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월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단재홀에서 열린 교육부-교총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서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숨진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낙인 전 창원교육장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교사는 교육경력 겨우 2년차인 23세의 초년 교사였다. 
당해학교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그 초년 교사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1학년 담임을 희망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학교장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1학년 담임으로 배정하였다고 한다. 

특히 ‘본인의 희망’을 강조하는 것을 보아, 그 배정과정에서 상당한 배려의 함의가 내포되어 있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럼 학교장의 담임 배정권의 원칙과 그 기준은 무엇이었나? 희망사항이 그 기준이었나? 특히 초등학교 1학년 새내기들에 대한 지도는 노련한 경험과 전문적 소양을 가진 중견교사라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학교장이 본인이 희망한다고 해서 선 듯 입교기 학반에 배정하였음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회 공동생활 첫 걸음 아동들에게 학교생활 적응이나 바른 생활습관 형성에 노련한 교사를 배치해야한다는 교육철학이나 기본소신이 없었음인가? 

주어진 환경 주어진 인력으로 최대의 교육성과를 거양함이 단위 학교장의 책무이며 그 존재의 이유가 아닌가? 
더더욱 연필사건의 피해 학부모의 학교 난동 사건 전후시기에 몇 차례의 상담활동이 있었을 텐데, 강력한 leadership을 발휘하여 적극적 대처에 나섰더라면, 그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없지도  않았다. 

'본인의 해결사항'이란 미온적인 책임회피성 발언에 고대했던 마지막 기대마져 무너졌으니, 젊은 여교사로서 그 실망감, 외로움, 서글픔, 억울함을 어떻게 다 이겨낼 수가 있었겠는가? 다시 한 번 더 추모의 뜻을 담아 고인의 명복을 빈다. 

돌이켜 보면 더 큰 놀라운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은 일부 자기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지워낸다면 그 죽음은 100% 도착된 교육현장의 문제이고, 정의와 정도를 상실한 사회정의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다. 

그 놀라움이란 당해 학교 및 주변 학교의 실태, 최근 조사통계자료 및 전현직교원의 인터뷰 기사 등에서 수집 확인할 수 있었던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준 현상들이었다. 

그 현상이란 "학교마다 교육적이긴 하지만 정작 교육은 없다"라는 나름의 결론이었다. 가슴 찢어지게 아픈 통한이었다. 

'교육적'이라 함은 외형은 교육의 모습은 띄고 있지만 실지 교육 작용이 없음을 말함이요, '교육이 없다' 함은 사랑과 정성이 깃들지 않은 영혼 없는 교육을 말함이다. 

분필 한 자루로 사랑과 열정을 쏟아내고 믿음과 존경이 우러나는 그런 한마음 교육이 진실한 생명교육이요, 영혼교육임이 절감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애석한 심정으로 보호막 없이 마구 광야에 버려진 우리들 후배 선생님들의 그 어이없이 추락한 모습들을 사실대로 밝혀내어 감히 사회를 향한 경고와 탄원의 뜻으로 전하려 함이다. 

초년 교사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도록 지켜주지 못한 당해 학교장에게 원망이 없지도 않았었지만, 어느 정도 학교 실태를 살펴본 현 입장에서는, 그 교장선생님에게도 일말의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유능한 관리자였어도 학교를 제대로 통할(統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고뇌와 고충이 많았으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왜 초년 교사를 1학년 담임으로 배정했느냐다. 교사 58명 중 담임 47명 교과전담 11명이었는데, 담임교사는 남교사 4명 여교사 43명이었고 교과 전담교사는 대부분 중견교사들로 추정되어, 사실상 담임교사 대부분 경력 1-3년의 초임 발령 교사들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학교장이 1학년 담임에 중견교사를 배치할 수 있는 배정권 행사의 학교 여건을 찾아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중심지 강남 서초지역의 교원 전출입 현황은 타 지역에 비하여 명퇴교사는 많으나, 그 후임으로 타 지역의 전입희망자가 없어, 거의 신규교사로 충원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중견교사 비율도 평균 18%인데 이 지역에선 겨우 13.5%에 지나지 않는 형편이었다. 당해 교육청에서는 이러한 문제점 해소를 위하여 현 지역 근무연한 5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행정예고를 취해놓고 있는 실정이었다. 

우리나라 발전의 대표적 상징지역으로 부각되었던 바로 이 지역이 이토록 심각한 교원 제1의 기피지역으로 전락되었음은 과연 무엇을 뜻함인가? 그것은 바로 교권추락이고 교육부재이며 교육망국이고 국가존망의 예고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꼭 짚어보고 싶은 것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관리자나 행정부서의 틈바구니 속에서 애써 지켜오던 교단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우리 선생님들의 추락할 수밖에 없는 그 애절한 모습들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잠을 잔다. 깨우면 서슴없이 욕지거리를 해된다. 훈육의 의미로 타이르며 반성문을 쓰게 한다. 다음날 학부형으로부터 항의 전화가 온다. 수업 중 잠을 잤음은 학원과 숙제로 인한 자연현상이며, 강제로 반성문을 쓰게 함은 학생 인권무시라며 사과하란다. 

