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2021년 9월)된 이후 2년여 만이다.

지난 18일 0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검찰이 목표를 정해 놓고 사실과 사건을 꿰맞춰 간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0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검찰이 목표를 정해 놓고 사실과 사건을 꿰맞춰 간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백현동 배임’ 수사를 마치고 ‘쌍방울 대북송금’과 묶어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대북송금 재판이 파행을 계속하고 있어, 영장 청구 시기는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죄에 이어 배임죄로도 기소 예상

지난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받는 혐의는 ‘배임죄’이다. 또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이미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은 지난 3월 3일에 열렸다.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 혐의는 두 건이다. 하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함께 일했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이다.

두 번째는 2021년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 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의혹’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이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안 해주면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협박해서 용도변경을 해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노형욱 국토부 장관의 발언과 국토부가 경기도에 보낸 공문 등을 통해 이 대표의 주장은 허위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 허위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8월 26일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지난 15일 5쪽 짜리 검찰진술서 요약본을 통해 2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자신은 1원 한 푼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선공개한 검찰진술서에서 주장한 2가지 내용.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선공개한 검찰진술서에서 2가지 내용을 주장했다. [사진=채널A 캡처]

‘1원 한 푼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죄를 논하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뇌물죄’를 범한 적 없다고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펜앤드마이크 8월 21일자 ‘민주당과 이재명의 속터지는 ‘동문서답’...국민을 무지렁이로 보는 듯’ 제하 보도 참조.

이재명 대표, 정치적 자존심 팽개치고 성남시의 독자적 판단 아니라고 우겨

또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백현동 사업부지 4단계 용도변경에 최종 사인을 했다며 배임 혐의를 의심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성남시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 국토부의 '최후통첩성 요구'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박 대통령 탓을 하다가 허위사실 공표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동일 사안에 대해 배임죄로도 기소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동안의 정치적 가치를 포기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토부가 4단계 용도변경 건은 성남시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명시한 공문까지 보냈는데, 자신이 ‘박근혜 정부의 부하’였다고 호소하는 형국이다. 정치적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황당한 주장을 펼 정도로 이 대표가 다급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 대표 주장은 3가지 사실에 의해서 명백하게 반박된다.

① 직무유기 협박에서 슬그머니 ‘지시’로 꼬리를 내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경기도 지사 자격으로 출석해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장이었던 2015년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4단계를 높여준 것에 대해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 [사진=연합뉴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는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반영해야 하고, 안 해주면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 번에 4단계 용도 변경이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발언 다음날인 21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와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 정면 충돌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 15일 공개한 검찰진술서 요약본에는 ‘직무유기’ 혹은 ‘협박’ 같은 용어가 사라졌다. 5쪽 분량의 요약본에서는 “백현동 용도변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당시 국토부 요구에 의한 것이고 국가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이 그 혜택을 누렸다. 성남시는 용도변경 이익의 상당 부분인 1000억원대를 환수했는데 검찰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고 조작한다”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요구대로 용도변경을 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100% 수용한다 하더라도, ‘직무유기’나 ‘협박’이라는 선정적인 단어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법에 따라 각 지자체의 용도변경 권한은 엄연히 지자체장에게 주어져 있다. 성남시의 권한이 당시 이재명 시장에게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성남시장이 거절하면 도리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성남시는 식품연구원의 용도변경 요청을 2차례 거절한 바 있다.

② 국토부가 보낸 최종 공문에 담긴 사실= “귀 시(성남시)에서 적의 판단할 사항”

좀더 명확한 증거는 국토교통부가 2014년 12월 9일 성남시 주거환경과에 ‘종전부동산 용도변경 질의에 대한 회신’ 공문에서 드러난다. 국토부는 해당 공문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한 국토부의 협조 요청이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특법) 제43조제3항 내지 제6항에’에 따른 것인지를 묻는 성남시의 질의에 “혁특법에 따른 사항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답했다. 지자체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혁특법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남시에 의무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2014년 12월 9일 성남시 주거환경과에 ‘종전부동산 용도변경 질의에 대한 회신’ 공문을 보냈다. [사진=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국토부는 2014년 12월 9일 성남시 주거환경과에 ‘종전부동산 용도변경 질의에 대한 회신’ 공문을 보냈다. [사진=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국토부는 또 상위 계획(경기도 종합계획 및 성남도시기본계획)에 저촉됨에도 한국식품연구원의 요청대로 백현동 부지를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지에 대한 성남시의 질의에 “용도지역 변경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귀 시에서 적의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이 성남시의 자체적인 판단 대상이라고 밝힌 것이다.

따라서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용도변경은 국토부가 협박해 불가피하게 응한 것’이라는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 문서를 지난해 9월 처음 공개한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백현동 의혹에 대한 이 대표 측의 해명은 공개된 문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용도변경이 이 대표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인 김인섭 씨의 로비 결과라는 판단이다.

③ 박근혜 정부 비난하던 이재명, 이제 와서 박 대통령 지시 따랐다고 우겨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용도변경을 했다’는 이 대표의 입장이 알려진 이후, 보수 진영의 여론은 ‘어이가 없다’로 모여지고 있다. 이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보도한 언론의 댓글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는 충신이었구나’, ‘안면인식장애나 기억장애가 있는 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은 기억을 하네’, ‘얼마나 궁지에 몰렸으면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들이냐?’는 등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의 활동을 근거로 ‘절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을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행보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6년 6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2016년 3월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2016년 3월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 시장은 "5000억 원 더 뺏을 생각말고, 박근혜 정부는 4조7000억 원 반환 약속을 이행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2014년 7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기초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 개별급여 개편 등으로 지방 부담이 4조7000억 원 증가한 데 대해 정부가 지방소비세와 지방교부세 교부율 상향 등으로 이를 보전한다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의 보고서 내용을 지적한 것이다.

이 시장은 정부가 전국 자치단체에 재정부담을 전가하고 있으며, 성남 등 살아남은 경기 6기시를 향해 또 한 번 정밀타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1인 시위에 이어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등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지자체장으로 ‘투사’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이런 이미지 창출에 공을 들이던 이 대표가 비록 그보다 앞선 시기에 벌어진 일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협조 지시에 ‘순순히’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지지세력을 규합해 살아보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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