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세금 1억" "변호사비 5000만원"
자산운용사에 먼저 돈 요구
황금도장엔 "존경하는 회장님·사랑하는 사모님"
'새마을금고 비리' 42명 재판에

박 회장이 받은 황금도장 2개. 상자에 "존경하는 회장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모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서울동부지검]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연합뉴스]

새마을금고중앙회 박차훈(66) 회장이 중앙회 임원과 자산운용사 대표 등으로부터 모두 2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박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6개월여간 새마을금고 금품 비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관련 임직원 및 브로커 42명을 기소했고 이 중 11명은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수익 약 150억원도 환수했다.

박 회장에게 금품을 건넨 류혁(59)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와 자산운용사 아이스텀파트너스 유영석(55) 전 대표 등 5명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증재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아이스텀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자산운용사다. 류 대표는 새마을금고에서 근무하기 전 유 전 대표와 약 5년간 공동대표로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21년 3월부터 약 2년여에 걸쳐 유 전 대표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고 변호사 비용 50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12월 중앙회 회장 선거를 전후해 조직 관리를 명목으로 중앙회 상근이사 3명에게 7800만원을 받아 경조사비와 직원·부녀회 격려금, 조카 축의금 등으로 사용하고 형사사건 착수금 22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금품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두 아들에게 1억원대 증여세와 양도소득세가 각각 부과되자 류 대표에게 "아들 세금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유 대표에게 이야기해서 1억원 정도 마련해 보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은 2018년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 등에게 명절 선물과 골프장 이용권을 돌린 혐의(새마을금고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재작년 3월 항소심 당시 류 대표를 통해 "변호사에게 5000만원을 추가로 더 드리라"고 요구해 유 전 대표에게 변호사비를 대납시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회장은 새마을금고 자회사 대표이사 A(63)씨로부터 선임 대가로 800만원 상당 황금도장 2개를 받은 혐의도 있다. 황금도장이 담긴 상자에는 "존경하는 회장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모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MG새마을금고중앙회. [연합뉴스]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인 류 대표는 2021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새마을금고중앙회 대출을 받거나 희망하는 부동산개발업체 3곳에 지인을 직원으로 올려놓고 급여와 법인카드 등으로 1억6607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등)를 받는다.

재작년 12월에는 중앙회에 대출을 신청한 부동산시행업체 운영자에게 자신과 친분이 있는 법무법인으로 용역업체를 바꾸게 해 불필요한 자금 5000만원을 쓰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류 대표는 재작년 5월 아이스텀 유 대표의 부탁을 받고 5100억원 규모 저금리 대출을 내줘 중앙회에 86억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받는다.

아이스텀파트너스 유 전 대표에게는 PF 대출을 유리한 조건으로 받게 알선한 대가로 부동산시행업체로부터 약 51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적용됐다.

검찰은 그동안 금융감독원 통보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고발 등을 단서로 수사에 착수해 PF 대출 수수료를 둘러싼 의혹부터 펀드 출차 특혜 의혹까지 수사망을 넓혔다.

검찰은 박 회장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하고 6개월에 걸친 새마을금고 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제2금융권 중 유일하게 전국 모든 지자체에 지점이 있는 서민금융기관으로 외부 관리·감독과 내부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부패범죄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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