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잡자니 경기 부담
올해 성장률 전망 1.4% 유지
내년은 0.1%p 낮춘 2.2%
美 추가긴축 가능성 확인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지난 2·4·5·7월에 이어 24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묶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원/달러 환율도 다시 오르는 등 인상 요인이 있지만, 최근 중국 부동산발(發) 리스크(위험)까지 겹쳐 경기가 더 불안해진 만큼 인상으로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기보다 일단 동결한 뒤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긴축 시사에 9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지켜볼 필요도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날 한은이 다시 동결을 결정한 주요 배경으로 불안한 경기 상황을 꼽고 있다.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은 1분기(0.3%)보다 높지만,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0.1%)를 비롯해 수출·수입, 투자, 정부소비 등 모든 부문이 뒷걸음쳤다.

더구나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으로 중국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정부나 한은이 기대하는 하반기 경기 반등, 이른바 '상저하고' 실현이 더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가계부채·환율·물가 등을 감안할 때 가라앉는 경기에 초점을 맞춰 한은이 기준금리를 서둘러 낮추는 것으로 무리라고 판단한 듯 하다. 

실제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다시 불어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로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줄었던 가계신용(빚) 잔액(1862조8000억원)은 지난 2분기 9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초유의 2.0%포인트(p)까지 커지면서 최근 환율도 9개월 만에 1,340원대에 올라섰다.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2.00%p(한국 3.50%·미국 5.25∼5.50%)로 유지됐으나, 미국의 추가 인상으로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이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기저효과가 큰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 역시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가계부채·환율·물가 등의 불안 요인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선뜻 올리지 못하는 것은 경기·금융 상황 역시 못지않게 나쁘기 때문이다.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이 1분기(0.3%)보다 높아졌지만, 세부적으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수출 부진 속에서 성장을 홀로 이끌었던 민간소비(-0.1%)마저 설비투자(-0.2%), 정부소비(-1.9%) 등과 함께 뒷걸음쳤다. 

그나마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순수출(수출-수입)만 늘면서 겨우 역(-)성장만 피한 상태다.

성장이 이처럼 부진한 상황에서 한은이 소비·투자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는 금리 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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