된후에는 업계의 화합과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지자체나 유관기관을 찾아 쓴소리와 직언을 서슴지 않으며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지역 조합 이사장으로 품질 제고에도 누구보다 더 앞장섰다. 레미콘 제작 시 시멘트, 모래 등과 함께 들어가는 '골재'인 자갈이 부족할 때는 손수 운전해 가며 강화도에서 안성에 이르기까지 자갈이 나올 만한 석산을 모조리 뒤지고 다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같은 구 이사장의 노력이 지역 업계를 하나로 묶는 원동력으로 작용해 조합의 발전을 원만하게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에는 22개 중소레미콘 공장이 회원사로 가입돼 공사현장에 제 때 레미콘을 공급하기 위해 불철주야 제작에 매달리고 있다.

'반죽된 콘크리트'인 레미콘은 공장에서 제작 후 90분안에 레미콘 트럭을 이용, 시공현장에 공급, 타설(레미콘 트럭에 싣고 간 레미콘을 공사 현장에 제공하는 것을 지칭)까지 마쳐야 한다. 시간을 넘기면 레미콘이 이동하는 동안 콘크리트로 굳어버려 공사 현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폐기물이 된다. 

구자영 이사장이 인천 영종신도시 외곽에서 운영중인 (주)신공항 레미콘 전경. [네이버 플레이스 화면 캡처]

레미콘 트럭에 장착된 둥그런 애지테이터(agitator)가 이동하면서 계속 돌아가는 것도 레미콘이 굳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처럼 지역 업계 애로사항 해결과 품질제고에만 매달려온 구 이사장에게 올해 들어 '밤잠'을 설치게 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첫번째가 지난 4월 레미콘 수급 파동이다. 

"시멘트 공급이 부족해 LH가 시공하는 주택,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학교 같은 관급 건설 현장이 일제히 멈춰 설 위기에 처했습니다.  시멘트 공급 부족은 시멘트를 주요 자재(40% 이상)로 생산하는 레미콘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고, 비난의 불똥이 엉뚱하게 LH 등 공공기관의 '관수(국가가 필요한 자재를 조달청을 통해 공급받는 것) 물량'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레미콘 공장으로 튀었어요."

당시 업계 일부에서는 LH 아파트 등 공공기관 발주 레미콘 물량을 중소레미콘 공장들이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공기 지연'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2005년 정부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조달청의 공공조달 계약에 한해 대기업 레미콘사의 참여를 제한하고 중소 레미콘 공장의 레미콘을 사용하도록 했다. 

대기업 레미콘사는 공공기관 발주의 경우 수도권에 한해서만 20% 한도 내에서 참여할 수 있다. 

지난 4월 시멘트 파동 당시 LH 관계자 일부는 "관급 자재 비중을 중소기업에 몰아주며 시장 원리를 거스르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 만큼 80%에 이르는 중소 레미콘공장의 '관급자재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고 대기업 레미콘사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관련 중소 레미콘업계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당시 시멘트회사들이 대량·장기 거래를 하는 대형 레미콘사나 자사 계열사인 레미콘 공장 등 위주로 물량을 배분하면서 관급 공사에 주로 참여하는 중소형 레미콘사가 뒷순위로 밀렸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다 알려진 얘기다. 

게다가 중소레미콘 공장은 원재료인 시멘트 부족에 따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수(민간 건설사 발주) 비율은 전년 대비 하락했고, 관수비율은 납품 물량및 비율이 전년대비 모두 증가했다. 

이는 중소레미콘 공장등의 '전년대비 민관수 출하실적'(표 참조)을 살펴봐도 곧 알 수 있다. 

시멘트 파동에도 올해 2~3월 중소레미콘공장들이 책임지고 있는 '관수 물량' 출하량이 늘어났다. 

이에대해 구 이사장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시멘트 공급이 안 됐기 때문에 레미콘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고, 대기업 집단의 레미콘 공장에서 납품을 맡았다고 해도 시멘트 물량이 한정돼 있는 만큼 역시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겁니다."

또 하나는 4월에 발생한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다.  이 아파트는 LH가 발주한 것으로 GS건설이 시공을 맡았었다. 

나중에 '철근 누락'으로 원인이 밝혀졌지만 사고가 발생하자 몇몇 언론에서 "정부 보호막에 안주하며 품질 경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중소 레미콘 공장의 안이함'이 빚은 사건이라고 질타하기 시작했다. 

