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과 의원구성의 중요성

보수 여당의 국회의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민자당 시절 이후, 여야의 의원수가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정립된 국회의 일관된 모습이 있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보수정당의 국회의원들은 젊잖은 척하기에 급급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투쟁력이 넘친다는 점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몸싸움 등 의사진행 방해는 유신과 5공시절 민주화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절대 다수당인 여당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정당행위로 치부됐다.

다수당에 의한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처리를 막기 위해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됐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전투기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똑같은 물리적 행동을 두고도 민주당에 대해서는 면죄부가 주어지고, 보수정당을 향해서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중잣대가 적용되기도 한다.

2019년, 문재인 정권의 민주당이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을 일방 통과시키려 하자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빠루사건’이 대표적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68명중 70명이 대학생 시절 학생회 간부를 하거나 이로인해 옥살이를 한 운동권 출신이다. 여기에 학생회 간부는 아니지만 운동권 주변에 있었거나 좌파 시민단체 출신까지 포함하면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의원은 100명을 넘어선다.

반면,‘국민의힘은 ‘판검사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법조인 출신이 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판사 출신인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 111명 중 16명이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이다.

111명 중 16명. 14.4%라는 수치가 언뜻 많아 보이지 않지만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업과 직종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 중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0.05%에 불과하다. 1992년 치러진 14대 국회의원 선거 때 25명이었던 법조인 국회의원 수는 현재 거의 70명, 4배 가까이 늘었는데 이같은 증가세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정당이 큰 역할을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석 상태인 당협위원장을 모집하는 등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는데, 서울의 49개 당협 중 공석중인 9개 당협을 제외한 40곳 중 10곳의 당협위원장이 판·검사 출신 등 법조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위원장을 모집중인 전국의 사고당협 36곳 중 10개 지역의 당협위원장 내정자를 먼저 발표했고, 31일 나머지 지역의 위원장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관심을 모았던 경기 용인병의 당협위원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법대 후배이자 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 내정됐다. 용인병은 지난 총선때는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비교적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밀집한 국민의힘 강세지역이어서 경쟁이 치열했다.

이번 조직책 공모에는 약사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직능배려 차원에서 비례대표 의원이 된 서정숙 의원도 신청서를 냈는데, 변호사가 현역 국회의원을 밀어낸 것이다.

여야의 지역구 전체를 놓고보면, 전국 253개 당협, 지역위원장 중 국민의힘은 36명, 민주당은 33명이 법조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들 중 41.6%가 검사 출신이고, 민주당은 법조인 지역위원장 중 59.4%가 판 검사를 거치지 않은 변호사 출신으로 운동권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다.

같은 법조인이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성향의 차이는 현재 양당의 대표를 맡고있는 김기현, 이재명 두 사람의 모습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민주당의 법조인 국회의원들은 박주민 최강욱 김남국 의원 등 시민단체 출신 뿐 아니라 박범계 이수진 백혜련 의원 등 판 검사 출신들 또한 국회에서 보여준 ‘전투력’이 국민의힘 법조인 출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보수정당이 얼마나 법조인을 선호해왔는지는 안강민 정홍원 등 고위 검찰간부 출신들에게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겨온데 이어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서 내년 총선 공천심사위원장 후보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더불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양상에 대해 정치평론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현재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은 고위직 판 검사 출신을 선호해왔는데,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만 했던 이런 모범생들이 비밀조직을 만들어서 반정부 활동과 시위를 통해 일찌감치 정치를 익힌 민주당 의원들을 당해낼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현상적으로 드러난 한국 정치의 본질은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 원칙을 바로 세우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노력과 이에 맞서는 좌파들의 저항”이라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더 이상 모범생에 고위직 출신, 특히 법조인에 집착하지 말고 당당하게 좌파들에 맞설 수 있도록 자유 민주주의 의식이 투철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국회에 진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