다음날 다시 교장실로 찾아와 자기의 부와 신분을 과시하며 담임교체를 요구한다. 학교장은 해당교사에게 넌지시 사과를 제의하며 무마에 나선다. 용기 내어 찾아간 교육청에선 학생인권조례를 앞세워 나무라기만 한다. 

결국 그 괴물 부모는 사과 불응하는 그 교사에 대하여 학생인권무시의 죄목으로 법원에 제소한다. 

교사는 생전 처음 검찰과 법원에 출입하게 된다. 그 고통에 시달린 교사는 잠을 잘 수도 없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망가진 심신에 자신이 미워진다. 이젠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무섭다. 공포감 때문에 정들었던 교실이 싫어진다. 

담임도 업무도 모두 다 싫다. 공포스러운 교직을 떠나 
좀 쉬고 싶다. 어떤 직장을 구할까? 사표를 내면 당장 생활은 어떻게 하나? 퇴직문제를 알아본다. 어느새 목적의 교사가 아니라 수단의 교사가 되어 있음을 느끼고 스스로 놀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7월 25일부터 9일간 온라인으로 교권 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은 '교권침해' 사례 가운데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유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그래픽]

나약하게 추락해 버린 그 처절한 모습은 과연 누구의 탓인가? 그 사이 학교에선 법정 피고인이 되어, 이미 금년 예산에 편성된 변호사 선임비로 소송 대응조치에 시달리고 있다." 

위 내용들은 선량한 한 교사의 추락하는 모습들을 도식화해 본 한 가상 시나리오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들은 어제도 오늘도 예사롭게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의 민낯들이다. 이제 그 추락한 교육현장과 일그러진 우리 교사들의 모습들을 예시해 보자.

1)교육부에 접수된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현황을 보면, 2019년/2662건, 2020년/1197건(코로나), 2021년/2269건, 2022년/3035건으로 점차 증가추세였는데, 초등은 학부모, 중등은 학생에 의한 침해비율이 더 높았다. 

한편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제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언어폭력(41.5%), 강요(5.2%), 금품갈취(5.1%), 신체폭력(16.4%), 성폭력(5.7%), 사이버폭로(8.4%), 스토킹(5.1%), 집단따돌림(12.8%) 등으로 그 내용은 초중고가 거의 비슷한 현상이었다. 

2)최근 초중고 교원들의 늘어나는 '명예퇴직'

퇴직현황을 보면 정년퇴직, 명예퇴직, 일반퇴직 중에서 명예퇴직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명예퇴직 현황은 2017년(47%/3934명),2018년(56%/5379명), 2019년(58%/5959명), 2020년(60%/5646명),2021년(58%/6107명), 2022년(55%/6525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약 60%를 차지하였다. 

그 연령대는 정년 7여 년 전 연금 대상자 시기인 50대 중반인데, 이 시기 많은 중견교사들의 퇴직은 국가나 교육의 입장에서 엄청난 손실이다. 물론 그런 퇴직현상은 교권추락이 그 주요 원인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22년도 교육경력 5년 미만의 퇴직자는 초 311명, 중 176명, 고 102명으로 총 590명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꿈 많은 초임 신규 교사들이었는데, 교직생활 부적응으로 학교를 떠난 것이었다. 정말 안타깝고 애석한 현실이었다. 

3)교권침해 교육과 학교교육 붕괴 

교육활동 침해현상이나 중견 교원의 명예퇴직이 증가 추세에 있음은 학교교육의 붕괴현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자료들이다. 이런 현상은 정말 심각한 교권침해 교육 병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이 붕괴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 주로 대도시 지역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중소 도시에서도 교권침해 현상이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그 상황이 그렇게 심각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중소도시 이상 지역을 대상으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기만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입장이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단재홀에서 열린 교육부-교총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 교사들이 참석해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나 최낙인은 오도(誤導)된 문명은 역사의 명에 의하여 자연 치유되거나 지각 있는 시민들에 의하여 정도(正導)의 문명으로 전환됨을 확신하고 있다. 

이제 문제 지역, 문제 내용들이 밝혀졌으니 과반은 상공한 편이다. 문제 발견은 곧 문제 해결의 단초(端初)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문제점 해소에 나서기만 하면 된다. 한 때 떠나간 국민들은 제자리로 돌아오면 되고, 국가는 바른 지도자와 좋은 정책을 내어놓기만 하면 된다. 우리 국민은 신명의 국민이다. 좋은 굿판만 차려주면 만사형통이다. 그 굿판 속에 인권과 교권이 보장 될 것이고, 합리적 교육관이 정립될 것이고, 사기진작의 수업권이 보장될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한 퇴직교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제시한 내용과 본인의 수집 자료를 기준으로 하여, 소위 교육 붕괴지역 교사들의 어쩔 수 없이 내몰린 그 추락한 모습들을 가감 없이 기록해보자. 