"부실공사 원인이 '철근 누락'이라고 결과가 나왔는데도  '콘크리트 강도'를 운운하며 저의 중소 레미콘 공장들이 '품질 불량' 레미콘을 납품해 빚어진 결과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일부 언론은 (공공기관 발주라고 해) 현장 바로 앞에 공장을 둔 대형 레미콘사는 입찰 참여조차 못한 채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3개 업체 등 중소 레미콘공장들로 이뤄진 지역 조합원사만 참여해 빚어진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어이없는 '보도'입니다."

그러나 <펜앤드마이크>가 지난 7일 단독 보도한 <'국토부 내부자료' 입수→ "검단 사고 '불량 레미콘' 탓 아니다">에서 밝혀졌듯 검단 조사위의 콘크리트 강도 테스트는 붕괴과정에서 '강도'를 상실한 콘크리트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무의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붕괴되며 급격히 강도가 떨어진 콘크리트'가 아닌 벽체의 정상적인 '콘크리트 코어(품질 평가를 위해 구조체에서 잘라낸 시험용 성형품)를 테스트한 결과 28일 경과 시점에 대부분 30MPa(메가파스칼) 이상이어서 설계기준 강도 24MPa를 훨씬 넘기고 있었다.

구 이사장은 검단 아파트 공사에 중소레미콘 공장들만 레미콘을 납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레미콘을 검단 신축아파트 현장에 타설한 13개 공장 중에는 중소레미콘 공장 뿐 아니라 대기업 계열의 '1군 레미콘' 공장들도 납품을 했습니다. '관급'인 LH 공사이므로 중소레미콘 공장이 모두 납품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착오입니다."

이와관련 국토부는 지난 27일 검단 신축아파트에 대해 붕괴 사고가 난 지하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사고가 난 검단아파트 주거동 일부에서도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치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대한건축학회는 콘크리트 강도 부족의 원인으로 (레미콘의 공사 현장 타설을 마친후)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다짐 불량’을 지목했다. 시공 과정에서 공극(20㎜ 이상, 공극은 '콘크리트 내부의 빈공간'을 의미)이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다짐은 콘크리트 내부의 공기를 제거하고 콘크리트의 입자를 밀착시켜 단단하고 견고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공법을 의미한다. 

콘크리트 다짐을 하는 주된 이유는 콘크리트의 내구성과 강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며 시공현장에 대한 레미콘 타설 후 다짐기(진동) 등을 사용해 이뤄지기 때문에  '레미콘 품질과'는 무관하다. 

원희룡 장관도 "만약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부실 골재를 썼기 때문이라고 확인된다면 같은 시기 진행된 다른 공사도 문제가 되는데, 건축학회에 따르면 이러한(골재)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GS건설에서 해당 단지의 재시공을 결정한 만큼 충분한 대책이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의 설명은 검단 신축아파트 일부의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시공과정의 문제점이지 현장에 제공된 '레미콘 품질'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적시해주고 있다. 

구 이사장은 지역 조합의 리더답게 '상생'을 얘기했다.  

"건설사와 시멘트사 그리고 레미콘사는 단순히 거래상의 ‘갑과 을’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죠. 건설업계나 시멘트 업계가 어려우면 레미콘 업계도 어려워집니다. 서로 도와야 살아갈 수 있는 구조 속에 있습니다.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관수 레미콘'을 책임진 저희 지역 조합 나아가 중소레미콘 공장들이 집중해야 할일은 고품질의 레미콘을 적기에 공사현장에 납품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레미콘공장 125개(한국레미콘공업협회 회원사)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소속된 중소레미콘업체들이 전국 도처에서 38개 조합을 결성, 운영하는 957개(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집계) 레미콘 공장이 가동 중이다.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 역시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산하의 조합이다. 

구자영 이사장은 인터뷰 도중에 종종 지역 기업으로서의 '사회 공헌' 이야기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구자영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오른쪽)이 조상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게 이웃사랑성금 1000만원을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구체적으로 묻자 "저의 레미콘 공장들 역시 지역 건설 현장에 터를 잡고 운영하는 기업인 만큼 지역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데 보탬이 되고자 할 뿐"이라고 겸양했다. 그러나 별도로 알아본 결과 곧 일부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구 이사장은 꾸준히 지역 사회의 취약 계층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었다. 

지난 2021년부터 구 이사장은 본인이 운영하는 (주)신공항레미콘 이름으로 긴급생계 위기 구민을 돕기 위해 인천 중구가 실시하고 있는 기부금 제도인 '먹거리 나눔사업'에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올해 들어서는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 이름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조상범)에 이웃사랑성금 1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당시 인천공동모금회 조상범 회장은 "최근 레미콘 사업의 어려움이 극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웃사랑 실천에 뜻을 모아준 조합과 회원사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