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풍산그룹 회장, 한경협 수장으로
삼성증권 등 일부 계열사 합류 거부
정경유착 끊기 위한 '윤리헌장' 발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일 임시총회에서 기관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새출발한다. [연합뉴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일부 계열사가 22일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에 복귀한다. 전신인 전국 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 지 7년 만이다.

전경련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명칭 변경 등 안건을 의결한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공식 추대하는 절차도 진행된다.

이로써 전경련은 1968년 이후 55년 만에 다른 이름을 갖게 된다.

새 명칭인 한경협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설립한 경제단체의 이름이다. 이후 조직 규모 확대를 반영해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명칭을 바꿔 현재까지 사용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핵심축으로 지목받아 홍역을 치른 전경련은 최초 설립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를 담아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총회에서는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근절한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이 발표된다.

윤리헌장에는 ▲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 ▲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 ▲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기업 상생 선도 ▲ 혁신 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식 명칭 변경을 앞두고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이 4대그룹의 복귀다. 

이날 총회에서는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이 처리된다. 

이에 따라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로는 남아 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일부 계열사는 이날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한경연 해산에 따른 한경협으로의 회원 자격 승계 건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을 이사진에 보고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 휘호석 뒷면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당시 전경련 회장),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 등 전현직 회장단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휘호석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 당시 세워졌다. [연합뉴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4개사도 21일까지 이사회 보고 절차를 마쳤다. 다만 이사진이 반대한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류를 결정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준감위 협약사가 아닌 만큼 정경유착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회원 자격 승계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는 지난주 4개 계열사 이사진 보고를 마쳤다. LG도 21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고,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산하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관련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4대 그룹 계열사들이 이날 총회를 계기로 한경협에 형식상 회원으로 등재되더라도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활동을 수반하는 실질적 의미의 가입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한경협 회장으로 이날 추대되는 류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의 일원이자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의 한국 측 위원장이다. 글로벌 무대 경험과 지식이 많고 관련 인맥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류 회장과 호흡을 맞출 상근부회장으로는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으로 취임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애초 공언한 6개월 임기를 마치고 상임고문으로 한경협 활동에 계속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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