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을에서의 나경원 대 이수진 리턴매치 그 이상의 의미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전국 253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서울 동작을은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8번의 선거(한차례 재보선 포함)에서 모두 여당 후보가 승리한 특이한 지역이다. 여기에 총선 7번 중 6번은 여야의 선거 승패를 그대로 반영한 ‘스윙보트’이자 또다른 의미의 ‘표준선거구’이기도 하다.

동작을은 동작구 사당동과 흑석뉴타운 등 주택가 및 아파트 단지와 중앙대학교, 숭실대학교 등 대학가에 교통환승 거점인 이수역, 사당역이 있다보니 서울에서도 가장 표심의 변화가 잦은 곳으로 꼽힌다.

동쪽으로 보수표심이 굳건한 부촌(富村)인 서초구 서초동, 남서쪽으로는 민주당세가 강한 관악구 및 노량진 영등포와 접경해 있다는 점 또한 이곳 동작을이 스윙보트 선거구가 된 요인이다.

15대 총선부터 지난 21대 총선까지, 역대 7번의 국회의원 총선에서 동작을은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여당 후보가 승리했고, 이중 6차례는 총선결과 제1당이 된 정당의 후보가 승리했다.

김영삼 대통령 집권 3년차인 1996년 4월11일 치러진 15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신한국당의 유용태 후보가 김대중 총재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 김왕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00년 4월13일 16대 총선에서는 유용태 김왕석 후보가 여야로 당을 바꿔서 출마했는데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으로 옮긴 유용태 후보가 한나라당 김왕석 후보에게 승리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때인 2004년 4월15일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이계안 후보가 한나라당 김왕석, 새천년민주당 유용태 후보를 꺾어 열린우리당을 152석의 과반수 집권여당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두달여 뒤인 2008년 4월9일 18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몽준 후보가 통합민주당의 정동영 후보를 제압했고,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집권 마지막 해 19대 총선에서도 정몽준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이계안 후보를 눌렀다.

2년뒤인 2014년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7월30일 동작을 국회의원 재보선이 처러졌는데 여당인 새누리당의 나경원 후보가 정의당의 노회찬 후보를 1천여표,0.2%의 근소한 차이로 꺾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4년차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나경원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허동준 후보를 비교적 큰 차이로 눌렀지만 지난 2020년 4월15일 21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수진 현 국회의원에게 8천표 이상의 패배를 당했다.

동작을에서는 내년 4월10일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수진 의원과 여당인 국민의힘 나경원 전의원간의 리턴매치가 확실시 된다.

판사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이수진 의원은 문재인 정권에서 친문, 친명계로 분류되는 등 주류를 벗어나지 않았고, 원내 부대표로 공수처 출범과 검수완박 추진 과정에서 ‘맹활약’을 보여 열성 민주당원들의 지지가 높다.

라임사태 주범인 김봉현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기소돼 있다는 점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기류를 감안하면 특별한 공천배제 사유는 물론 동작을 지역구를 노리는 당내 도전자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 총선에서 역시 판사 출신인 여당의 중진, 나경원 전 의원을 비교적 큰 표 차이로 이겼다는 점 또한 민주당이 굳이 ‘선수교체’를 강행하지 않을 이유로 꼽힌다.

나경원 전 의원은 올초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의원 등 이룬바 ‘윤핵관’으로부터 ‘비토’를 당하는 바람에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선거의 여왕’으로 꼽히는 대중적 인기와 동작을 지역에서의 연고 등을 감안할 때 과반수 의석 확보에 사활을 건 국민의힘이 그를 빼고 다른 선수를 기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수진 나경원 두 사람 모두 현재 동작을 지역구의 지역위원장과 당협위원장으로 당 조직을 관리하는 한편 지역을 누비며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지난 대선 개표결과, 동작을 지역에서 윤석열 당선자는 서울시 평균 득표율인 50%를 상회하는 55%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선 두달여 뒤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53%를 득표해 승리한 바 있다.

동작을은 여야 모두에게 군사작전에서의 교두보로 비견될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서초 강남의 지지세를 민주당세가 강한 서쪽, 관악 영등포로 확산시켜야 하는 길목이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반대로 관악 영등포 지역의 강세를 동작을 까지 연결해야하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을에서 펼쳐질 이수진 나경원 두 사람간 선거전 양상과 결과가 단순한 리턴매치 그 이상의 의미로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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