(1)학교의 수업과정은 이미 학원에서 이수한 선행학습이고 학생들을 강제할 교권을 상실한 교사들은 그저 한 직장인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2)교사는 학생과 학부모간 갈등을, 관리자는 지역사회(교육청)와 교사간의 갈등으로 교육현장은 교육정체 또는 교육부재의 모습들이다. 

(3)학생생활지도나 학부모 민원이 두려워 담임이나 업무를 기피한다. 교사들이 제일 기피하는 학년은 신입 1학년과 사춘기의 6학년이다.

그런데 담임배정이야 어렵잖게 끝낼 수도 있지만, 가장 힘든 문제는 각 부서 부장 선임문제이다. 보직 희망자가 없어 학교장이 30대 교사에게 부장 직을 맡아달라고 애걸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또한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가 원하지 않은 보직일 경우, 바로 휴직해버리는 사례가 없지도 않다. 그럴 경우, 학교에서는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기간제 임시교사를 고용하여야 한다. 그 사이 교육공백은 교육부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4)매력 없는 학교생활에 승진의욕이 사라져버린 보신주의 풍토이다.

승진에 대한 의욕은 개인적으로는 자기발전이지만 학교로서는 학교발전을 주도하는 동력들이다. 90년대 그 소용돌이 교육환경 속에서도 교육을 지켜낼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은 바로 승진을 향한 치열한 연구와 경쟁의 주체들이 상존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현장에는 그런 열기를 찾기 어렵다. 승진을 포기하는 주요한 사유로 건강, 친구, 시간문제를 제시한다. 

승진에 접근하려면 우선 관리자의 지시나 담당업무 처리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초과 근무나 정신적 긴장으로 건강을 해치는 문제. 업무처리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의견충돌이나 불화 등으로 좋은 동료를 잃을 수 있는 문제, 학교 근무나 업무처리에 과도한 시간을 할애해야 함으로 가족관계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문제 등이 제기된다. 

승진포기 현상이 크게 확산되어 있는 이유다. 

(5)힘 드는 교직에서 위험한 교직이란 인식전환으로 퇴직 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교육환경의 변화, 학부모의 교사 무시현상 등으로 초년 교사의 조기퇴직, 중견교사의 명예퇴직 확산 추세로 교육의 파행도가 높아가는 실정이다. 

따라서 후임 교사의 배치나 기간제 교사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교육허실(虛失)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위의 내용들은 현재 우리들이 우러르고 있는 일부 특정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직자의 상서롭지 못한 민낯들이다. 

그 부끄러운 민낯을 애써 공개함은 그 책임이 당사자에게 있음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몰아넣었던 사회와 그 사주자들에게 있음을 고하려 함이다. 
버릇 하나 고쳐주려 꿀밤 하나 주었더니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이니, 과연 그 나약한 여심이 무엇을 할 수가 있었겠나? 도피 아니면 죽음이었다. 그 도피는 위 '부끄러운 민낯들'이고 그 죽음은 바로 퇴로 없는 절벽이다.

그래서 나의 호소는 장막에 가려 서럽게 눈물짓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을 그 날 그 교실로 되찾아들게 하여 아름답게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옛 모습으로 되돌려 주십사 하는 간절한 소망을 전하려 함이다. 

지난 3월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에서 신입생들이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들이여! 학부모들이여! 귀하의 자녀는 그대들의 자녀이지만 국가의 자녀들입니다. 국가의 자녀는 꽃길 거니는 공주나 왕자가 아니고, 가시밭길도 거니는 심신이 건강하며 협동하고 애국하는 그런 자녀들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학교 선생님은 국가의 자녀를 길러내는 하늘이 내린 교육 전령사들임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교사를 천직이라 생각하고 찾아든 그 교직을 왜 떠나야 했을까요? 정들었던 교실이 왜 공포의 난장판이 되었을까요? 무슨 말 못할 서러운 사연 있어 목숨까지 내놓았을까요? 이 세상엔 학생 인권만 있고 교사의 인권은 없는 왜 그런 망나니 세상이 되었을까요?"

존경하는 학부모 여러분!

선생님은 80점 받은 학생에게는 꾸중하고, 60점 받은 학생에게는 칭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 선생님의 모습은 줏대 없는 이중인격의 카멜리온 선생님이란 생각이 들 것입니다. 

80점 학생은 원래 성적 우수 학생이었지만, 자만에 빠질까 겸양의 교육을 하였던 것이고, 60점 학생은 성적불량 학생이었는데, 격려의 교육을 한 것입니다. 개인차에 의한 이런 맞춤형 교육이 진실한 교육입니다. 

천방지축의 악동(惡童)들을 저수하심(低首下心)의 선인(仙人)들로 만들어내는 연금술사들입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들은 예사로운 사람들이 아닙니다. 존경의 대상입니다. <끝>

글· 최낙인 전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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