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이 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파행과 무관하게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소환조사가 예정됨에 따라,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도 목전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특별보좌역에게 임명장을 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특별보좌역에게 임명장을 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돌발행동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6일 이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로 특별보좌역 회의를 열고 특보단에 임명장을 준 것이다.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변호했던 변호사들과 경기도지사 및 성남시장 시절 산하기관장, 비서관 등 측근들이 대상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결국 다수 국민의 비판을 무시하고 소수 ‘개딸’의 지지를 기반으로 삼아 민주당을 ‘사당화’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돌발행동= 사법리스크 와중에 9명의 측근을 특보로 기용...총선 공천 시작?

이번 임명장을 받은 특보는 모두 9명으로, 박균택·송기호·이건태 변호사, 김문수 전 경기도신용보증재단 전략상임이사, 안태준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임귀열 전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특보단 상임고문, 정의찬 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정진욱 전 이재명 후보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등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 총선에서 비이재명(비명)계·호남·중진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자객 공천’ ‘사당화’ 논란이 일고 있다. 특보 임명장은 주로 선거 때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사실상 총선 공천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후보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할 때 일반적으로 후보자는 두 개의 대표 약력을 기재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2020년 총선 경선 당시 ‘6개월 미만 경력 사용 금지’ 규칙을 적용한 바 있다. 총선으로부터 역산을 하면 7개월여가 남은 시점에, 총선용 경력으로 쓸 수 있도록 맞춤형 임명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특보단장인 김윤덕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작년부터 임명돼온 특보단에게 그동안 임명장을 못 줘서 이번에 형식적으로 준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어떤 일이 있어도 본인이 내년 총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구속과 상관없이 내년 총선을 본인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피의자가 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9월 국회 본회의 중 청구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당장 9월에 구속될지 10월에 구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표 특보단’ 임명장을 준 것 자체가 이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임명된 특보단의 성격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자객 특보이다. 둘째는 밀어주기 성격이다. 셋째는 논란 인사도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① 비명계를 겨냥한 자객 특보

이번에 임명한 특보단을 두고 ‘자객 특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출마 지역구 경쟁자가 비명계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진석범 특보는 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3선)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 출사표를 냈다. 강위원 특보는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2선) 지역구인 광주서구갑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처럼회 소속인 윤영덕 의원 지역구인 광주 동남갑에는 정진욱 특보를 임명했다. 처럼회이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정 특보를 임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진상 정무실장의 변호사로 알려진 이건태 변호사는 김상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병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4선이고 국회 부의장인 김 의원은 이번을 끝으로 은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② ‘공천’이 ‘당선’인 호남 지역에 집중

이번 특보단 중에는 호남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여기는 공천만 되면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대표가 공천장을 줬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특보로 임명된 박균택 변호사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특보로 임명된 박균택 변호사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대표적으로 박균택 특보, 김문수 특보, 정의찬 특보가 꼽힌다. 박균택 특보는 광주고검장·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으로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 대한 변호를 맡았다. 이 대표의 지난 1월10일 성남지청 출석,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출석 당시 입회한 변호사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용빈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광주광산갑 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찬 특보는 윤재갑 의원 지역구인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출마를 준비한다. 이 지역에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뛰어들면서 최대 격전지가 됐다. 박 전 원장의 중량감과 파괴력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 최대 변수지만, 목포에서 선거구를 옮기는 상황이라 만만치는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문수 특보는 소병철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특보가 모두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대표가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이들 특보를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대표의 공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표 특보’ 명함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무기가 된다는 자신감에서 개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살아 돌아오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③ ‘성희롱’, ‘집단폭행’ 등 논란이 있는 인사도 개의치 않아

이번 특보단에는 논란이 있는 인사도 있다. 22일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과거 성희롱 논란으로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을 특별보좌역에 임명했다며 “임명된 특보의 자질이 도저히 국민의 눈높이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22일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의 특보 임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22일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의 특보 임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정의찬 특보는 과거 가짜 대학생을 ‘경찰 프락치’로 의심하고 집단폭행·고문해 사망하게 하고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어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임원으로 임명될 때부터 논란이 됐다.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강위원 특보는 2018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중 ‘2003년 성희롱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사실이 알려지자 사과하고 출마를 포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자신의 문제에 비하면 큰 논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만의 측근들을 특혜로 챙긴다는 의혹을 자초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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